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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연·지연보다 '이게' 더 셌다...'뉴파워맨' 특수부 검사 공통점 [특수부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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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국민이 떠올리는 검사의 상(像)은 ‘특수부 검사’입니다. 국회의원, 재벌 총수, 고위 공직자부터 대통령까지 비리에 연루된 거악(巨惡)을 처벌하고, 사회를 바꾸고, 언론도 대서특필하고…. 시쳇말로 폼 나니까 대다수 검사가 선망합니다. 검찰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특수부 검사가 누구인지를 봐야 합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거쳐 ‘특수통’으로 불리는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특수부 검사는 검찰 내 1%의 엘리트로 통한다. 그런 특수부 검사들이 우리 정치의 파워 엘리트로 등장했다. ‘특수부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윤석열 정권을 이해하려면 특수부를 관통하는 인맥과 문화를 꿰뚫어 봐야 한다. 정부 요직에 포진한 전·현직 특수부 검사를 중심으로 펼쳐질 국정과 사정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부 간부 16명 중 11명 ‘윤석열 사단’

중앙일보는 윤호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연구팀과 함께 특수부를 주도할 미래 세력을 분석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2·3부(옛 특수부)와 공정거래조사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 소속 검사 38명이 그 대상이다. 이들 38명은 특수통인 한동훈 장관이 ‘특수수사’를 부활시키면서 작심하고 선발한 정예 멤버다. 앞으로 벌어진 사정 정국의 핵심 인물들이다.

분석 결과 검사 시절 윤 대통령이나 한 장관 혹은 소속 부장과 직접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절반에 근접했다(42%, 16명). 학연·지연보다 특수부 근무연(緣)이 더 끈끈했음을 의미한다. 고참 검사일수록 선배 검사와 직접적 근무연으로 얽혔고, 신참 검사일수록 전문 분야가 확실했다. 윤호영 교수는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인연의 고리’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송경호 현 서울중앙지검장 등 특수부 간부 16명 중 11명은 윤 대통령, 한 법무장관과 함께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수사에서 근무연을 쌓았다(송경호·고형곤·엄희준·김영철·강백신·이정섭·단성한·강성기·김민구·호승진·이승학).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다. 믿고 쓸 수 있는 ‘내 사람’을 특수수사 요직에 배치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대검 반부패수사부장일 때 수사지휘과장으로 보좌하던 엄희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국정농단 특검에서 보좌한 김영철 반부패수사2부장이 대표적이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윤석열 팀장) 소속이었던 단성한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장도 한 장관과 근무연으로 맺어 있다.

서울고검장을 지낸 조은석 감사원 감사위원은 특수부 근무연에 대해 설명했다. “서열을 따지고 수직적일 것 같지만, 아닙니다. 평검사가 슬리퍼 신고 부장 방을 들락날락하고 맞담배도 피울 정도로 수평적이지요. 부장도 밑에서 뭘 가져와야만 자기 성과가 되기 때문에 후배를 막 다루지 못합니다. 무서우리만큼 성과 중심입니다.”

“한번 특수부, 영원한 특수부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법조 인맥

윤석열 대통령의 법조 인맥

간부급 특수부 검사가 윤 대통령, 한 장관과 근무연으로 얽힌 경우가 다수라면 평검사는 눈에 띄는 수상 실적이 있거나 전문 분야가 있는 ‘차세대 에이스’가 발탁됐다. 분석 대상 평검사 22명 중 19명이 해당됐다. 반부패수사부·공조부 소속 박성진·홍상철·오진세 등이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등 기관장 표창을 받았다. 남재현(회계사)·이재표(변리사) 검사는 전문 분야가 확실한 경우다.

근무연을 중시하다 보니 학연이나 지연은 약해졌다. 38명 중 대학별로는 서울대 17명(45%), 고려대 6명(16%), 연세대 5명(13%), 한양대·경찰대 각각 2명(5%)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3명(34%)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경남(PK) 6명(16%), 대구·경북(TK)과 호남·충청 각각 5명(13%)이었다. 여성은 2명(송민주·문정신, 5%)뿐이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끈끈한 근무연은 동전의 양면이다. 윤호영 교수는 “근무연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이어질 경우 밀접한 운명공동체 관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식 전 서울고검장은 “‘한번 특수부는 영원한 특수부’가 아니다. 세평(世評)을 중시하는 검찰 특유의 평판 조회 문화가 거름망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근무연을 통해 ‘그들만의 리그’가 ‘전관예우’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수부가 사건을 맡아야 특수부 출신 변호사가 돈을 벌 수 있는 공생관계가 엄연한 상황에서 폐쇄적인 근무연을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분석했나

① 부장(특별검사팀)과 소속 검사 ② 검사장(차장)과 소속 부장(부부장) 검사 ③ 차장(부장)과 평검사 ④ 파견 등을 통해 같은 사건을 수사한 경우를 근무연으로 분류했다. 이를 토대로 윤호영 이화여대 교수는 ‘네트워킹 기법’을 적용해 누가 누구와 어떤 업무로, 얼마나 자주 얽혔는지 관계망을 분석했다. 일종의 검찰 권력 지형도다. 근무연 그래픽에서 원의 크기는 근무연이 많을수록 커지고, 비슷한 근무연을 공유할수록 거리가 가까워진다. 선의 굵기는 근무연이 많이 겹칠수록 굵어지도록 표기했다. 분석 내용을 검증·보완하고 의미를 부여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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