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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통일교 조사 지시…“법원에 해산명령 청구 가능성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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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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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에 대한 직접 조사에 나선다. 일본에서 특정 종교에 대한 정부 조사는 사상 처음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사망을 계기로 자민당 등 일본 정계와 통일교 간 유착 문제가 확산하자 통일교의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17일 나가오카 게이코(永岡桂子) 문부과학상에게 종교법인법에 따른 ‘질문권’ 행사를 통한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오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나가오카 문부과학상은 “조사 도중 해산명령 청구가 가능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경우에는 빠르게 법원에 (해산명령) 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 1995년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 역에서 사린가스를 이용한 테러를 한 후 1996년 특정 종교단체에 대해 조사할 수 있도록 종교법인법을 개정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옴진리교를 해산하려 했지만, 관련 근거가 없었다. 이후 법을 개정해 문부과학성이나 광역지방자치단체인 도도부현이 법에 명시된 ‘질문권’을 행사해 법 위반 여부를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시다 총리가 이번에 지시한 ‘질문권’을 이용하면 해당 종교법인의 임원들로부터 운영실태나 업무 등에 대한 자료를 보고받고 질문할 수 있다. 또 해당 종교단체가 공공복지에 해를 끼쳤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종교법인법에 따라 법원에 해산명령까지 청구할 수 있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은 “조사 결과에 따라 해산명령 청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번 통일교 조사 지시 배경엔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사건이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7월 8일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당시 테러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는 모친이 해당 종교에 빠져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언급했는데 이후 자민당 인사를 중심으로 통일교와의 유착관계가 연이어 드러나면서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 됐다.

기시다 내각은 지난달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지지율 29%를 기록한 데 이어 최근 지지통신 여론조사(지난 7~10일)에서도 27.4%를 기록하며 정권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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