청와대 맘대로 활보하는 권력, 대통령 말고 ‘흑임자’ 있었다

  • 카드 발행 일시2022.10.19

청와대 경내 구조를 잘 모르는 이들은 본관과 관저를 혼동하기도 한다. 본관은 대통령 집무실이다. 대통령이 업무를 보고 외국 국가원수나 외교사절을 맞던 공간이다. 광화문광장에서 백악산 쪽을 보면 한눈에 들어온다. 관저는 대통령 가족의 살림집이다. 지금의 본관과 관저는 노태우 정부 때 지었다. 1990년 10월 25일 관저를 먼저 짓고 이사했다. 본관은 이듬해인 1991년 9월 4일 완공했다.

옛 집무 공간은 낡고 비좁아 확장 이전이 필요했지만 셈법이 복잡했다.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이라거나 예산 낭비라는 반대 여론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라진 국가 위상이 우호 분위기를 조성했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치르며 세계에서 한국을 보는 눈이 크게 달라졌다. 평화로운 정권 교체로 독재 시대와 결별하고, 궤도에 오른 경제를 앞세워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확장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럴 만하다고 판단해 국회에서 야당도 예산 배정에 동의했다. 본관 집들이에는 당시 여당인 민자당의 김영삼 대표최고위원뿐 아니라 야당인 신민당 김대중 총재도 참석했다.

현대건설이 본관과 관저 시공을 맡았다. 1978년 영빈관을 지은 인연이 이어졌다. 영빈관 공사 때 현대건설 사장, 본관과 관저 공사 때 회장이었던 이가 나중에 대통령이 된 이명박이다. 그런데 공사 뒤인 1992년 청와대와 현대건설 사이에 소송이 벌어졌다. 비서실에서 설계를 바꿔 규모가 커지고 고급 자재를 쓰라고 해서 계약보다 2배 넘는 돈이 들었다는 이유였다. 현대건설 측은 225억원을 더 청구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통일국민당을 창당하고 대선에 뛰어든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