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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러바인 외 『부모는 중요하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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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부모는 중요하지 않다

부모는 중요하지 않다

영아기부터 대학 진학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양육은 더 많은 부모의 관심과 생각, 그리고 에너지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재정의되었고, 젊은 부부들은 양육을 무지막지한 짐을 끌어안거나, 아니면 양육을 완전히 거부하고 아이 없이 사는 것을 택한다. (…) 그들은 자신이 지는 양육의 짐을 자신과 아이의 삶에 대한 소중한 헌신이라고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다. 더 나아가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매우 경쟁적이라고 보고, 따라서 집중적이고 맹렬한 양육이 성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로버트 러바인 외 『부모는 중요하지 않다』

전 세계 양육 방식을 비교 고찰한 하버드대 인류학 교수 부부가 진정한 부모의 역할을 논한 양육서다. 서구는 물론이고 한국에도 일반화된 ‘집중 양육’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집중 양육에 대한 부담은 저출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양육 전문가나 대중매체들은 부모가 아동 발달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나 부모가 아이를 기를 때 직면하는 위험들은 과장하고, 아동의 회복탄력성이나 후기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회피 관습’에 따라 어머니와 아기가 눈맞춤을 피하는 아프리카 하우사 부족은 애착 형성에 심각한 문제가 예상되지만, 장성한 자녀들이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정부 관료가 되는 등 별문제가 없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양육 방식이 있으며 ‘한 사람의 인생은 6세 전에 70%가 완성된다’ 류의 조언이 때로는 근거가 약한 비과학적 조언이라는 게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