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 하이디라오도 못 뚫었다" 난공불락 하침 시장,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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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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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의 중국 소비 동향에 대해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중국 3선 이하 도시 및 농촌 지역을 일컫는 하침 시장(下沉市場)이다.

중국은 GDP, 인구수, 비즈니스 자원 집적도 등에 따라 도시를 1~5선으로 구분한다. 1선에는 북상광심(北上廣深·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대도시가, 2선 이하부터는 숫자가 클수록 도시화가 덜 된 지방 중소도시가 해당한다.

하침 시장은 중국 3선 이하 도시와 농촌 지역의 시장을 통칭한다. 이 시장은 중국 총면적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구는 10억 명에 달한다. 그러나 하침 시장은 그간 대도시에 가려져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규모는 크지만, 경제발전이 늦고, 거주민의 소득이 낮아 소비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진 jinyuan]

[사진 jinyuan]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정부의 지지로 농촌 경제가 발전하고 온라인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하침 시장은 중국의 새로운 소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3선 이하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의 소비시장 규모는 17조 2000억 위안(약 3423조 3160억 원)으로, 중국 전체 소비시장의 55.6%를 차지한다.

하침 시장이 잠재력을 인정받자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했던 식음료 브랜드가 앞다퉈 이 지역으로의 세력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쓰촨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海底撈),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점 KFC, 인기 차 음료 브랜드 시차(喜茶)다. 그러나 이들의 하침 시장 공략은 쉽지 않고, 진입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침 시장, 왜 뚫기 어려울까?

하침 시장 소비자를 상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침 시장에는 대도시와 아주 다른 비즈니스 운영 법칙과 논리가 존재한다.

1,2선 대도시에서 식음료 매장을 경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지 선정과 마케팅이다. '낯선 사람'으로 구성된 'SNS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트래픽을 얻느냐는 대도시에 상주하는 외식 브랜드가 가장 고민해야 할 문제다.

1,2선 도시는 인구가 방대하고 교통망이 잘 구축돼 있어, 외식 브랜드가 부지 선정과 마케팅만 잘하면 자연스레 고객이 유입된다. 또한, 이 지역은 인구 유출입이 활발해, 외식 브랜드가 ‘단골손님 확보’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사진 바이자하오]

[사진 바이자하오]

그러나 하침 시장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중국에서 하침 시장으로 통하는 많은 현(縣) 급, 향(鄉) 급 행정구는 인구가 10만 명을 넘지 않으며, 인구 유입이 정체되어 있다. 이에 하침 시장은 주변 이웃의 영향력이 큰 ‘숙인 사회(熟人社會)’로 발전해 왔으며, 지역 평판과 단골 확보는 하침 시장 외식 브랜드의 성패를 가르는 중대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후난(湖南) 성의 어느 3선 도시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한 사장은 "장사란 단골이 새 고객을 데려오면 그 고객을 단골로 만들어 또 다른 고객을 데려오게 하는 것"이라며 "(하침 시장에서는) 접객을 잘하는 것이 할인 쿠폰을 나눠주는 것보다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평판과 단골 확보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으며, 대도시 마케팅에 익숙한 외식 브랜드엔 어렵게 느껴지기 일쑤다.

겉으론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만연한 지방 보호주의 역시 문제다. 유명 요식업자 후옌핑(胡燕平)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4선 도시에서 부족한 것은 기회가 아니라 일반 창업자에 대한 포용과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하침 시장에서 요식업 창업을 했을 때 겪었던 불쾌함에 관해 이야기했다. 후옌핑은 "개업 이후 70일 동안 도시관리국에서 10번, 환경보호국에서 5번, 상공국에서 7번이나 찾아왔고, 올 때마다 '요구사항이 충족 안 되면 여기를 폐업하고 정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고 전했다.

하이디라오, KFC, 시차의 실패 요인은?

CASE 1. 하이디라오(海底撈)

[사진 소후]

[사진 소후]

현지 매체 신랑차이징(新浪財經)에 따르면 중국 내 5선 도시 중 하이디라오가 신규 매장 1개를 냈던 도시 46곳의 폐점률은 24%, 신규 매장 2개를 냈던 도시 10곳의 폐점률은 60%에 달한다. 하이디라오는 2019년부터 하침 시장에 공격적으로 신규 매장을 열었으나, 상당수가 얼마 못 가 문을 닫게 됐다.

하이디라오가 사실상 하침 시장에서 실패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제품 표준화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훠궈(火鍋)는 지역 특색이 강한 음식 중 하나로, 마라 맛을 기본 베이스로 한 쓰촨식 훠궈, 해산물을 주재료로 한 광둥식 훠궈, 표고버섯과 흑염소 등 특색 재료를 활용한 남방식(윈난, 귀저우 일대) 훠궈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하이디라오는 쓰촨식 훠궈에서 시작해 각 지방의 특색을 살리고자 했으나, 하침 시장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완전히 충족시키진 못했다.

CASE 2. KFC

[사진 pinlue]

[사진 pinlue]

글로벌 패스트푸드 강자 KFC가 하침 시장에서 기세를 못 펴는 이유는 ‘가격’에 있다. 하침 시장 소비자는 소비에 ‘가성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이러한 성향은 식음료를 구매할 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화라이스(華萊士)는 2001년 푸젠(福建) 성에서 중국인 형제가 탄생시킨 패스트푸드 브랜드다. KFC를 모방해 만들어졌으나, 처음부터 지방 소도시 및 농촌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삼은 덕에 현재 하침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KFC를 능가한다.

화라이스는 초저가 제품을 앞세워 대학가와 하침 시장을 석권했다. 화라이스와 KFC의 제품 판매가는 평균 2배 이상 차이 난다. 화라이스의 중국 내 매장 수는 2만여 개로, KFC와 맥도날드를 합한 것보다 많다. “맥도날드가 있는 곳엔 KFC가 있고, 맥도날드와 KFC가 없는 곳엔 화라이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CASE 3. 시차(喜茶)

[사진 신랑차이징]

[사진 신랑차이징]

프리미엄 차 음료의 대표주자로서 시차는 하침 시장을 타깃한 서브 브랜드 '시샤오차(喜小茶)'를 론칭했다. 시샤오차의 음료 가격은 모두 20위안 이하로, 가장 싼 것은 6위안에 불과했다.

처음에 시샤오차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가성비를 추구하는 하침 시장 소비자를 사로잡고자 했다. 그러나 시샤오차는 어정쩡한 홍보와 포지셔닝으로 시차의 짝퉁이라는 오해를 받았으며, 소비자들 역시 저렴한 가격을 반기기보다 되려 의문을 품고 경계했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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