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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사용 3배로 늘었다…멀티호밍이 '카톡천하 10년' 끝내나 [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라인이나 텔레그램 설치했어? 카카오톡만 쓰면 안 되겠네.”
지난 주말 카카오 대란 이후, 메신저 이용자들 사이에서 ‘멀티호밍(multi-homing)’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카톡 천하’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

무슨 일이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7일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카카오톡(이하 카톡)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라인·텔레그램 등 다른 메신저의 사용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톡 일일 사용자 수는 지난 14일 4112만명에서 서비스 장애 이후인 16일 3905만명으로 207만명 줄었다. 반면, 라인은 같은 기간 43만명에서 128만명으로, 텔레그램은 106만명에서 128만명으로 사용자 수가 급증했다. 특히, 라인은 앱을 휴대폰에 설치한 이용자가 이틀 새 73만명이나 늘었다. 카톡 천하이던 메신저 시장에 멀티호밍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

멀티호밍이 뭐야  

멀티호밍은 이용자가 한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거나 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사용하는 현상을 뜻한다. 서버 한 대로 두 개 이상 도메인 호스트를 지원하는 멀티 호스팅·노딩에서 유래한 정보기술(IT) 용어다. 플랫폼은 이용자가 많을수록 이용자에게 돌아가는 편익도 커져 다시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방식(네트워크 효과)으로 성장하고, 이용자들이 멀티호밍을 중단하면 소수 플랫폼이 시장을 독과점하는 속성이 있다.

이게 왜 중요해  

IT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자들의 멀티호밍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속한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해야 이를 발판으로 인터넷 비즈니스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국내 ‘멀티호밍 극복’의 상징이었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전체 서비스가 먹통이 되며 위기를 맞은 카카오. 사진 카카오프렌즈 유튜브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전체 서비스가 먹통이 되며 위기를 맞은 카카오. 사진 카카오프렌즈 유튜브

◦ 카톡 천하 10년 : 이용자의 멀티호밍에는 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 여러 플랫폼을 쓰기 위해 들이는 노력, 금전적·비금전적 비용이다. ‘국민 메신저’ 카톡은 주변 사람들이 다 쓰니 나만 안 쓰면 불편해지는 네트워크 효과로 멀티호밍을 극복한 대표 사례였다. 택시호출 앱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카카오T 앱 등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들도 멀티호밍 극복을 위해 카카오 ID를 적극 활용해 시장을 장악했다. 가령, 카카오T 앱을 쓰지 않으면 승객은 택시 잡기가 어렵고 택시 기사는 승객 만나기가 어렵다. 이같은 카톡 기반의 플랫폼 확장은 카카오의 수익성 극대화에도 기여했다. 2011년 4200억이던 카카오 연 매출은 지난해 6조 1300억원으로 14.6배 증가했다.

◦ 갈아타는 이용자들 : 이번 먹통 사태는 카톡 이용자 4750만 명(2분기 평균 월 사용자 수)에게 멀티호밍의 필요성을 깨닫게 한 계기가 됐다. 개인뿐 아니라 공공기관·기업들도 카카오 ID와 연동된 각종 서비스 장애를 겪자,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라도 여러 앱을 쓸 가능성이 커졌다.

카카오 영향은  

‘카톡 온리’ 이용자들이 메신저를 멀티호밍할 경우 카카오 그룹 전체 기업 가치와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17일 카카오 그룹 주가는 줄줄이 하락했고, 카카오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 기간을 틈타 카카오톡 장애 기간 네이버는 모바일 앱 첫 화면에서 관계사 라인플러스가 운영하는 메신저 라인을 홍보했다. 라인 메신저 설치·사용자 수를 늘린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카카오T의 경쟁 앱인 우티는 기사 사용자들에게 “다른 서비스의 오류로 호출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프로모션 혜택을 공지해 추격 기회를 노렸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이날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의 주가 그래프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이날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의 주가 그래프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는

멀티호밍의 지속 여부가 관건이다. 김도훈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서비스 장애 외에도 카카오 계열사들의 분할 상장 문제로 카카오 비판 여론이 커진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차별화된 서비스와 편익을 준다면 멀티호밍 움직임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이 광고, 개인정보 등으로 비판 받을 때, 틱톡이 숏폼 SNS라는 차별화된 편익을 제공해 멀티호밍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더 알면 좋은 것  

독과점 플랫폼의 ‘멀티호밍 제한’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단속 대상이다. 주로 부동산, 배달 앱 등 사업자와 일반 이용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에서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지난 1월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심사지침 제정안’에서 플랫폼의 멀티호밍 제한, 자사 우대 등을 법률 위반 사항으로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네이버 부동산이 부동산정보업체에 경쟁사 플랫폼을 이용하지 말라는 계약 조건을 건 행위 등을 멀티호밍 제한 사례로 제시했다. 17일 문재호 공정위 대변인은 “심사 지침 제정작업을 지난 1월 발표 후 진행하고 있는데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를 규율하는 규제가 도입되거나 플랫폼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 먹통 대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