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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동차 회사들이 눈독 들이는 이 나라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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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인구 7000만 명, GDP 세계 25위. 규모로만 봤을 때 거대한 시장이라고 볼 수 없는 이 나라에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바로 '태국'이다.

지난 9월 8일, 중국의 전기차 회사 비야디(比亞迪·BYD)자동차 태국 법인은 태국 산업단지 개발 및 운영기업인 WHA 그룹과 토지 구매 및 공장 건립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태국 투자청 관계자에 따르면 비야디는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라용성 지역에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금액은 총 179억 바트(약 6744억 원)에 이른다. 비야디가 해외에 승용차 생산 라인을 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야디는 연간 15만 대 생산 설비를 갖추고, 2024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비야디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부장 류쉐량 [출처 비야디]

비야디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부장 류쉐량 [출처 비야디]

태국을 눈 여겨 보고 있는 건 비야디뿐만이 아니다. 허중신에너지자동차(合眾新能源汽車·HOZON)의 전기차 브랜드 네타(哪吒·눠자)도 태국 시장에 서둘러 진출했다. 지난 9월, 네타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배치된 네타V 모델을 공식 출시했으며, 허중신에너지자동차는 태국 국영석유공사(PTT)와 협력해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 배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태국에 완성차 공장을 보유한 상하이자동차(上汽·SAIC)와 창청자동차(长城·GWM)도 현지 전기차 생산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와 창청자동차가 기존에 출시한 전기차 모델은 이미 태국 도로에 달리는 전기차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 사업 규모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2023년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태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창청자동차 역시 2024년 현지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태국 내 GM 조립 공장을 인수했다.

2022년 3월 27일, 태국 방콕 모터쇼 현장. 창청자동차의 전기차 모델인 '오라굿캣(ORAGoodCat)' [출처 셔터스톡]

2022년 3월 27일, 태국 방콕 모터쇼 현장. 창청자동차의 전기차 모델인 '오라굿캣(ORAGoodCat)' [출처 셔터스톡]

애플의 주문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도 태국 국영석유공사와 손잡고 10억 4000만 달러(약 1조 4882억 원) 규모의 합작회사 호라이즌 플러스를 설립해 현지 전기차 생산에 나선다. 현재 태국 동부경제회랑에 약 15만 평의 공장 부지를 확보했으며, 2024년 5만 대 생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15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태국 국영 석유공사(PTT, Public Company Limited): 태국에서 가장 큰 에너지 기업으로, 태국 내 석유 탐사와 생산, 정유, 수송 및 판매와 관련 사업 일체를 담당한다. 설립 당시에는 태국석유청(Petroleum Authority of Thailand)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2022년 ‘포브스’가 뽑은 글로벌 2000개 기업에서 232위를 기록했으며 2021년 매출은 705억 5000만 달러(약 100조 9570억)에 이른다.

태국의 적극적인 전기차 투자 유치 정책도 한몫

지난해 5월, 태국 정부는 ‘동남아의 전기차 중심지로 도약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2030년까지 자국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22년 10월부터 2025년 9월 사이 전기차 구매자들에게는 세율을 80% 까지 낮추는 등 각종 세금 혜택을 제공한다.

기업의 경우, 현지 생산 계획을 제시한 업체에게는 전기차 한 대당 최대 15만 바트(약 56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또, 전기차의 부품 현지화율이 40%가 넘게 되면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 참가국끼리는 무관세 수출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태국은 최대 8년 간 법인세(CIT) 면제, 기계류 수입 시 면세를 해주는 등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2021년 4월 11일, 태국의 한 쇼핑몰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 [출처 셔터스톡]

2021년 4월 11일, 태국의 한 쇼핑몰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 [출처 셔터스톡]

태국,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 전기차 생산 허브로 낙점

태국은 '동남아시아의 디트로이트'라고 불릴만큼 자동차 제조 산업이 발달한 나라다. 포드, 혼다, 도요타, BMW 등 주요 자동차 회사는 태국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동남아 국가의 자동차 생산 대수를 살펴보면 태국이 169만 대, 인도네시아가 112만 대, 말레이시아가 48만 대의 차량을 생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즉 태국은 이미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생산 공장이 자리잡고 있어 성숙한 자동차 공급망과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태국은 전기차 부품 공급망이 2000개 이상이며, 인접 국가인 인도네시아에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매장돼 있다. 현대차와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회사는 배터리 주재료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생산 거점을 잡았다.

또 지리적으로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오세아니아(호주, 뉴질랜드) 시장으로의 진출도 용이하다. 2020년 태국 자동차의 수출 비중은 오세아니아가 31.5%, 아시아 국가가 26.7%로 집계됐다. 태국자동차산업협회의 대변인인 수라퐁 파이시파타나퐁(Surapong Paisitpatanapong)은 "유럽과 북미의 수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비야디의 경우, 향후 생산될 15대의 차량 가운데 1만 대는 태국 현지에, 나머지는 동남아와 유럽 국가에 수출할 방침이다.

태국 [출처 셔터스톡]

태국 [출처 셔터스톡]

태국 내 전기차 수요도 급속 성장

올해 1월부터 7월 사이 태국에서 신에너지 자동차의 총 판매량은 49만 대로 그중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전기차 판매율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태국 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1459대로 전년 동기 대비 334.23% 증가했다.

2021년 말 기준, 동남아시아의 인구는 6억 6000만 명을 넘어섰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의 고소득층, 중산층이 2030년 각국 전체 인구의 65%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게다가 이 가운데 35세 이하가 6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친환경, 첨단 모빌리티에 거부감이 없고, 경제력이 있는 젊은 세대에게 '전기차'가 갖는 경쟁력은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크다. 생산 거점으로도, 소비 시장으로도 성장 잠재력도 무궁무진한 태국. 이것이 중국 자동차 회사가 이 나라로 달려가는 이유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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