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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부동산회사 27억 벌고, 30대는 '상투'…헬리오시티서 생긴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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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00여가구의 매머드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함종선 기자

9000여가구의 매머드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함종선 기자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헬리오시티 잔여분 거래 추적해보니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130억원을 들여 2년 새 27억원을 벌었다. 아직 팔지 않고 재고로 남아있는 현물 가치를 제외하면 94억원을 투자해 30%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집값 급등기에 강남 매머드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를 통으로 매수해 되팔아 쏠쏠한 재미를 본 부동산 회사 얘기다. 집값 고점 직전에 사 간 매수자 대부분이 공교롭게도 30대다.

헬리오시티는 옛 가락시영을 재건축해 2018년 말 준공한 단지로 9500여가구에 달한다. 일반분양하지 않은 보류지 잔여분을 입주 후 분양했다. 보류지는 조합원 분양 대상자 누락이나 착오·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전체 건립 가구 수의 1% 범위에서 남겨두는 물량이다.

1개 법인이 전용 39~130㎡ 10가구 중 8가구 낙찰

1차로 2019년 7월 39~110㎡(이하 전용면적) 5가구를 공개경쟁입찰로 분양했다. 가구 별로 입찰하지 않고 일괄매각했다. 최저 입찰가격이 9억6000만~18억7700만원으로 77억400만원이었다. 당시 시세 수준이었다. 입찰하려면 10%인 7억7040만원을 보증금으로 내야 했다. 계약 9일 후 나머지 90% 잔금을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자금력이 없으면 덤빌 수 없었다.

입찰 결과 최저가의 101.3%인 78억600만원에 낙찰됐다. 최저가보다 1억200만원 더 써낸 금액이다. 낙찰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확인 결과 수도권 소재 D사가 낙찰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매매업으로 등록한 소규모 회사다.

이 회사는 그해 9월 곧이어 추가로 진행된 5가구 보류지의 공개경쟁입찰 매각에도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39~130㎡ 최저가 10억5700만~22억6100만원이었다. 이번에는 개별매각이었다.

이 회사는 3가구를 입찰 최저가 가격대로 샀다. 총 53억6900만원이었다. 나머지 2가구가 유찰됐고 이듬해인 2020년 다른 법인과 개인에 각각 팔렸다.

법인 종부세 중과 직전 매도 

D사는 2년 뒤인 지난해 전체 8가구 중 6가구를 시장에 내놓아 모두 개인에 시세대로 되팔았다. 9억7000만원에 낙찰한 39㎡를 13억5000만원에, 19억원에 받은 110㎡를 25억8000만원에 각각 팔았다. 6가구 매각 금액이 121억원으로 낙찰가(94억1900만원)에서 27억원을 남겼다.

매도 시기가 절묘하다. 정부는 법인의 주택 투기 억제를 내세우며 2021년부터 법인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공제금액(6억원)을 없애고 최고세율(6%)을 단일세율로 중과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개인과 마찬가지로 다주택의 경우 6억원을 공제하고 단일세율보다 세금이 적은 누진세율로 과세했다. 2021년 6월 1일 기준 소유자부터 적용 대상이었다.

헬리오시티 8가구 종부세가 2020년 1억원대에서 2021년 7억원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D사는 종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매도 시점이 모두 6월 1일 이전이다. 한 가구는 5월 21일 계약하고 6일 뒤인 27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접수했다. 등기 접수일이나 잔금 지급일 중 빠른 날이 소유권 이전 날짜다.

매수자 대부분 30대 

매수자가 거의 30대로 나타났다. 6가구 중 5가구다. 30대 매수 금액이 12억~25억8000만원이다. 매수자 한 명은 지방 거주자다.

3가구가 담보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샀다. 3가구가 대출을 받았다. 두 가구는 매도자인 D사에서 돈을 빌려 잔금을 치르고 나서 갚았다. 한 가구는 제2금융권에서 빌려 D사 대출금을 해결했다. 나머지 한 가구는 개인에게 대출했다. 15억원 넘는 주택의 은행권 담보대출이 금지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크게 늘던 ‘영끌’ 30대가 집 장사의 타깃이 된 셈”이라며 “1년 새 주택시장 분위기가 급변하며 이들의 집값 하락 불안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형은 전용면적 기준. 자료: 업계 종합

주택형은 전용면적 기준. 자료: 업계 종합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일부 주택형 거래가격이 이들 매수가격보다 내려갔다. 매수가격이 12억~13억5000만원인 39㎡와 같은 주택형이 지난달 11억원에 거래됐다. 19억9000만원에 산 84㎡가 지난해 10월 23억8000만원까지 오른 뒤 지난 7월 20억7000만원까지 내렸다. 중개업소들은 머지않아 20억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25억원 안팎에 산 110㎡가 지난해 8월 29억1000만원까지 올라갔다가 지난 5월 거래 금액이 29억원이었다.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매물 호가가 25억5000만~28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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