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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돈 이렇게 北갔나 "수억씩 숨긴 직원, 당일치기 中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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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쌍방울그룹의 정관계 유착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17일 쌍방울그룹 등을 압수수색했다. 뉴스1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쌍방울그룹의 정관계 유착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17일 쌍방울그룹 등을 압수수색했다. 뉴스1

 검찰이 쌍방울 그룹이 수십억원어치의 달러 등을 밀반출한 정황을 포착하고 17일 서울 소재 쌍방울 그룹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쌍방울의 대북 사업 시기와 쌍방울의 밀반출 시기가 겹치는 점 등에 주목해 이 돈이 북한 측에 흘러갔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檢, 쌍방울그룹과 계열사 등 압수 수색…외화 밀반출 혐의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의 이날 압수수색 대상엔 쌍방울 그룹과 쌍방울 본사, 쌍방울 계열사인 광림·나노스(현 SBW생명과학)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영장에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적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쌍방울 그룹의 외화 밀반출이 당시 회장인 김성태씨 등이 2019년 1월과 11월 중국 선양에서 북측 인사와 만나기 직전 시점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경제 협력 합의서를 작성했던 1월 행사엔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2억6000만원 뇌물을 포함해 3억 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도 참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밀반출에는 국내에서 쌍방울 그룹 임직원 수십여명이 동원됐다. 1인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을 달러 등으로 환전해 개인 소지품 사이에 숨겨 출국하는 방식으로 해외로 빼돌리는 식이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미화 1만 달러(약 1400만 원)가 넘는 외화를 해외로 반출할 때는 세관에 신고하게 돼 있다. 이렇게 출국한 쌍방울 임직원들은 중국 현지 공항에서 쌍방울그룹 방모 부회장(구속 기소)에게 밀반출한 외화를 전달한 뒤 곧바로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돈이 북측 인사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지방.고등검찰청 전경. 중앙포토

수원지방.고등검찰청 전경. 중앙포토

직원들 사이에서도 “문제 생기는 것 아니냐” 걱정 

 수십명의 직원들이 동원되면서 당시 쌍방울 그룹 내에서도 뒷말이 무성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쌍방울 관계자는 “2019년에 직원들이 환전한 돈을 중국으로 밀반출했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당시에도 ‘이 돈이 북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밀반출에 가담한 직원들까지 외국환 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고 전했다.

쌍방울이 북측 인사를 만나는 자리엔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안모씨도 함께 했다고 한다. 안씨는 2019년 1월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의 이사로 영입됐다. 나노스는 안씨 영입 이후 사업 목적에 광산 개발업과 해외 자원 개발업을 추가했다. 당시 북한과 경협 합의로 나노스가 희토류를 포함한 북한 광물에 대한 사업권 등을 약정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스닥 상장사인 나노스의 주가는 급등했다. 검찰은 2017년 2월 나노스의 전환사채(CB) 200억원을 인수한 쌍방울은 201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전환사채 180억원어치에 대한 주식전환 청구권을 순차적으로 행사해 약 1558억원 상당의 지분을 확보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 서빙고역 인근 쌍방울그룹 본사 내에 있는 아태평화교류협회. 사진은 지난해 11월 촬영됐다. 채혜선 기자

서울 서빙고역 인근 쌍방울그룹 본사 내에 있는 아태평화교류협회. 사진은 지난해 11월 촬영됐다. 채혜선 기자

아태협은 2018년 11월과 2019년 7월 경기도와 필리핀 마닐라에서 각각 열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경기도와 공동 주최했다. 쌍방울은 이 행사에 수 억원을 지원했다. 아태협과 관련해서는 이 행사에 쌍방울 그룹을 끌어들인 경위 외에도 통일부 승인을 받지 않고 북한 만수대창작사 그림 수십점을 불법 보유했다거나 태국에서 ‘APP427’이란 이름의 코인을 발행·상장한 사업을 진행한 배경 등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제기돼 있는 상태다.

검찰은 이같은 아태협 사업들이 쌍방울 그룹의 외화 밀반출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밀반출한 돈이 쌍방울이 북한 광물 사업권 획득이나 북한 고위직의 아태협 행사 참석의 대가 혹은 밀반입한 그림의 대가 등의 명목으로 북한 측에 건네졌을 가능성(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을 염두에 두고 자금 흐름을 분석 중이다. 검찰은 지난 14일 아태협 사무실과 쌍방울 그룹 전직 간부, 아태협 회장 안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고, 조만간 안씨 등 아태협 관계자와 이들과 공모해 외화를 밀반출한 임직원 등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북한 그림 밀반입 의혹에 대해서는 관세청의 조사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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