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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절 치려는 타이밍에 카톡 마비"…카카오 손해배상 책임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SK 판교캠퍼스 화재로 인한 카카오 계열 각종 플랫폼의 광범위한 서비스 장애가 16일까지도 일부 계속되자 영업을 이들 플랫폼에 의존하다 손실을 본 사업자들에게서 “카카오가 배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대리기사를 하는 A씨(61)는 15일 예정에 없던 휴무를 해야 했다. 카카오 T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호출만 받아왔는데, 앱이 먹통이 돼 온종일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는 “’퍼플’(카카오 대리 기사 주간 등급) 달성에 10점이 모자랐는데, 일요일엔 일을 못해 실패했다”며 “어제 일을 더 해놓을 걸 그랬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카카오 대리’는 주간 실적에 따라 대리 기사에게 블루, 레드, 퍼플 등의 등급을 부여해 레드와 퍼플 등급이 되면 콜을 단독 배정받거나 원하는 거리의 콜(맞춤콜)을 받을 수 있다.

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1차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1차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카카오 T에 기댔던 택시 기사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이용복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팀장은 “많은 기사들이 피해를 봤다”며 “특히 카카오 벤티는 아예 영업을 못 해 손해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앱 호출 중단으로 카카오모빌리티 소속 택시 기사들까지 배회 영업(거리를 돌아다니며 손님을 잡는 것)에 나서면서 경험이 적은 초보 택시 기사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고 한다.

 피해는 카카오톡(카톡) 메신저를 통해 예약 문의 등을 받던 자영업자들도 분통을 터뜨렸다. 카톡 채널로 예약을 받던 피부관리사 B씨(35, 서울 강북구)는 “당장 내일도 예약이 있는데 고객과 연락을 할 수가 없다. 난감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엔 “카톡 접속이 안 돼 주문받은 케이크 작업을 못 하고 있다” “시간이 다가오는데 예약 내용이 확인이 안 된다” 등 하소연이 쏟아졌다.

 이외에도 카카오페이지에 연재 중인 웹툰ㆍ웹소설 작가,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점업체나 일반 광고업체 등이 광범위한 피해를 보고 있다. 16일 오후 3시 기준 카카오페이지와 카톡 선물하기, 카카오 쇼핑 등은 아직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한국웹툰협회는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불이 난 SK 판교캠퍼스 A동엔 카카오와 네이버 외에도 SK 계열사가 데이터를 관리하는 SK C&C의 데이터센터가 있다. 화재로 서버에 공급되는 전원이 내려갔고, 이로 인해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대부분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했다는 거다. 이로 인해 카카오의 경우 카톡부터 카카오스토리, 카카오맵, 카카오 T, 카카오게임, 멜론 등에서 접속이 불가능하거나 일부 기능이 먹통이 되는 현상이, 네이버 역시 네이버 쇼핑에서 일부 상품의 리뷰가 사라지는 등 오류가 나타났다. ‘카톡 로그인’에 접속을 의존해 온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이용자들은 한동안 발을 동동 굴렀다. 코인 커뮤니티엔 “손절 치려고 했는데 카톡이 막혀서 못 뺐다” “(로그인 못 하는 사이) 돈이 더 물렸다”는 등 반응이 쏟아졌다.

카카오 과실·유료 여부, 배상 책임·규모 가른다

 손해를 본 이들은 “생계에 위협을 느꼈다. 카카오는 보상을 안 해 주냐”(대리기사 커뮤니티) “SK C&C가 카카오에 배상을 해줘야 하지 않냐”(투자 커뮤니티)면서도 대기업들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다. 법조계는 서비스 중단의 원인을 카카오 측의 과실에서 찾을 수 있는지와 서비스가 유료인지 등에 따라 배상 책임의 유무와 크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무료 서비스라도 배상 책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무료 서비스를 통해 손님과 소통을 하고 예약을 받는 경우, 예약을 받지 못해 발생한 손해는 카카오에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법원이 좀처럼 예측이 불가능한 이 같은 ‘특별 손해’에 대한 배상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업비트 등의 경우 매도ㆍ매수를 못 해 손해가 생긴 경우, 업비트 등을 상대로 배상을 요구할 수 있고, 업비트는 카카오 등에 구상권을 행상할 수 있는 구조”라며 “복구 기간이 길어지는 것 역시 전기통신사업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종선 법률사무소 나루 변호사는 “화재로 인한 장애에 대한 대비책에 미비했던 점 등이 과실로 인정되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며 “무상 서비스라 해도 고객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인해 카카오가 얻는 이익이 있기 때문에, 과실만 있다면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남=뉴스1) 박세연 기자 =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위해 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오후 카카오 등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해있는 이 건물 지하에서 불이나면서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등 일부서비스에 장애가 빚어지고 있다. 2022.10.15/뉴스1

(성남=뉴스1) 박세연 기자 =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위해 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오후 카카오 등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해있는 이 건물 지하에서 불이나면서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등 일부서비스에 장애가 빚어지고 있다. 2022.10.15/뉴스1

 화재는 15일 오후 3시 33분쯤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 배터리실에서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약 8시간만인 15일 오후 11시 46분쯤 진화 작업을 끝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16일 오전 1차 감식 결과, 배터리실 랙(데이터센터에서 서버를 모아둔 캐비닛) 주변에서 UPS 배터리나 랙 주변의 전기적인 요인으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과 국과수, 소방 당국 등은 17일 합동 감식을 통해 구체적인 화인을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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