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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먹통' 또 반복된다...주민 반발에 지을데 없는 데이터센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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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사진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사진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일상이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자 “국민 대부분이 쓰는 카카오 서비스의 데이터 백업 시스템이 이토록 부실하냐”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부실한 시스템과 별개로 플랫폼 기업에게 필수적인 데이터센터(DC)를 향한 ‘혐오 정서’가 퍼지면 앞으로 이런 일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경기 용인시청 잔디광장에선 ‘초고압선 및 데이터센터 저지’ 집회가 열렸다. 내년 12월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에 완공 예정인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 수백여명이 모였다. 지난달 24일엔 “데이터센터 결사 반대” 현수막을 펴든 주민들이 거리 시위까지 벌였다. 데이터센터로 들어가는 초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물론 업계와 학계는 전자파가 전혀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주민들은 요지부동이다. 실제 지난 8월 한국전파진흥협회 전자파기술원의 ‘전자파 강도 측정 결과’ 용역 조사서에 따르면 죽전 DC 지중송전선로 설치 예정 지역 4개 지점(지중송전선로가 매설되지 않은 상태)의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지중송전선로의 유무가 전자파 강도에 크게 영향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카카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내년에 한양대 안산 에리카 캠퍼스에 첫 자체 DC를 개소하는 카카오는 서울대 시흥 캠퍼스에도 DC 건립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인근의 배곧신도시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시흥 DC 건립 구상은 이제 초기 단계지만 벌써부터 주민 반발이 나오고 있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민 반대로 DC 추진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네이버는 2017년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제2데이터센터를 건립하려 했으나 주민 반발로 무산됐고 결국 세종시로 장소를 옮겨 짓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역 주민의 반대 목소리에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용인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탄희(용인정·초선) 의원은 지난 5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학교 경계 등으로부터 직선 거리로 500미터 범위 안에 물류창고나 전자파 노출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른바 ‘물류센터 및 데이터센터 법안’으로 불린다.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교육위는 지난 8월 22일 법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의 상임위 검토 보고서엔 법안 내용의 문제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보고서엔 “교육부는 학생의 안전과 건강 보호의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타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와 재산권 및 직업 선택의 자유 등 국민 기본권의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소관 부처인 교육부마저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종전의 법률 적용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 중인 행위에 대하여 공사의 중지 제한, 영업의 정지 및 허가 인가 등록 신고의 거부 취소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경과규정 을 두고 있는 것은 신뢰보호 원칙의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데이터센터, 혐오시설 인식돼 구축 늦어져”

이런 ‘데이터 센터’ 혐오 정서가 퍼지면서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2020년 12월에 낸 ‘한국의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과제’ 보고서에서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세계적으로 하이퍼 스케일 DC 구축이 확산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하이퍼 스케일 DC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전자파와 오염수에 대한 우려로 DC를 혐오 시설로 인식하면서 구축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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