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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노인 기준 연령, 점진적으로 올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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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태석 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

이태석 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

1889년 독일 연금 도입과 1925년 영국 노령연금 도입 때 연금수급연령을 65세로 설정하였다. 이후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노인 연령은 65세가 통용되고 있다.

2000년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는 고령자와 관련한 재정 부담이 지속적 증가했음에도 고령자 생활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지만, 고령자 건강과 근로 능력 개선에 따라 실효적 은퇴 연령을 연장하는 추세다.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130년 이상 통용되어 온 65세 노인연령 기준이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재정 재원 문제가 심각한 공적연금의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독일은 65세 11개월, 영국·아일랜드는 66세, 스페인 66세 2개월, 네덜란드 66세 7개월, 미국·이탈리아·그리스·아이슬란드 등은 67세로 상향 조정했고, 추가 조정을 논의하고 있다.

주요국의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은 지속 가능하고 충분한 노인복지사업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인복지사업의 재정 지속가능성과 급여 충분성이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에서 성장 둔화에 따라 제한된 재원 내에서 건강 상태와 근로 능력이 좀 더 열악한 고령자에게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고령자 늘어나며 재정부담 증폭
주요국, 공적연금 수급연령 상향
취약계층 노인은 세심히 살펴야

일자리 찾는 노인

일자리 찾는 노인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구조를 차치하더라도 노인복지사업의 구조적 개편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의 빠른 노인복지사업 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40% 내외의 노인이 중위소득 절반 이하의 소득을 올리고 있고, 앞으로 이러한 추세의 급격한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65세 이상 어르신의 70% 이상에 대해 노인복지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노인 빈곤 문제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라기보다 복지 충분성 문제로 해석된다. 노후 소득이 불충분한 분들에 대한 좀 더 효과적인 지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약 70%가 생산가능인구에 해당해 주요국 중 가장 생산적인 인구 구조를 보이나 앞으로 40년간 노인 인구가 매우 빠르게 증가해 가장 높은 피부양 인구 부담을 가질 것이다. 건강 개선으로 근로 능력이 향상됐음에도 현재 노인연령 기준에 따라 노인복지정책을 마련할 경우, 향후 노인 인구 급증은 제한된 예산 한도에서 일인당 지원 금액을 더욱 낮출 것이다. 물론 노인 복지 예산 확대를 도모할 수 있으나 예산 확대는 조세 부담 증가를 의미하고, 생산 가능 연령 인구 비중 축소와 절대적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인당 조세 부담의 급증을 가져올 수 있기에 현실적인 재원 확대 규모는 상당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장기 세입 증가 둔화 문제와 노인 복지 지원 불충분성 문제에 대응하려면 건강 개선에 따른 고령층 근로 능력 향상을 고려한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을 통해 생산 가능 연령 인구 확충과 피부양 고령 인구 축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노인 연령은 생산가능인구의 연령 상한이며, 피부양 고령 인구의 연령 하한을 동시에 의미한다. 평균적으로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일정 연령 이상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근로 능력과 소득 수준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일정 나이를 기준으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강 상태와 근로 능력이 지속해서 개선되는 추세가 발견된다.

건강 상태 개선을 반영하여 좀 더 취약한 정책 대상에 집중해 좀 더 충분한 정책 지원을 마련하고, 상대적으로 근로 능력이 높아진 고령 근로자의 고용 확대를 통한 조세 기반 확충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65세인 노인 기준 연령을 상황 변화에 맞춰 1세 단위로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인연령 조정은 노동시장 등 사회 전반의 조정이 동반될 필요가 있기에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상향 조정의 폭과 시기에 관한 충분한 논의가 요구되고, 이를 통해 구체적 조정 방안을 마련한 이후 초기 고령층 소득 공백 완화를 위한 자구적 노력을 위한 충분한 조정 기간을 부여하고 관련 법·제도적 기반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 자구적 노력이 어려운 취약계층의 피해를 완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 사업 정책 목표와 비용 구조를 고려해 사업별 보완책을 마련하는 정책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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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