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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신임 재무장관 "트러스 감세안 대부분 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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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헌트 영국 신임 재무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제러미 헌트 영국 신임 재무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제러미 헌트(56) 영국 신임 재무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간) 리즈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을 거의 대부분 되돌릴 것이라고 밝혔다.

헌트 장관은 이날 영상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소득세율 인하를 완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이후 최저 소득세율을 20%에서 19%로 낮추는 인하안을 아예 취소해버리고, 경제 여건이 될 때까지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했다.

또 영국 가정에 대한 에너지 요금 지원을 2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내년 4월부터는 취약계층 위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 밖에 배당세율 인하, 관광객 면세, 주세 동결 계획 등도 모두 뒤집었다.

단 이미 의회를 통과한 주택 취득세율 인하와 소득세 격인 국민보험 분담금 비율 인상 취소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헌트 장관은 지금까지 취소된 감세정책 규모가 연 320억파운드(약 32조원)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영국 정부는 연 45억 파운드(약 73조원) 규모 감세안이 포함된 미니예산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전 정부에서 발표한 증세 계획을 백지화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세계 금융시장 전체가 혼란에 휩싸이면서 트러스 총리는 부자 감세와 법인세율 동결을 철회하며 두 차례 '정책 유턴'을 했다.

트러스 총리는 이 감세안의 집행자였던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을 경질하고 지난 14일 헌트 장관을 임명했다. 헌트 장관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예산안 일부를 예정보다 2주 앞당겨 이날 긴급 발표했다.

헌트 장관은 "어떤 정부도 시장을 통제할 수 없지만, 정부에겐 경제 안정과 공공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줄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감세를 위해 나라 빚을 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세금과 공공지출에 관해 어려운 결정을 더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트 장관의 발언에 이날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다소 진정된 분위기다. 발표 직후 영국 국채 금리는 하락(가격 상승)했고, 파운드화는 1% 올라 1.13 달러를 기록했다.

헌트 장관은 이날 오후 의회에서 감세안 철회에 관해 설명할 계획이다. 당초 콰텡 전 재무부 장관은 오는 31일에 예산안과 함께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의 중기재정전망을 함께 내놓을 예정이었다. 전체 예산안과 OBR 중기재정전망은 예정대로 발표된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관련, 트러스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서 "영국 국민이 안정을 원하고, 그것이 우리가 경제 여건 악화로 인해 직면한 심각한 문제에 대응하는 이유"라며 "성장을 위한 새로운 경로를 짜기 위해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총리가 의견을 듣고 시장안정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지난 주말 재무장관과 만나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총리가 아니라 재무장관이 상황을 통제 중이라는 의견은 일축했다.

CNN은 "이 같은 조처는 트러스 총리가 3주 전에 발표한 감세안을 완전히 뒤집은 것으로, 트러스 총리는 위험한 정치적 입지에 놓이게 됐다"고 전했다.

영국 정치권에선 트러스에 대한 퇴진 압박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보수당 의원 4명이 공개적으로 사임을 요구했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은 보수당이 모든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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