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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뒤엔 돈 바닥난다…당장 내년부터 건강보험 '1조 적자'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건강보험이 내년부터 적자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건강보험 급여비 등 '총지출'이 보험료 수입, 정부 지원금 같은 '총수입'보다 많아진다는 의미다. 6년 뒤인 2028년엔 적립금이 바닥난다.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대규모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행한 여파로 풀이된다.

16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건강보험 수지가 1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강보험 수지 적자는 ▶2024년 2조6000억원 ▶2025년 2조9000억원 ▶2026년 5조원 ▶2027년 6조8000억원 ▶2028년 8조9000억원으로 점차 규모를 키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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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20조2400억원인 건강보험 적립금은 2028년 -6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수지 적자가 이어지면서 6년 뒤면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수지 악화의 원인으로는 우선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가 꼽힌다. 건강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보험금을 타가는 노인 비중은 늘어난 탓이다. 건보공단은 “우리나라는 2025년에 고령자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며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급여비 증가가 둔화하였으나, 고령화 및 만성ㆍ중증질환 증가, 의료이용 회복 등으로 급여비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도 거들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매년 3조~4조원대 흑자를 내던 건강보험 수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시작된 2017년부터 급속히 악화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병원 방문이 줄면서 지난해와 올해 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으나, 일상이 회복되면서 다시 적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직장인 건강보험료율의 인상 압박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케어 시작 당시인 2017년 6.12%였던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율은 올해 6.99%로 올랐다. 내년 처음으로 7%대(7.09%)로 올라서는 직장인 건강보험료율은 매년 상승해 이르면 2027년에는 법정 상한선인 8%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료는 급여에서 원천징수하는 준조세 성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건강보험 수지 악화에 따른 부담을 결국 국민 개개인이 지는 구조다.

지난 13일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건보 재정 적자가 주요 이슈였다. 여당은 문재인 케어가 건보재정 적자를 초래해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케어로 건보 지출이 2017년 57조 원에서 지난해 77조6000억 원으로 증가했고 2019년에는 2조8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며 “혜택이 늘어나는 것처럼 하면서 (국민에게) 보험료 인상을 떠넘겼다”고 말했다.

야당은 저소득층의 의료 혜택이 늘어나기 때문에 문재인 케어를 폐지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격이 비싸서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진료를 받지 못했던 이들이 (문재인 케어로) 적정 진료를 받고 있다”며 “전 국민이 혜택을 보는 문재인 케어를 없앤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건보 재정 위기가 가시화한 만큼 적정 보험료율 수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료를 더 받을 것인지, 아니면 의료 이용의 건보 적용 범위를 축소할 것인지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향후 재정관리 방식에 대해서도 조율이 필요하다. 올해 말로 일몰이 예정된 국고지원을 영구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건강보험을 국가 기금으로 두고 외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 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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