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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누가 봐도 낙하산"인데…마사회장 자소서엔 "적폐청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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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중앙포토

한국마사회. 중앙포토

지난 2월 임명돼 ‘알박기’ 논란을 빚은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지원 당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와 ‘마사회 적폐청산위원장’ 활동 경력을 내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에선 “낙하산 인사가 적폐청산을 강조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이 16일 마사회로부터 제출 받은 정 회장의 지원서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지원 당시 15가지 경력사항을 적어냈다. 여기에는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 중앙선대위 농민위원회 공동위원장(2017년 5월) ▶민주통합당 18대 대선 중앙선대위 농축산위원회 대외협력특별위원장(2012년 11~12월)으로 일한 경력이 포함됐다.

그러면서도 막상 말 산업 관련 논문이나 연구과제 수행에 관한 항목에는 답을 하지 않아 공란으로 뒀다. 대신 그는 전국농민연대, 국제가톨릭 농민운동연맹 등 시민단체 활동 이력을 언급하며 “농축산업과 농어촌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여성·종교·문화·환경 등 다양한 부문과 연대활동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축적해왔다”며 “마사회를 불신했던 시민사회단체와의 신뢰회복이 중요하다”고도 썼다.

안병길 의원이 특히 문제삼는 지점은 정 회장의 지원 동기다. 정 회장은 자기소개서 지원 동기에 마사회 상임감사위원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적폐청산위원회’ 활동 경험을 앞세우며 “(마사회의)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적폐청산위원장으로서 국정농단 연루의혹, 대규모 투자사업 실패와 인사문제 등에 대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는 성과도 기술했다.

안 의원은 “전문성도 없는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 인사로 공공기관에 가는 게 적폐 아니냐”며 “문재인 정권이 채 석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알박기 인사로 회장이 된 사람이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건 상식이 맞지 않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정 회장은 취임 9개월이 되도록 마사회의 방만 경영에 팔짱만 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의원은 마사회가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경영 지표들이 다수 드러났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기재부는 지난 7월 공공기관에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조직·인력, 예산, 자산, 복리후생 등 5개 분야에 대한 중점 효율화를 추진 중이다.

가이드라인은 기관 정원과 현원을 일치시킬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마사회의 초과 정원율은 25.1%(637명)에 달했다. 같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한국농어촌공사(4.2%, 258명), 농수산식품유통공사(3.3%, 28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 김현동 기자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 김현동 기자

기관장 사무실 면적 역시 다른 두 기관과 달리 기준(99㎡ 이하)을 훌쩍 넘었다. 정 회장의 개인 사무실 면적은 214.5㎡로, 평수로는 약 65평 규모다. 농어촌공사는 98㎡,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65㎡로 기준에 부합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콘도 회원권, 골프장 회원권 등 보유 필요성이 낮은 자산 역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다수가 정리 대상에 포함됐다. 마사회는 44억원 상당의 141구좌의 콘도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었다. 반면 농어촌공사는 37억원,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6억7000만원 상당의 콘도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다. 마사회는 5억원 상당의 골프장 회원권도 보유하고 있었다. 세 기관 중 골프장 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곳은 마사회가 유일했다.

안병길 의원은 “새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기치에 대척점에 서있는 기관장들에 대한 엄격한 개혁이 실현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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