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툭…일상이 끊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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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라이언

초연결사회의 가속 페달 역할을 해온 카카오톡이 끊긴 토요일 오후 시민들은 삶의 구석구석에서 당혹스러움과 불편함에 직면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올초 기준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4743만 명.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월 사용자 수(모바일인덱스 8월 말 기준)는 각각 460만 명, 1290만 명이다. ‘카카오 대란’으로 피해를 보지 않은 국민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특히 시민들의 이동권이 크게 위협받았다. 직장인 김모(30)씨는 친구들과 술자리를 끝낸 뒤 길거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김씨는 “논현동에서 오후 9시30분부터 카카오 대리를 부르려고 했는데 앱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며 “연쇄적으로 다른 대리운전 콜(호출)을 잡는 것도 어려워져 결국 웃돈을 주고 택시를 잡았다”고 말했다.

길 안내를 카카오내비에 의존해 온 직장인 김모(33)씨는 서울 강남구에서 용산구까지 차를 몰고 가다 갑자기 카카오내비 앱이 먹통이 돼 도로 위의 미아가 됐다. 김씨는 “갓길에 차를 세워 다른 내비 앱을 설치했다”며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다고 연락하려는데 카카오톡(카톡)도 안 터져 일일이 양해를 구하는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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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31)씨는 카톡으로 전달받은 업무 파일을 다운로드해 두지 않았다가 낭패를 봤다. 결국 쉬고 있는 다른 동료에게 부탁해 어렵사리 자료를 받아 전달해 위기를 넘겼다고 한다. 금융 생활에도 여파가 미쳤다. 대학생 최모(22)씨는 “어제 오후 7시쯤 물건을 사고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려다 서비스 중단 사실을 알게 됐다”며 “카카오페이를 믿고 지갑도 안 챙겨 나갔다가 헛걸음을 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에 의존하던 공공 서비스도 비상이 걸렸다.

길 모르는데 내비 STOP, 지갑없이 나왔는데 페이 결제 안돼

경기도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여파로 카카오톡·카카오지하철·카카오내비 등 카카오 서비스들의 동시다발적 장애가 계속된 16일 경기도 과천의 한 카카오 T 주차 사전 무인정산기에 시스템 장애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날 행정안전부의 안전신문고 앱에는 “카카오톡, 지도, 위치연동, 메시지 발송 서비스 장애가 발생해 카카오 서비스와 연동해서 서비스를 운영 중인 안전신문고 앱과 포털의 신고기능에 장애가 발생했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생활형 행정 정보를 모아 알려주는 서비스인 ‘국민비서 구삐’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카카오톡 장애로 인해 알림을 다른 채널로 대체 발송한다”고 공지했다.

서비스 장애가 장시간 이어지면서 ‘탈(脫)카카오’ 움직임에도 시동이 걸렸다. 주된 소통 창구를 카카오톡 대신 라인이나 텔레그램 등으로 전환하거나, 카카오맵 대신 T맵이나 네이버지도로 바꾼다는 사람이 늘면서다. 신모(30)씨는 “가족들끼리 카톡 단체채팅방을 만들었는데 쓰지 못하게 되면서 네이버 라인으로 다 옮겼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인천시 서구 검암역 인근에 카카오T 바이크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태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금융·결제·모빌리티·엔터·쇼핑·게임까지 디지털 플랫폼의 확장성을 거침없이 누려온 카카오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현재 계열사만 136개에 달하는 카카오는 국민 ID나 다름없는 카카오 계정(ID)과 카톡 기능을 대부분의 서비스에 활용한다. 하지만 카카오가 수퍼 ID 로그인 기능을 곳곳에 뿌려 두고도, 정작 로그인 인증 작업을 하나의 데이터센터에서만 처리해온 허술함이 이번에 확인됐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16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질의에서 “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많은 서비스가 영향받았던 이유는 판교데이터센터에서 로그인과 인증 부분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또 동일한 카카오 계정으로 묶인 수많은 계열사를 이끌어야 하는 모회사 카카오에서 기술 장애가 시작된 것도 심각한 문제다. 100여 개 계열사 사업의 시작점인 카카오톡이 그에 상응하는 기술력을 갖추고 계열사에 관련 기술 지원을 충분히 했느냐는 얘기다. 이번 IDC 화재를 포함해 최근 5년 새 카카오톡이 2시간 이상 멈춘 것만 다섯 번이다. IT 업계에서는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오류들’이라고 평가한다.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학회 회장은 “데이터 이중화나 트래픽 예측 기술 등, 기업이 비용을 추가 지출한다면 어느 정도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이번 ‘카카오 대란’을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급진전된 ‘초연결사회’의 위험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플랫폼 기반으로 만들어진 초연결사회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카카오 사태로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ang.co.kr

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는 대다수의 국민이 사용할 만큼 공적인 성격이 커졌기 때문에, 비상사태에도 정상 운영이 가능하도록 국가가 감시하고 점검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카카오의 신속하고 책임 있는 서비스 복구를 위해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장 중심으로 꾸려진 상황실을 장관 주재로 격상해 지휘하라고 16일 지시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카카오, 네이버 등 디지털 부가서비스 중단으로 우리 국민께서 겪고 계신 불편과 피해에 대해 매우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정확한 원인 파악은 물론, 트윈 데이터센터 설치 등을 포함한 사고 예방 방안과 사고 발생 시 보고, 조치 제도 마련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영·심석용·심서현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