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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보안도 한국”…두바이 왕실은 왜 韓 해킹대회를 후원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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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최고 부호 중 하나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세계해킹방어대회가 열렸다. 해킹대회를 주최하는 건 한국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지만, 이를 두바이 왕실 차원에서 후원했다. 당초 이 대회는 폴리텍이 사이버인력 양성을 위해 국내 대회로 열어왔다. 올해 두바이 후원을 계기로 세계 대회로 키웠다.

“사이버 보안이 핵심, 세계와 협업”

10일(현지시각) GITEX가 열린 두바이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모하메드 알 쿠와이티 UAE 사이버보안 책임자와 박재경 한국폴리텍대학 교수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두바이=정진호 기자

10일(현지시각) GITEX가 열린 두바이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모하메드 알 쿠와이티 UAE 사이버보안 책임자와 박재경 한국폴리텍대학 교수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두바이=정진호 기자

해킹방어대회에 대한 두바이의 관심은 남다르다. 10일(현지시각) 오후 두바이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선 모하메드 알 쿠와이티 UAE 사이버보안 책임자와 폴리텍 강서캠퍼스의 박재경 사이버보안과 교수의 대담이 이뤄졌다. 국가정보센터장을 겸임하는 모하메드는 이날 대담에서 “정부는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 보안에 더 신경 써야 한다”며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사이버 보안은 점차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하메드 센터장은 11일 중앙일보와 단독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UAE 리더(왕실)는 디지털 국가를 목표로 정했다”며 “사이버 보안이 디지털 전환과 함께 이뤄져야 하므로 수많은 국가와 계약을 체결했고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원자력 기술로 바라카 원전 등 UAE에 도움을 주고 있는 만큼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한국의 기술을 높게 평가하는데 충분히 진출하지 못 한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UAE, 50년 내로 AI 사회 만든다

실제 UAE는 2071년까지 모든 인력을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여러 실험을 진행 중이다.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을 위해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유치하는 등 블록체인 기술의 전진기지로 자리 잡기도 했다. 메타버스‧인공지능 등 ‘미래 먹거리’도 두바이를 비롯한 UAE의 최대 관심사다.

10일부터 14일까지 UAE 두바이에서 열린 중동 최대 정보통신 박람회인 GITEX. 세계 해킹방어대회는 GITEX 행사장 내에서 개최됐다. 두바이=정진호 기자

10일부터 14일까지 UAE 두바이에서 열린 중동 최대 정보통신 박람회인 GITEX. 세계 해킹방어대회는 GITEX 행사장 내에서 개최됐다. 두바이=정진호 기자

이번 해킹대회 두바이 개최를 추진한 박재경 교수는 “사이버 보안을 선도하는 국가는 미국‧이스라엘 등 서구권이 대부분”이라며 “아랍 국가 입장에서 그들과 불편함이 어느 정도 있을 뿐 아니라 두바이 환경 맞춤형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기술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서부권 국가를 제외하면 한국의 보안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두바이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왕실 초청으로 국제박람회서 해킹대회

해킹방어대회는 두바이와 한국 사이의 가교를 잇는 행사로서 계획됐다. 기술력뿐 아니라 한국의 인적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잠재력을 증명하는 자리기도 하다. 폴리텍 강서캠퍼스는 지난 7월 두바이 왕실 초청으로 30여개국 대사 앞에서 설명회를 열고, 해킹 시범을 통해 보안의 중요성을 증명했다. 이후 두바이 왕실은 한국 폴리텍과 UAE에 IT학교 설립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13일(현지시각) UAE 두바이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세계 해킹방어대회 시상식. 상금 2000만원의 대상은 선린인터넷고 이서준 학생(맨앞 왼쪽에서 두번째)이 받았다. 두바이=정진호 기자

13일(현지시각) UAE 두바이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세계 해킹방어대회 시상식. 상금 2000만원의 대상은 선린인터넷고 이서준 학생(맨앞 왼쪽에서 두번째)이 받았다. 두바이=정진호 기자

이번 대회엔 30여개국 해커 등이 참여했다. 대상은 고교생인 이서준 선린인터넷고 2학년 학생에게 돌아갔다. 대상 상금은 2000만원이다. 현지에서 열린 본선엔 6명이 진출했는데 해외 지원자가 모두 예선 탈락하면서 한국 학생 간 ‘집안싸움’이 펼쳐졌다. 준우승에 해당하는 금상은 박성준 숭실대 소프트웨어학부 학생에 돌아갔다.

왕실 차원에서의 관심도 많았다. 대회 시상식에는 두바이 왕실 관계자가 참석해 직접 상금과 상장을 수여했다. 해킹방어대회는 중동 지역 최대 정보통신 박람회인 GITEX와 병행 개최됐다. 해킹대회를 후원한 회사인 에이넥스코리아는 해킹 방어 등 사이버보안에 특화된 휴대전화 도노폰을 GITEX에서 선보였다. 여기에도 여러 두바이 왕실 관계자들이 방문해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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