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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향은의 트렌드터치

알파 세대 알고리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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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향은 LG전자 고객경험혁신담당 상무

이향은 LG전자 고객경험혁신담당 상무

생후 18개월 된 아이가 입을 떼며 던진 첫마디가 엄마, 아빠가 아닌 ‘알렉사’였다는 다소 충격적인 사례가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소개된 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을 넘어 ‘인공지능 원주민(AI Native)’인 알파 세대의 등장 이후 신시장에 대한 연구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알파 세대란 Z세대의 다음 세대이자 2010년생 이후에 태어나 현재 13세 이하인 친구들이다. 흔히 시작에서 끝을 ‘알파에서 오메가까지’라고 표현하듯 알파 세대는 단순히 Z세대의 다음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종족의 탄생을 은유한다. 세대를 명명하며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세대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알파 세대에 대한 트렌드를 설파하는 이유는 이들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우리가 겪어본 적 없는 완전히 판이한 세상을 사는 디지털·모바일 호모 사피엔스의 진정한 시작, 알파 세대가 새로운 트렌드를 써내려가고 있다.

‘인공지능 원주민’ 알파 세대 출현
2010년 이후 태어난 새로운 종족
부모 지원 받는 시장의 숨은 주역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세대를 뜻하는 영어 단어 ‘제너레이션(generation)’에는 ‘새로이 출현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알파 세대는 인구 규모 감소세 속에 태어났고 아직 미성년자인 탓에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해 왔다. 하지만 이들은 엄마나 아빠, 양가 할머니·할아버지를 비롯해 이모·고모·삼촌·외삼촌이 모두 이들을 위해 구매하고 용돈을 주기에 ‘10포켓’을 차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부모들은 이들에 대한 지출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실상 관련 시장의 숨은 주역이다. 2023년이면 알파 세대의 ‘최고령자’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그 무섭다는 ‘중딩’이 되면서 온갖 고민과 반항을 도맡기 시작할 것이고, 기업들의 세계관 탐닉과 관계적 소비성향은 무르익어 갈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10대들은 카카오톡이나 네이버보다 틱톡을 오래 사용한다. 대한민국 10대 사용자 표본조사 결과 틱톡의 총 사용 시간은 월 19.4억 시간으로 카카오톡(18.6억 시간), 네이버(11.4억 시간) 등을 앞지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화창 역시 게임 유저들의 소통채널이었던 디스코드가 압도적이다. 웹3.0시대의 대표 메신저로 통하는 디스코드는 10대들의 강력한 커뮤니티이자 카페·영상통화·화상회의·NFT를 모두 할 수 있는 유용한 올인원 플랫폼이다. 또한 이들에게 최고의 멘토는 단연 유튜버다. 뭐든 유튜브를 보고 배울 뿐 아니라 공부나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이 인기가 높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계정 구독자가 많은 인플루언서가 인기가 많기 때문에 동영상 편집 학원들은 초등학생들로 북적인다.

현대사회의 변화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알파 세대가 경험한 13년간 변화의 폭은 기성세대의 몇십 년과 같은 수준이다. 현재 기준 만 10살인 2012년생을 기준으로 이들의 경험을 정리해 보면, 그들 나이 4세에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인공지능 시대가 시작되었고, 6세에 주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었으며, 8세에 입학은 했으나 학교는 가지 못한 채 원격수업을 시작했고, 같은 해 BTS 빌보드 1위,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10세에는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6관왕 기록에 학교는 대면수업으로 복귀했다.

다시 말해 알파 세대의 생애경험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저출산 추세가 분명해지는 시기에 태어나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플랫폼과 함께 자랐고, 소위 ‘워라밸’과 같은 여가 중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주로 접했으며, 대한민국의 문화가 글로벌 문화를 선도한다는 당연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음성명령·AI챗봇과 같은 첨단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밀레니얼 부모로부터 소비와 투자를 아우르는 적극적인 경제교육을 받고 있다.

글자를 배우기도 전에 음성으로 궁금한 것을 묻거나 원하는 것을 요구하며 스마트 기기와 친숙하게 소통하는 이들에게 AI는 일상이요, 메타버스는 분리된 자아가 공존하는 평행공간이다. 미국과 영국의 알파 세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아마존(84%)의 인지도가 애플(79%)과 나이키(79%)을 뛰어넘었다는 결과는 시대의 역변을 예고한다. 뉴노멀 시대를 열어가는 알파 세대, 우리의 경험·가치관·사고방식과 전혀 다르게 사고하고 인식하고 꿈을 꾸는 신종족이 일굴 새로운 미래에 기댈 날이 그리 멀지 않다.

이향은 LG전자 고객경험혁신담당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