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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쳐내려는 美, 최고동맹 이스라엘도 때린다…한국의 선택은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중동의 이스라엘은 미국의 최고 동맹으로서 막대한 군사적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이스라엘에 영향을 주고 있다. 9월 말, 미국 국방 매체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이 이중용도 기술을 통해 군사 기술에 접근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이스라엘에 중국과 학술 및 연구 관계를 제한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경제적으로 긴밀해지는 이스라엘과 중국

미국 정부의 이번 압박은 이스라엘이 지난해 중국과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협정 등을 통해 중국 연구기관들과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와중에 나왔다. 미국 정부의 목표는 이스라엘과 중국 연구 기관 사이의 협력을 최소화하거나 가능하다면 완전히 줄이는 것이다.

이스라엘제 팔콘 레이더를 단 인도 공군 조기경보기. 인도 국방부

이스라엘제 팔콘 레이더를 단 인도 공군 조기경보기. 인도 국방부

중국은 자신들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감시가 심해지면서 첨단 기술을 얻기 위해 이스라엘로 눈을 돌리고 있다. 텔아비브 대학교 국제안보연구소(INSS)의 자료에 의하면,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이스라엘과 중국의 무역은 꾸준하게 늘어났으며, 특히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크게 늘었다. 이스라엘이 중국에 수출한 품목 중 가장 많은 것은 51%를 차지한 전자부품이었고, 다음이 각각 8%를 차지한 측정 장비 및 산업 통제 시스템 그리고 화학제품이었다.

중국의 대이스라엘 투자 및 인수합병(M&A)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금액적으로 가장 많은 분야는 기술 분야이며, 그 뒤로 인프라 분야였다. 기술 분야에서는 의료기술·생명공학·생화학 등이 포함된 생명과학 분야가 가장 많고, 소프트웨어 개발 및 IT 기업에 대한 투자가 그다음이다.

거세지는 미국의 압박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압박하는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1990년대 초반부터 중국과 관계를 진전시키기 시작했고, 중국 공군에 팰컨(Phalcon) 조기경보 레이더를 수출하기로 했다. 팰컨 레이더는 러시아제 IL-76 수송기에 장착되어 조기경보기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1989년 6월 일어난 천안문 사태 이후 미국은 중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동맹들에게 이를 따를 것을 압박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정치적 문제로 세계 최대 시장이었던 중동에 무기를 팔 수 없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고자 중국과 관계를 유지하려 하고 있었다.

2000~2020년 이스라엘과 중국 무역 규모. INSS

2000~2020년 이스라엘과 중국 무역 규모. INSS

미국은 이스라엘에게 중국에 대한 팰컨 레이더 판매 중단을 압박했고,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군사 원조를 받고 있던 이스라엘은 이를 받아들여야만 했고, 2000년 7월 팰컨 레이더 판매를 취소했다. 이후 한동안 정체 상태를 보이던 이스라엘과 중국의 관계는 2000년대 초반부터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부터 다시 이스라엘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 경고의 수준을 높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이스라엘 5G 통신망에 중국 화웨이 제품이 사용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의 이스라엘 하이테크 기술 분야별 투자 비율. INSS

중국의 이스라엘 하이테크 기술 분야별 투자 비율. INSS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한 후에도 미국의 압력은 계속됐다. 정권을 가리지 않는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2020년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중국의 기술 투자 등은 상당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번에 언급된 이중용도 기술 협력 차단은 중국이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끈을 자르겠다는 신호다.

이중용도 기술이란 민간과 군사 분야 모두에 쓰일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사이버 능력, 소형 위성, 전자전 시스템 관련 데이터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호정보(SIGINT) 등 군사적 용도로 사용되는 기술을 연구하는 이스라엘 방위군 엘리트 기술부대에는 많은 이스라엘 과학자들과 학생들이 복무하고 있으며, 이들이 중국 학생들과 연구ㆍ개발을 함께 하면서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거세지는 대중국 포위망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상징적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중동지역 최고 동맹이라도 미국이 유일한 경쟁자로 언급한 중국에 첨단 기술이 흘러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다른 동맹국들에게도 유사한 압력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미 반도체 관련해 압력을 받고 있다. 우리 업체들의 중국 매출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유예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이 언제까지 기다려주진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게도 중국이 악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에 대한 통제를 요구할 것이다.

중국의 이스라엘 하이테크 분야 투자 규모. INSS

중국의 이스라엘 하이테크 분야 투자 규모. INSS

이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가 미국에 동맹에게 이럴 수 있냐고 따진다면, 미국도 똑같이 따질 수 있다. 동맹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맹들이 구축한 국제적 공조에서 이탈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우리도 더 이상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로써 중국을 바라봐선 안 된다. 중국은 북한의 핵을 오랑캐로 오랑캐를 다스린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수단으로 볼 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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