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한슬이 고발한다

툭하면 오류, 광고 덕지덕지…카카오 배짱장사가 부른 참사

중앙일보

입력 2022.10.17 00:01

업데이트 2022.10.17 09:54

박한슬 약사 출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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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 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왼쪽은 카카오톡 서비스 중단을 알리는 문구. 그래픽=차준홍 기자

16일 오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 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왼쪽은 카카오톡 서비스 중단을 알리는 문구. 그래픽=차준홍 기자

지난 15일 오후부터 이어진 카카오 계열 서비스 중단의 후폭풍이 아직 이어지고 있다. 실질적인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은 물론이고 카카오가 운용하는 포털사이트 다음, 카카오맵,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에 이르기까지 카카오 계열사가 서비스하는 모든 앱이 판교 데이터센터 한 곳의 화재 한방으로 먹통이 됐다. 지난 2020년 개정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상 카카오를 비롯해 국내 전체 트래픽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콘텐트제공사업자(CP)는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는 조치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데, 카카오는 결과적으로 해당 법적 책임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한 셈이 됐다. 해당 법상 안정성 기준이나 처벌 조항이 모호해 카카오 경영진에게 무슨 법적 처벌을 가할 수 있는지는 더 따져봐야겠지만 이와 무관하게 이번 서비스 먹통으로 사실상 전 국민이 크고 작은 피해를 보았다. 한마디로 우리가 자랑해온 초연결사회가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놓여있었는지 실감한 주말이었다.

16일 경기도 과천시의 한 카카오T 주차장 무인정산기에 시스템 장애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6일 경기도 과천시의 한 카카오T 주차장 무인정산기에 시스템 장애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하도 황당한 인재(人災)다 보니 고의 화재설같은 음모론까지 불거져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화재 사고 같은 돌발 상황 발생을 대비하기 위해 통상 IT기업들은 서버 이중화를 비롯한 기본적인 재해복구(Disaster Recovery) 시스템을 사전에 갖춰 놓는다. 데이터센터 한 곳에 불이 났다고 모든 서비스가 10여 시간 이상 멈추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복잡한 초현대적 IT 개념 같지만, 실은 디지털과 무관한 조선 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미 해왔던 일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몇 번의 큰 전란을 겪으면서도 그 방대한 조선왕조실록이 비교적 완전한 형태로 현재까지 전해지는 것도 이같은 백업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다. 규장각 지하 서고는 물론 오대산이나 적상산 등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네 곳의 사고(史庫)에 똑같은 실록 네 부를 복제해 보관하는 방식 말이다.

이른바 데이터 분산이다. 대형 IT 기업도 이와 비슷하게 물리적으로 떨어진 여러 장소에 서버를 백업해두고, 재난 시 이를 이용해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카카오에선 이런 재해 복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직후 카카오는 서버분산 등 필요한 조처를 다 했다고 해명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결국 조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걸 부정하기 힘들다. 화재 자체는 카카오의 책임이 아니지만, 전 국민이 생활 전반에 걸쳐 하루종일 사용하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의 대응이라기엔 놀랄 만큼 허술했다.

공공이 허술한 민간 플랫폼에 의존

카카오라는 한 민간 기업의 부실한 위기 대응능력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비단 민간뿐 아니라 공공영역조차 카카오 의존도가 비상식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문자 발송 비용을 아끼는 등 여러 편의성을 이유로 국가기간통신사업자도 아닌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민원 처리 결과를 보내고 있다. 주요 민원 처리에 대한 알림 정도가 아니라 개인 인증을 위한 인증번호도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낸다. 민원인 측의 아무런 사전 동의도 없이 말이다.

가령 대학생들이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 등을 신청하기 위해 꼭 이용해야만 하는 한국장학재단은 당사자에게 아무 동의도 받지 않고 학자금 대출 등 처리 결과를 카카오톡 메시지로 발송한다. 카카오톡이 아닌 문자 수신을 원한다면 ‘알림 톡 차단’을 하라며 조그맣게 안내를 하긴 한다. 하지만 미리 선택권을 주지 않고 기관 편의를 위해 일방적으로 카카오톡으로 보내는 건 분명 문제다. 지극히 행정 편의적 방식이라는 것도 문제고, 이번 사고에서 봤듯이 불안정한 민간 플랫폼에 의존하는 것 역시 무책임하다.

카카오톡에 대한 공공의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있다. 영업일을 가리지 않고 작동해야 할 ‘안전 신문고’ 같은 공공 서비스도 카카오에 의존하다 보니 이번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저 민간 플랫폼 기업 한 곳의 서비스가 마비됐을 뿐인데도 국가 기간망 마비와 같은 혼란이 빚어진 데는 이런 과도한 독점이 있다. 보안이나 시간 엄수가 중요한 군부대에서도 업무 지시 등이 카카오톡 단톡방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번 화재사고를 계기로 최소한 공공 영역에서만이라도 카카오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위기관리 실력을 키우지 않은 채 돈만 좇는 민간 플랫폼 기업도 문제지만,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민간 플랫폼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공공의 책임도 따져 물어야만 하는 이유다.

카카오의 배짱 장사

공공만큼은 아니더라도 민간 역시 카카오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이번 사고 발생이 주말이었기에 망정이지 주중이었으면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쳤을지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사용자 인증, 즉 ‘간편 로그인’ 시스템을 카카오 계정에만 오롯이 의존하고 있는 서비스가 많은 탓이다. 예컨대 사무실 출입통제 전자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 중에 카카오와 협력하는 곳이 적지 않은데, 출퇴근 때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면 어떨까? 사실 이번 사고만으로도 개개인마다 각종 크고 작은 손실이 모두 다른데 이에 따른 손실 산정이나 배상 등 앞으로의 과정이 매우 험난할 게 분명하다.

김범수 카카오 대주주와 카카오의 대표 캐릭터 라이언. 사진 카카오 나우

김범수 카카오 대주주와 카카오의 대표 캐릭터 라이언. 사진 카카오 나우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 때문에 유통산업 전반이 직간접적으로 카카오톡과 연결돼있다. 택시 산업은 물론 모바일 결제시장도 카카오 영향권 아래 놓여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모든 기능을 거대 플랫폼 기업 딱 한 곳에만 전부 몰아준 상황인데도 카카오톡은 전화 상담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이번 사고 후에야 처음으로 열었다. 경영진과 임직원 돈 불리기를 위한 기업 쪼개기 상장을 무리하게 하는데 들이는 노력의 아주 일부만 들였어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카카오는 그런 기본적인 고객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아 대다수 국민은 카카오 서버 먹통 사태를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언론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접해야 했다. 상황을 따져 물을 챗봇 상담은 있지 않느냐고? 그것도 다른 서비스와 함께 다 죽어버렸다.

한마디로 거대 플랫폼 기업 카카오의 배짱 장사다. 아무리 서버 오류가 자주 발생해도, 카카오톡에 각종 광고가 덕지덕지 붙여도, 사람들이 절대로 카카오톡을 떠나지 못한다고 여기니 나오는 배짱이다. 카카오가 시장을 개척했던 초기와 달리 현재는 성능 좋은 모바일 메신저가 대폭 늘어났다. 이미 익숙해진 개인 간 연락 목적은 어렵더라도 최소한 업무 메신저만큼이라도 이젠 카카오와 ‘헤어질 결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독점 기업의 배짱 장사를 일순 무너뜨리긴 힘들겠지만, 최소한 위기감이라도 느끼게 해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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