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법조인, 여의도 온다더라" 비윤 물갈이설에 국힘 전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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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가처분 쇼크’가 채 가시기도 전에 국민의힘에 또 다른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당의 모세혈관과 같은 당원협의회(당협)의 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253개)만큼 존재하는 당협위원장은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때 공천을 받기 위한 디딤돌과 같은 자리다.

논란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68개에 달하는 당협위원장 빈자리를 채우고, 전국 당협을 대상으로 당무 감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협 정비는 국정감사 이후 시동을 걸어 내년 1월쯤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당무 감사 결과에 따른 물갈이까지 합치면 100여 곳에 가까운 당협위원장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는 정 위원장이 공언했던 ‘당 안정화’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게 당 지도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당대회와 총선을 겨냥해 껄끄러운 비윤계 인사들을 솎아내고, 친윤계를 심는 사전작업 아니냐”(초선 의원)는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비윤 솎아내고 친윤 심는다? 당협 갈등 왜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68개에 달하는 당협위원장 빈자리를 채우고, 전국 단위의 당무감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정 위원장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인력양성의 대전환! 강원도가 시작합니다' 토론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장진영 기자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68개에 달하는 당협위원장 빈자리를 채우고, 전국 단위의 당무감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정 위원장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인력양성의 대전환! 강원도가 시작합니다' 토론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장진영 기자

당협은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의 전초 기지이자, 당을 아래서부터 떠받치는 하부 조직이다. 당협위원장은 지역 당원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동원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조직력 싸움이 중요한 전당대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총선 때는 당협위원장이 그 지역 후보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정 위원장의 당협 정비에 대해 당내에선 “친윤계 입맛에 맞는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고, 공천까지 입김을 미치려는 전초전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동갑내기 친구인 정 위원장이 대표적인 친윤계 인사라는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특히, 당내에선 임시 지도부 성격인 비대위가 당협 정비에 나서는 데 대한 불만이 크다. 수도권 의원은 “차기 대표가 총선 승리를 콘셉트로 당협을 정비하는 게 순리인데, 뜬금없이 정 위원장이 당협을 정리하겠다고 손을 걷어붙이니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권 주자군에서도 공개 반발이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14일 “정 위원장은 불과 넉 달 전 정미경 당시 최고위원을 향해 ‘당협 쇼핑’ 운운하며 지도부 측근이 특정 당협에 배치되는 것을 비판했던 분”이라며 “현 비대위는 전당대회 준비만 집중하고, 조직 전반은 새 지도부에 맡기는 게 상식”이라고 비판했다.

당협 정비가 당내 최대 화두로 떠오르다 보니 여의도에선 벌써부터 미확인 소문이 심심찮게 퍼지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 동남부나 서울 강남 등 비교적 여권이 강세인 지역에 친윤계 인사가 당협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뒷말이 돌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서초동에서 주로 일하던 법조인들이 한강을 건너 여의도로 대거 넘어올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고 당협위원장을 공모하겠다는 방침인 가운데, 친이준석계 인사들의 거취도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7월 4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김상선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고 당협위원장을 공모하겠다는 방침인 가운데, 친이준석계 인사들의 거취도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7월 4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김상선 기자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의 거취도 관심사다. 이 전 대표 시절이던 지난 5월 최고위는 한기호 당시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꾸린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의결을 거쳐 새 당협위원장 16명을 내정했다. 이 중에는 친이준석계 허은아 의원(서울 동대문을)과 지금은 사이가 멀어진 정미경 전 최고위원(성남 분당을)도 포함됐다. 하지만 당시 당내 반발로 이 안건은 최고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비대위는 이 16곳을 포함해 모든 당협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적당한 후보군을 채우겠다는 방침이다. 바꿔 말하면 친이준석계 인사들도 당무 감사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교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친윤계 인사끼리 경쟁이 불붙은 지역도 있다. 서울 강동갑에서는 그간 당협위원장으로 지역을 관리해온 윤희석 전 대변인과 판사 시절 강동구 선거관리위원장을 지낸 전주혜 비대위원이 경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9일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들과 첫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8월 25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구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장면.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9일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들과 첫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8월 25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구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장면.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런 미묘한 시점에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첫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 당 내홍 수습 뒤 격려 차원이라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지만, 한 원외 인사는 “친윤계에 속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최후의 오찬’이란 뒷말이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심상찮은 분위기에 비대위는 진화에 나섰다. 김행 비대위원은 16일 페이스북에서 “비대위의 제 사람 심기, 줄 세우기라는 지적은 어처구니없는 비난”이라며 “총선이 끝난 지 2년 6개월이 지났는데, 70개에 가까운 당협위원장이 공석“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2~3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제대로 치르기 위해선 당협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도 이날 중앙일보에 “당협을 어떤 방향으로 정비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준석 징계 사태 이후 줄곧 미뤄왔던 당 정상화 작업을 시작한다는 차원”이라고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사고 당협위원장 임명과 당무 감사 결과가 나오면 지금 나오는 비난은 금세 수그러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진석 위원장은 흔들림 없이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에게 부여된 책임과 권한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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