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살아 보세~유학생들 10년째 조기청소…에티오피아가 반한 새마을운동 성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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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들이 10년째 새마을운동 조기청소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유학생들이 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 영남대

지난 7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본관 총장실. 데시 달케 두카모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가 최외출 영남대 총장을 찾았다. 에티오피아 대학에 새마을학과 설립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그는 "에티오피아 대학에 새마을학과 설립 도움을 줬으면 한다"며 "더 나아가 새마을개발 모델을 국가 차원으로 적용하는 것도 도와달라"고 말했다.

데시 대사는 에티오피아 남서부에 위치한 남부국가민족주 주지사 시절이던 2015년 영남대 새마을 연수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는 "연수를 받으며 새마을운동과 새마을정신이 개발도상국에 필요하다는 것을 확신했다"면서 "에티오피아를 잘살게 할 새마을운동 활성화가 우리나라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총장은 “에티오피아는 한국과 수교하기 10년 전 한국전쟁에 참전해 생명과 자유를 지켜준 혈맹이다. 형제의 나라 에티오피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에티오피아 대사가 새마을운동 지원을 외교부나 교육부 등이 아닌 영남대에 한 이유는 영남대가 아프리카 콩고 등 개발도상국 유학생들이 '새마을운동'을 공부하는 국내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 새마을운동 공부하는 곳

외국에서 새마을운동을 배우러 온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새마을국제개발학과 유학생들이 모내기 체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촬영된 사진이다. 뉴스1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시에서 차로 50여분 거리에 있는 영남대에는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이 있다. 대학원 건물 벽면은 페루·쿠바·카메룬·콩고 등 60여 개국 '개발도상국' 국기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이들 나라 유학생이 새마을을 공부하는 곳이라는 의미다. 2022년 2학기 중인 현재 대학원에는 말라위·르완다·콜롬비아 등 19개국 유학생 43명이 새마을운동을 배우고 있다.

이들 나라 유학생들이 '새마을운동'을 공부한다고 단기 연수 프로그램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1년 3학기, 4학기 과정 정규 대학원이다. 학생들은 4학기 30학점 이상을 이수한 후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시골 찾아가는 특별과정도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앞에서 2018년 단체 사진을 촬영 중인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유학생들. 사진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영남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언어가 다르지만, 모든 수업은 영어로만 진행된다. 입학도 쉽지 않아서, 평균 3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과정은 강의만 듣고, 과제만 제출하는 방식이 아니다. 학생들은 수시로 농촌을 찾아 모내기 같은 현장 체험을 한다. 딸기·버섯 따기, 폐수처리 시설 견학, 사과 선별장 찾기, 비료 생산공장 견학 같은 수업도 있다.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한국의 농촌을 찾는 특별활동이 전공과목에 편성돼 있을 정도다.

전공과목 역시 특별하다. 박정희 리더십의 이해, 새마을정신의 이해, 새마을운동 사례 연구, 농촌개발론 같은 것이다. 모든 교재는 대학원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쓴다. 논문을 실기 위해 '새마을로지(Saemaulogy)'라는 학술지까지 별도 발행한다.

66개국 724명 석사 배출

1970년대 새마을운동. 중앙포토

특히 매월 1일 오전 7시 30분 녹색 새마을 조끼를 입고, 학생들이 학교에 모여 대청소를 한다. 대학원에서 정한 '새마을정신 실천의 날'로 과거 '새마을 새벽 조기 청소'와 같은 개념이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을 하던 주민들처럼 청소 후 학생들은 한자리에 모여 도시락(샌드위치)을 먹는다고 한다. 근면·자조·협동 새마을 정신을 조기 청소를 하며 자연스럽게 익힌다는 게 대학의 설명이다. '새마을동아리'도 있다.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은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2011년 새마을 운동을 전파, 세계 빈곤을 없애겠다'는 목표를 잡고 개설한 이후 10년간 66개 국가, 724명의 석사를 배출했다. 학비는 따로 없다. 새마을운동에 관심을 가진 국내 여러 곳의 단체와 지자체 등이 지원, 전액 장학금으로 운영된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 4월 박정희 대통령이 지방장관회의에서 ‘새마을 가꾸기’를 언급하며 국가사업으로 시작된 대국민 빈곤퇴치 운동이다.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로 잘 알려져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