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도 ‘핵 증강’ 시사…푸틴 위협에 北ㆍ中 ‘핵 개발 도미노’ 우려

중앙일보

입력

16일 개막한 중국의 당대회 연설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강대한 전략 위력 체계 구축"을 공언했다. 사실상 핵 전력의 현대화를 포함한 군사력 증강 의지를 드러낸 말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술핵 위협을 가하고 북한이 무차별 핵 도발을 감행하는 현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업무보고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업무보고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싸워 이길 능력 갖춰야"

시 주석은 16일 연설에서 '안보'를 50번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특히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포기를 절대로 약속할 수 없다"며 사실상 임기 내 대만 침공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강화하고 전략과 전술을 발전시켜 강대한 전략적 위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가에선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 가능성을 강조하며 내세운 '강대한 전략 위력 체계'에 대해 대만침공을 염두에 둔 핵 전력 증강 방침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시 주석의 발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술핵의 실전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푸틴 이은 시진핑의 긴장 고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영토가 위협 받는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지난달 21일)며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는 중·러의 핵 관련 움직임과 관련 1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핵 아마겟돈(인류 최후 전쟁) 발발 위험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며 "공교롭게 쿠바 미사일 위기로부터 60년만에 열리는 이번 중국의 당대회는 최근의 불거진 핵 전쟁 위험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AP 통신도 같은 날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국방비를 많이 쓰는 나라로 해외 군사기지 구축, 군용기와 탄도미사일 개발로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업무보고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업무보고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동북아 '핵 도미노' 우려도

실제 러시아이 핵 위협은 이미 1945년 이후 수십년간 유지돼온 '핵 불사용 전통'을 흔드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 침공의 책임으로 국제적으로 코너에 몰린 러시아는 최근 핵 장비 전담 부서의 열차를 우크라이나 전방을 향해 이동시키고, '지구 종말의 무기'로 불리는 핵 어뢰 '포세이돈'을 탑재한 잠수함을 북극해로 출항시킨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사실상 "실제로 핵을 쓸 수도 있다"는 위협에 가깝다.

푸틴 대통령이 실제 전술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는 물론, 핵 카드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연쇄적인 핵 개발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만에 하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술핵을 사용할 경우 그간 국제사회에서 금기시했던 핵사용의 '문턱'이 무너지게 된다"며 "자칭 핵보유국을 주장하는 북한의 위협 수위가 훨씬 높아질 뿐 아니라, 중국 등 기존 핵 보유국의 태도도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핵탄두 격차 줄어든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중국 군사ㆍ안보 전개 상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의 핵 개발 속도가 빨라져 2030년에는 적어도 1000기 이상의 핵 탄두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의 핵탄두는 약 200여개 수준으로 파악되는데 미국이 갖고 있는 3750개의 핵탄두와 그 격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 주석의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수차례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맞대응 형식으로 나왔다. 동북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17일 "미ㆍ중 전략경쟁 심화,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동맹ㆍ파트너 연계 강화 노력에 대응해 중국은 건군 100주년인 2027년까지 향후 5년동안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대만의 독립 움직임이 있을 경우 외부의 간섭을 차단하고 군사력으로 대만을 장악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하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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