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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서 스파크” CCTV에 찍혔다…카카오 책임론 비등,배터리는 SK온 제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카오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전기실 내 배터리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7일 리튬이온배터리 내부 또는 주변의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배터리 1개 세트에 불이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2차 감식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배터리는 SK온(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의 배터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감식 결과는 향후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SK C&C와 카카오간 책임 공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데이터센터 화재로 장애가 있었던 카카오의 각종 주요 서비스들이 속속 오류를 바로잡으면서 점차 정상을 되찾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데이터센터 화재로 장애가 있었던 카카오의 각종 주요 서비스들이 속속 오류를 바로잡으면서 점차 정상을 되찾고 있다. 연합뉴스

2차 현장 합동 감식…CCTV서 실마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차 합동 감식에는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 전문가들이 함께 나서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20분까지 진행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불이 난 시각은 지난 15일 오후 3시 19분이었다. SK C&C 측이 소방당국에 화재 신고를 접수한 시각은 오후 3시 33분이었다.

화재 원인의 규명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현장에 설치된 CCTV였다. CCTV에는 전기실 내 배터리 중 1개에서 스파크가 일어난 뒤 화재가 발생하고, 이후 곧바로 자동소화 설비가 작동해 가스가 분사되는 장면이 담겨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이 난 리튬이온배터리는 배터리모듈 11개가 1개의 랙(선반)을 채우고, 이 랙 5개가 1개의 배터리 세트를 이루는 형태다. 이번 화재로 1개의 배터리 세트 전체가 탔고 인근에 잇던 전력케이블과 납축전지 등도 불에 탔다.

화재 발생 이후 약 1시간 뒤인 오후 4시 52분 소방당국은 SK C&C 등과 협의해 전원을 모두 차단했다. 당시 소방당국은 “배터리 온도를 낮추기 위해 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누전 위험이 있으니 전력을 차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오후 5시 46분쯤 1차 불길을 잡았고. 오후 11시 45분에 완전히 진화됐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리튬이온배터리는 기존에 활용하던 에너지 저장장치인 납축전지보다 전력 밀도가 2배 이상 높아 전기차, 데이터센터에서 활용된다. 다만 열과 충격에 취약해, 고온에 노출될 경우 폭발 위험성이 있다. 소방 관계자는 “기계 내부의 열을 잡아야 하는 데다 밀폐된 구조상 육안으로 완전히 진압됐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워 완진에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이날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 모듈 1개를 정밀 감정해 원인 배터리의 결함이나 과열에 의한 것인지, 전선 단락 등에 의한 화재인지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 화재현장에서 현장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 화재현장에서 현장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소상공인‧택시 등 보상 요구 목소리 높아져

 카카오 서비스 장애가 장기화되면서 피해를 본 이용자들 사이에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카카오 피해 접수센터’를 가동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플랫폼에 의존해야 하는 소상공인 매장은 갑작스런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갖추지 못해 그 피해가 더욱 컸다”며 “카카오톡 먹통으로 단체 주문을 못 받은 자영업자 등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업계 역시 카카오에 피해 보상을 요구할 방침이다. 일부 변호사들은 네이버에 손해배상 관련 카페를 열고 집단 소송 참여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카카오 서비스 불통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이용사업자들의 피해 규모를 철저히 조사하고 배‧보상토록 해야 한다”며 “부가통신서비스와 기간통신서비스를 동일한 기준으로 보긴 어렵지만, 일정 수준 이상 부가통신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에게는 배상의무 등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2차 감식 결과와 향후 국과수 정밀감정 결과는 향후 법적 분쟁의 향방에 핵심적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카카오가 이용자 일반에 배상책임을 지게 될 경우 화재 발생 원인과 책임소재가 SK C&C에 대한 구상 청구 가능성과 규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부실한 이중화 작업으로 인한 피해 등은 카카오 고유의 책임이 되겠지만, 데이터센터 관리 부실 등이 화재의 원인으로 진단된다면 SK C&C도 책임을 면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배터리의 구조 결함 등이 확인될 경우 배터리 제조사도 연쇄적으로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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