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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료를 왜 대출자가 부담? 대출가산금리 손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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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시중은행의 대출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예치금(지준금)이 빠지게 된다. 대출자는 예금자와 달리 예금보험료와 지준금을 낼 필요가 없는데도, 가산금리에 이 비용이 포함된 탓에 대출자도 이를 부담해 왔다. 지난 5년간 시중은행이 예금보험료와 지준금을 가산금리에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출자(차주)에게 받아온 금액은 2개 은행에서만 3조5000억원에 달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정에 기준이 되는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개정해, 예금보험료와 지준금을 가산금리 항목에서 빼기로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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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규준에 따르면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출된다. 모범규준 상 기준금리는 코픽스나 금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대출 상품마다 기준(준거)으로 삼는 금리를 뜻한다. 코픽스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듯, 대출의 기준금리는 시장금리에 따라 달라진다.

가산금리는 업무 원가나 리스크·유동성·신용 프리미엄, 자본비용, 법적 비용, 목표이익률을 따져 은행마다 제각각 책정한다. 은행의 영업 노하우 등이 반영돼 ‘영업 비밀’로 여겨진다. 은행은 이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가산금리 산정과 관련해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예금보험료와 지준금은 모두 대출자가 아닌 예금자를 위한 제도다. 예금보험료는 예금자 보호(원금과 이자 포함 5000만원)를 위해 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보험료다. 지준금은 각 은행의 전체 예금액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중앙은행에 맡기도록(예치) 해, 예금자가 언제든 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보험료와 지준금이 대출자가 부담할 성격의 법적 비용이 아닌 데다, 예금자들이 이들 비용을 내는 만큼 은행이 이중으로 돈을 받고 있다는 지적에 (가산금리 산정 항목에서) 빼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처럼 시중은행이 이중으로 부과한 비용만 지난 5년간 3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5대 시중은행이 가산금리에 포함한 법적 비용은 10조2098억원이다. 법적 비용은 보증기관에 내는 출연료와 교육세, 예금보험료, 지급준비금으로 구성된다.

이 중 예금보험료는 최근 5년간 2곳 은행에서만 총 2조1994억원(우리은행 8503억원, 국민은행 1조 3491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가산금리에 부과된 지급준비금도 2곳에서만 1조1822억원(우리은행 5522억원, 국민은행 6270억원)이었다.

가산금리에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을 부과해 온 두 은행은 “다른 은행의 대출금리와 가산금리가 최종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만큼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액수를 다른 명목으로 부과하고 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금융당국 측은 “이번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가산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준금과 예금보험료뿐 아니라 교육세도 사실상 은행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대출자에게 전가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시정이 필요하다”며 “이번에 (가산금리 산정에서) 빠진 법적 비용이 다른 명목으로 가산금리에 부과되지 않고 실제 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게 금융당국이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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