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공룡 카카오의 ‘예정된 재앙’, 근본 대책 세워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카카오톡 멈춤 사태는 독점 온라인 플랫폼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플랫폼 독점은 일상생활과 경제는 물론 국가 안전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미국과 유럽처럼 독점 방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카카오톡 멈춤 사태는 독점 온라인 플랫폼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플랫폼 독점은 일상생활과 경제는 물론 국가 안전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미국과 유럽처럼 독점 방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거대 플랫폼의 위험성 드러낸 불통 대혼란

미국·유럽처럼 독과점 문제 서둘러 풀어야

어제와 그제 한국 사회는 카카오 먹통으로 거대한 혼란에 빠졌다. 이번 사태는 지난 15일 오후 3시30분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위치한 SK C&C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발생한 화재가 도화선이 됐다. 이 과정에서 서버 작동에 필요한 전원 공급이 끊겨 카카오의 서비스가 갑자기 멈춰섰다. SK가 긴급 복구에 나섰지만 정상화에는 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카오의 독과점 리스크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태다.

시민 대다수는 당장 초연결사회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카톡을 보내도 연락이 안 되고 택시 호출이 되지 않았다. 카톡으로 송금하거나 만기가 돌아온 결제도 불가능했다. 법적 분쟁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평일이었다면 피해는 더 심각해질 뻔했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예정된 재앙’이라는 점이다. 공룡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 폐해는 진작에 예고돼 대비책이 필요했던 일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4~5년 전부터 독과점 폐해 예방에 나섰다.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 무려 5개의 개별 법안으로 구성된 패키지 법안을 지난해 6월 통과시켰다. 특히 5대 법안 중 ‘플랫폼 독점 종식법’에는 온라인 플랫폼이 해당 플랫폼을 이용해 재화와 서비스를 판매·공급하는 경우 이해충돌로 규정하고 경쟁 당국이 강제 매각을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은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규칙’을 2020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도 한국 정부와 국회는 팔짱을 끼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만들어 2020년 9월 입법예고까지 했으나 유야무야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정부 부처와의 영역 다툼, 거대 플랫폼 업자들의 반발, 국회의 무관심이 합쳐진 결과다. 결국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민간협의기구를 통해 자율규제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선수가 심판도 보는 구조다. 국회에서도 카카오·네이버 경영자를 불러 문제점을 따지기도 했지만 정교한 대비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국내 거대 온라인 플랫폼은 디지털 세계의 포식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소상인·자영업자·플랫폼 노동자들은 관련법 미비, 정책 부재로 거대 플랫폼의 을(乙)로 전락해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문어발식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경쟁이 될 만한 군소 온라인 서비스 업체를 닥치는 대로 빨아들이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온라인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서는 장사를 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국회가 타다 같은 혁신 모빌리티를 금지하면서 택시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택시는 택시 부족과 가격 폭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

카카오는 유사시 백업 계획도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직접 복구를 지휘하라”고 했으나 복구해도 독과점 폐해라는 근본적 문제는 바뀌지 않는다. 미국의 번영은 독점 금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도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우리 일상을 마비시키는 사회적 재앙까지 초래한다면 이대로 둘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