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괴물 ‘DJI’ vs 통신업체 거물 ‘화웨이’, 자동차 전장에서 맞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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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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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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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엔 닮은 듯 다른, 또 다른 듯 닮은 두 기업이 있다. 바로 화웨이와 DJI다.

두 회사의 고향은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으로 같다. 현재 본사도 선전에 두고 있다. 글로벌 위상 면에서도 닮았다.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 장비 1위 업체, DJI는 글로벌 최대 드론 제조업체라는 명성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 장비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 28.7%를 차지하며 선두를 유지했다. DJI는 거의 모든 드론 시장에서 절대적인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상장 계획이 없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2022년 기준 DJI의 예상 시가총액은 30조 원. 현금 유동성과 드론 산업의 유망이 높아 투자 유치가 순조로워 보이지만, DJI는 아직 비상장 상태다. 화웨이도 마찬가지다. 화웨이는 창업자인 런정페이를 포함한 많은 임직원이 회사 주식 대부분을 소유하는 독특한 지배 구조를 갖추고 있어 상장 계획이 없다.

드론과 통신 장비, 완전히 다른 제품을 파는 회사들이 자동차 산업 진출에 나선 것도 똑 닮았다. 그런데 이마저도 성격이 비슷하다. 화웨이와 DJI는 직접 완성차를 만드는 게 아닌 자동차 회사가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통합 솔루션 업체로 출범했다. 두 회사의  자동차 산업 진출 동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라는 큰 복병에서부터다.

지능형 주행 시스템이 장착된 키위(KiWi) EV [사진 SGMW]

지능형 주행 시스템이 장착된 키위(KiWi) EV [사진 SGMW]

화웨이의 휴대폰 사업은 2020년 미국의 제재로 큰 타격을 입었다. IDC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화웨이의 글로벌 휴대폰 출하량은 1억 8900만대로 전년 대비 21.5% 감소했다. 이에 영향을 받아 2020년 화웨이의 소비자 사업 매출은 4829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3.3% 소폭 증가했다. 이처럼 미국 제재로 위기에 놓인 화웨이는 자율주행차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을 본격화했다.

DJI는 전 세계 개인용 드론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한 글로벌 기업이다. 그러나 DJI 역시 미국 정부의 제재로 미국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며 매출 성장이 큰 타격을 받자 차량 자율주행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자율주행 사업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 어느 정도 숨통을 트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두 기업의 자율주행 산업 진출 동기는 비슷하지만, 방식은 전혀 다르다. 화웨이는 ‘프리미엄’에, DJI는 ‘편의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두 가지 방식이 확연히 갈리면서 자율주행 분야에서 자동차 업체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드론 거물의 자체 ‘알고리즘’ vs 통신 장비 거성의 ‘하드웨어’, 승자는?

DJI와 화웨이의 본격적인 경쟁은 지난해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기업은 단연 화웨이였다. 2019년만 해도 ‘차를 만들지 않겠다’ 선언했던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전기차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첨단 기술이 부족한 자율주행차 업체에 ‘핵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프리미엄’을 목표로 자율주행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화웨이는 강력한 하드웨어에 기반을 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자동차사에 자율주행 기술 공급을 목표로 5G-AI 칩-Adaptive AUTOSAR-자율주행센서 등을 종합적으로 개발해 왔다. 4D 이미징 레이더도 자체 개발했다. 4D 이미징 레이더는 물체를 3D로 인식할 수 있는 레이더 기술로 날씨 조건에 강인하여 최근 개발되고 있는 센서다.

화웨이는 모터쇼 개막을 앞두고 상하이 시내에서 세계 최초로 자율 주행능력을 선보이며 대중의 관심을 끈 바 있다. 모터쇼 당일엔 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해 만든 ‘ARCFOX 알파 S 화웨이 HI’ 신에너지차를 전시했다. 해당 차량은 레이저 레이더를 3개 장착해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전시 당일 화웨이카는 연일 많은 관중을 끌어모으며 인기를 끌었다.

프리미엄의 명성에 걸맞게, 화웨이 시스템은 상당히 고가에 팔리고 있다. 한때 평균 차량 가격이 약 8만 위안에 불과했던 창청자동차(長城汽車·GWM)는 화웨이의 하드웨어 및 컴퓨팅 플랫폼을 탑재한 최대 488,000위안의 고급 브랜드 샤롱(沙龍· SAR Motor)을 출시했다. 차량 평균 가격을 10만 위안에 맞췄던 창안자동차 역시 화웨이 시스템을 탑재한 이후 60만 위안대 프리미엄 모델 아웨이타(阿維塔)를 선보였다.

2021 상하이모터쇼에 전시된 화웨이 아크폭스 알파에스(αS) HI. [사진 AFP]

2021 상하이모터쇼에 전시된 화웨이 아크폭스 알파에스(αS) HI. [사진 AFP]

DJI도 지난 상하이모터쇼를 계기로 자동차 자율주행 사업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고객 확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DJI였지만, 폴크스바겐과 상하이GM우링(SGMW)의 수주를 따내는 등 큰 성과를 이뤄냈다. 협상 체결 이후 지난해부터 상하이GM우링은 DJI 차량용 시스템을 탑재한 친환경 자동차를 양산해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DJI의 차량용 시스템인 ‘링시(靈犀)스마트 드라이빙 시스템’은 하드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특징이 있다. 드론 분야에서 축적된 양안 비전 기술을 오토파일럿 시스템에 이전했으며, 양안 융합 포인트 클라우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기하학적 정보를 획득해 전방 장애물이 주행을 방해하는지 판단한다. 해당 알고리즘의 가장 큰 특징은 사전 학습이 필요하지 않으며, 동적 및 정적 장애물을 포함해 운전을 위협하는 모든 시나리오를 식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DJI는 모터쇼에서  시간당 0~80km로 달리는 도시용 시스템  D80과 D80+을 출시했는데, 이는 기본 사양으로 L2급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이는 차량 가격을 대폭 하락시키는데, 실제로 DJI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은 10만 위안 안팎에서 판매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 계열인 바오준의 전기차인 키위 EV [사진 상하이우링]

상하이자동차 계열인 바오준의 전기차인 키위 EV [사진 상하이우링]

이처럼 화웨이는 자동차 제품에서 ‘핵심 코어가 쌓일수록 좋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DJI는 ‘하드웨어가 부족하니 알고리즘으로 보충한다’는 논리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제품에서 가성비 노선은 상당한 판매량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자동차 산업에서 비용과 성능, 신뢰성을 동시에 고려하기엔 어려운 경우가 많다.

DJI의 링시 스마트 드라이빙 시스템의 현재 소프트웨어 버전은 신호등을 인식할 수 없으며 교차로에서 여전히 수동 개입이 필요하다. 또한 고정밀 지도가 지원되지 않아 교차로나 도로 상황이 복잡해지면 수동 인계가 필요하다.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현재 DJI의 기술력이 상하이우링에 맞춰져 있다는 것. 이 경우 차세대 라이다 제품이 출시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이는 화웨이와 정면승부로 맞붙을 수 있어 DJI의 경쟁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화웨이도 하드웨어 라이다 제품만 양산했을 뿐, 소프트웨어 부분의 업그레이드는 현재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기술적 루트가 어떻든, 양산차에 최종 착륙한 이후에는 ‘경험’과 ‘신뢰성’의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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