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대는 국가주권, 통일, 영토 완정(나라의 완전한 정리와 통일)을 수호할 믿음과 능력을 보유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6일 중국공산당(중공) 제20차 당 대회에서 오는 2027년까지 달성할 건군 100주년 분투 목표를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통일 능력을 주문했다.
건군 100주년 분투 목표는 지난 2020년 중공 19기 5차 전원회의에서 처음 언급됐지만, 지금까지 철저한 보안사항이었다. 중공군이 앞으로 추구할 목표는 무엇이고, 이를 위해 어떻게 전력을 배치하며, 어느 쪽으로 군비를 증강할지의 윤곽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이날 100주년 분투 목표와 관련해 “군사훈련과 전쟁대비를 전면 강화해 군의 전쟁승리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며 “군사투쟁을 단호하고 민첩하게 전개해, 안보태세를 조성하고 위기와 충돌을 억제·통제하며, 국지전에서 싸워 이길 수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국지전 승리=대만 통일 대비
먼저 국지전 승리는 대만 통일을 위해 불가피할 수 있는 국지전과 당연히 연결돼 있다. 대만 전선은 중국 입장에선 국지전이다. 국지전에 앞선 ‘위기와 충돌 억제’는 미군의 개입 차단을 뜻한다. 즉 향후 5년간 대만해협을 포함해 동·남중국해 전역에서 미군의 진입을 공세적인 실전훈련을 일상화할 전망이다.
충돌 억제=미군 차단
구자선 인천대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은 “건군 100주년 분투 목표(2027년)를 설정하고 군대에 통일 능력을 주문한 것이 5년 전 국방현대화(2035년)와 세계 일류 군대 건설(2050년) 목표를 설정한 것과 가장 큰 차별점”이라며 “미국이 대만과 관련한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하려 하자 중국의 군사 시계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날 연설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군대가 시진핑 군대로 변모했다는 선언이었다.
마오쩌둥의 군대는 “적극 방어, 적을 깊이 유인해 인민전쟁을 펼치며 기동전과 섬멸전을 전개한다(積極防御 誘敵深入 打人民戰爭 打運動戰 打殲滅戰)”는 21자 군사 독트린을 따랐다. 인해전술을 신봉한 마오의 군은 비대했다.
1979년 베트남과 전쟁을 치른 덩샤오핑은 데탕트로 전면전의 시대는 끝났다고 판단했다. 21자 독트린을 ‘견수방어(堅守防御)’ 네 자로 줄였다. 군 통수권을 장악한 덩은 1981년 9월 11만 병력을 동원해 핵 피습을 상정한 5박 6일간 화북 군사 대연습을 실시한 뒤 군에 혁명화·현대화·정규화를 주문했다. 덩은 군사위 주석 직함으로 국정 전반을 막후에서 움직였다.
전략적 위력=핵 증강 예고
시진핑의 군대는 강군사상을 내걸며 방어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렸다. 단 마오로부터 인민전쟁 교리는 계승한 뒤 이를 핵 능력 확장 지시에 활용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인민전쟁의 전략과 전술을 발전시키고, 강대한 전략적 위력체계를 구축하라”고 말했다. 전략적 위력체계는 핵 능력을 뜻한다. 따라서 “강대한”은 핵 운반 수단의 확장과 탄두 숫자의 증강을 의미한다. 미국에 견줄 수 있도록 핵 능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인터넷 정보체계=댓글부대 강화
또 “새로운 영역, 새로운 성격의 작전 역량 비중을 높이며, 무인·지능화 작전 역량을 서둘러 발전시키고 인터넷 정보체계의 건설과 운용을 통일적으로 계획하라”라고도 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새로운 영역은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정보전을 펼칠 댓글 부대를 운영해 사전에 상대의 전의를 상실케 하는 인지전(認知戰) 능력의 강화를 말한다고 홍콩 명보가 17일 분석했다. 중국은 지금도 온라인 공간에서 체계적인 댓글부대를 운용하는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中 군함, 대한해협 두 달 한 번꼴 통과
시진핑의 군사 전략은 주변국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의 첫 항모 랴오닝(遼寧)함이 한국 영해 70해리(약 130㎞)까지 바짝 접근했다. 100해리 떨어져 지나던 관례를 처음 깼다(중앙일보 10월 12일자 8면).
중국 군함은 부산과 일본 쓰시마(對馬)섬 사이의 대한해협을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56회 통과했다고 일본 방위백서가 집계했다(표). 해마다 6.2회, 두 달에 한 번꼴이다. 중국이 상정한 제1도련(島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섬들의 사슬) 돌파가 일상이 되면서다. 일본 홋카이도 남쪽 쓰가루(津輕), 오키나와의 미야코(宮古),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스 해협과 대한해협은 중국 군함과 군용기의 일상 작전 경로가 됐다.
지난 8월 4일에는 중국의 둥펑(東風) 계열 탄도미사일이 대만 본섬을 가로질렀다. 그중 5발은 대만과 중첩하는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 일본은 주일 중국 대사에게 전화로 강력히 항의했다.
“習 지휘 받고, 習 책임 지며, 習 안심시킨다”
“시 주석의 지휘를 받고, 시 주석에게 책임을 지고, 시 주석을 안심시킨다(聽習主席指揮 對習主席負責 讓習主席放心).”
지난 달 23일 베이징 국방부 청사 옆 중국인민혁명군사박물관. 건군 95주년을 기념해 지난 7월 말 개막한 ‘강군을 이끌어 부흥으로-신시대 국방 및 군대 건설 성취전’에 걸린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시회장에 부조돼 있는 육·해·공 전사 3명의 시선은 맞은편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2019년 건국 70주년 열병식 사진을 향하고 있었다. 사진 옆엔 세 줄의 붉은 글자가 쓰여 있었다. 지휘·책임·안심이 담긴 문구였다. 군이 시 주석의 권력 기반 임을 보여준다.
전시회의 키워드는 군 통수권자의 지휘를 의미하는 ‘영항(領航)’ 두 글자였다. 통수권자는 영수(領首)다. 인민영수를 충성으로 옹호하겠다는 “충성으로 핵심을 지키고 강군의 의지로 분투한다(忠誠維護核心 矢志奮鬪强軍)”는 붉은 12글자가 박물관 앞 광장에 설치됐다.
박물관의 전시회장 입구엔 최신 스텔스 전투기 젠(殲)-20, 중국산 항모 산둥(山東)함, 상륙작전용 헬기항모 하이난(海南)함, 전략 수송기 윈(運)-20의 대형 모형을 배치했다. 뒤로 열병식에서 행진하는 병사의 모형 옆으로 “강국은 반드시 군대가 강해야 한다. 군이 강해야 비로소 나라가 평안할 수 있다”는 구호가 쓰여 있었다.
전시회장엔 각급 군부대 장교와 사병의 단체 참관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관람을 마친 장병들은 빠짐없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전시회장은 시 주석의 군 통수를 보여주는 현장이자 장병들의 사상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