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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尹 언급한 ‘카카오=기반통신’…부가통신사업자 규제, 어떻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연합뉴스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연합뉴스

민간 기업인 카카오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15일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가 남긴 질문이다. 사흘째인 17일 오후까지도 완전 복구가 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자 “카카오에도 국가 기간통신사업자와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신사는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로 전력공급망 이원화 등 의무를 지게 됐다.

무슨일이야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카카오 통신망은)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기반 통신망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카카오 화재 사건을 계기로 민간 인터넷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가 기간통신사업자(통신·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확인했다며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가통신사업자 책임 강화 방안을 준비 중이다.

2018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현장에서 국과수 감식단이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 . 뉴스1

2018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현장에서 국과수 감식단이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 . 뉴스1

뭘 규제하나

부가통신사업자인 카카오는 그동안 기간통신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 수준이 약했다. 전국적으로 통신 망을 깔고 서비스하는 기간통신사업자에 비해 그 망을 토대로 사업을 하는 인터넷 기업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기 때문. 예컨대 기간통신사업자는 이중화 설비 등을 점검 받고 외국인 주주 비율도 제한되지만, 부가통신사업자는 별 다른 제약이 없다. 현재 기간통신사업자는 통신3사 등 77곳, 부가통신사업자는 1만 5000곳이다. 웬만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은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된다. 이제 문제는 정부가 민간 기업의 시설물과 사업에 어디까지 규제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것.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① 물리적 보호조치 추가되나
◦ ‘넷플릭스법’의 한계 확인: 2020년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넷플릭스법)은 넷플릭스·구글·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부가통신사업자에 서비스 안정성을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관련 법 위반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카카오에 자료 제출을 요구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법령이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엔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리적 재해가 아닌 트래픽 안정성 확보에 방점 찍힌 데다, 업체가 자체적으로 지침을 수립하고 지키면 되는 자율규제 성격을 띄기 때문이다.

◦ “민간 데이터센터도 국가재난관리 대상” : 관심은 데이터센터로 모이고 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변재일(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은 데이터센터 규제를 담고 있다. 핵심은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국가 재난 관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 이럴 경우 정부는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에게 보호 조치와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사업자들은 재난 발생 시 정부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 “데이터센터 임차 기업도 책임”:변 의원 발의 법안은 현재 시설 보호 조치 의무가 없는 임차 기업(이번 사태에선 카카오)에도 책임을 지우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호 조치 대상자에 ‘시설을 임차해 데이터센터를 운영·관리하는 자’를 추가한 것. 지난 20대 국회에서 무산된 일명 ‘데이터센터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재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법안에선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대상에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포함했으나, 업계와 일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주요 부가통신사업자와 데이터센터의 재난 관리 계획에 대해 정부가 이행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② 이용자 보호 의무, 통신사 수준으로?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대규모 부가통신 사업자에 한해서라도 서비스 장애 발생시, 배상 규정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간통신사업자처럼 이용약관 신고 의무를 지워야 한다는 것.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통신사 등 기간통신사업자는 이용약관 시행 전 정부에 신고하고 정부가 보완을 요구하면 따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부가통신사업자의 경우, 약관으로 정한 손해 배상 범위에 정부가 보완을 지시할 근거는 없다. 카카오의 경우 ‘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불가항력의 상태에서 발생한 손해’(제 15조) 등은 배상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기정통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부가통신사업자의 통신서비스 중단 현황’에 따르면 카카오에서는 5년간 19건의 장애가 발생했으나 일부 유료서비스에 대해서만 이용료 할인과 쿠폰 제공 같은 간접 보상이 이뤄졌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은 지난 4일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부가통신 사업자에게도 기간통신 사업자에 준하는 책임과 장애 배상 규정 등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틀째인 16일 오후 9시쯤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김정민 기자

경기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틀째인 16일 오후 9시쯤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김정민 기자

앞으로 지켜볼 점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면서 서비스 안정성을 유지할 의무를 지우는 등 규제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국가가 민간기업을 규제할 수 있냐”는 반발과 구글 등과 같은 해외 빅테크와의 역차별 논란이 항상 뒤따랐다. 20대 국회에서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체감규제포럼 등 4개 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며 데이터센터법이 무산된 바 있다.

카카오 먹통 사태가 벌어진 만큼 이번엔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실제 실행까지는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민간 기업의 자율 규제를 독려해왔던 데다, 우려와 국내외 기업 간 형평성 문제도 넘어야할 산이다. 해외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들에는 규제 실효성이 떨어져 국내 기업만 잡는다는 ‘역차별’ 우려가 크기 때문.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실적으로 민간 기업의 무료 서비스에 공공재 성격을 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특히 구글과 같은 해외 기업과 한국 기업들 간 역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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