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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제 2사옥 '1784', 완공에 6년이나 걸린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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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팬데믹 이후 오피스의 역할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습니다. 재택·원격근무가 일상화 됐지만, 그럼에도 ‘동료와의 소통, 업무 몰입을 위한 공간’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죠. 최근 기업들의 ‘오피스 실험’이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특히 빅테크 중에는 오피스를 ‘일하는 곳’을 넘어 ‘플랫폼’으로 바꾼 곳도 있는데요. 지난 4월 경기도 판교에 문을 연 네이버 제2사옥 ‘1784’가 대표적입니다. 네이버는 이곳을 테스트베드라고 부릅니다. 구성원이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이란 의미죠. 가령 네이버가 만드는 로봇도 이곳에서 가장 먼저 실험을 해볼 수 있다고 해요.

1784는 완공에 6년이나 걸렸습니다. 원래 일반 사무실로 기획했지만, 구성원의 새 니즈를 반영해 오늘의 테스트베드로 바꿨다고 해요. 네이버는 이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을까요? 강새봄 인터널브랜딩 책임리더,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를 만나, 비하인드를 들어봤습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오피스의 미래를 묻다” 10화 중 일부입니다.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인터뷰하는 퍼시스 김정윤 사무환경연구팀장과, 강새봄 네이버 인터널브랜딩 책임 리더,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 리더(왼쪽부터). ⓒ 폴인, 송승훈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인터뷰하는 퍼시스 김정윤 사무환경연구팀장과, 강새봄 네이버 인터널브랜딩 책임 리더,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 리더(왼쪽부터). ⓒ 폴인, 송승훈

12년만의 신사옥, 네이버 1784 기획 과정은

완공까지 6년이 걸렸습니다.

강새봄: 출발은 일하는 공간으로서의 오피스였는데요. 네이버 첫 사옥인 그린팩토리 시절과 비교하면 구성원 니즈가 다양해졌다는 걸 발견했어요. 사업이 확장되면서 스타트업 또는 외부 연구원과 협업할 공간, 커머스를 위한 스튜디오 등이 필요해진 거죠.

한편에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기술을 공간에 컨버전스하는 방안을 모색했고요. 코로나 이후의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했어요. 1784의 콘셉트는 이런 식으로 계속 변하고 업그레이드해 온 것 같아요.

그린팩토리가 오피스 공간으로서 주목을 받았다면, 1784는 오피스뿐만 아니라 기술을 고민하시는 분들까지. 다양한 분이 들여다보는 공간이 된 것 같아요. 저희도 1784를 단순히 오피스보다는 '플랫폼', '테스트베드'라고 부르니까요. 오피스 대신 열려 있는 공간으로 규정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강상철: 테스트베드, 컨버전스 빌딩, 로봇 프랜들리 빌딩 등 다양한 콘셉트로 설명될 수 있을 텐데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1784는 빌딩에 미래를 담은 곳입니다.

앞으로 있을 다양한 개발과 테스트, 모든 경험은 이곳에서 먼저 시도될 예정이에요. 1784를 거친 검증된 기술, 서비스를 세상에 선보이겠다는 저희의 의지가 담긴 건물이라고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1784라는 네이밍도 독특합니다.

강새봄: 네이버는 '건축이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이라는 기본적인 철학이 있어요. 그래서 건물 이름을 굉장히 고민해서 짓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연수원의 이름이 '커넥트원'인데요. 조선 시대 '서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함께 학문을 연구하고 몰입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요. 데이터센터의 이름은 '데이터센터각'입니다. 현시대의 디지털 장경각이라는 의미에요.

이 공간을 지을 때도 네이밍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신사옥은 '디지털 트윈'이에요. 눈에 보이는 건물은 하나지만 사실상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두 개의 형태입니다. 사람이 사용하는 아날로그 공간과 로봇이 이해하는 디지털 세계가 공존하는 거죠. 건축도 서비스도 아닌 말 그대로 '플랫폼'입니다.

그래도 이름도 기존과는 다른 체계로 가져가고자 했어요. 고민 끝에 숫자를 활용했죠. 이 공간의 번지수 178-4와 인류가 처음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산업혁명을 일으킨 연도 1784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이곳에서 인류의 삶을 바꿀 새로운 가치를 우리가 만들어나가겠다는 희망과 의지를 담아서요.

강상철: 앞으로도 변화는 계속될 거예요. 1784는 이러한 변화를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는 콘셉트로 만들어졌으니까요. 이 부분이 중요한 포인트에요. 미래에 어떤 이슈가 있든, 우리가 무슨 일을 시도하든 전부 수용할 수 있는 개념의 공간인 셈이죠.

플렉서블하게, 로봇 친화적으로

건물 콘셉트를 더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강새봄: 그린팩토리는 2010년에 지어진 건물이에요. 이름에도 '그린(green)'을 넣었고, 건물 외관도 그린 컬러가 적용되어 있죠. 한창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디지털 체제가 전환되던 시기였거든요. 초록 창으로 대표되는 저희 검색 서비스를 브랜딩하는 일이 중요해 사옥에도 이러한 콘셉트를 반영했어요.

1784는 보시는 것처럼 기름기를 쫙 뺀 공간이에요. 현재는 검색 서비스를 넘어 B2B, 커머스, 콘텐츠 등 훨씬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이 확장됐거든요. 포트폴리오의 확장과 시대상의 변화, 그리고 저희의 달라진 지향점을 담은 공간으로, 엠비언트 그레이(Ambient Grey)라는 테크 지향적이고 절제된 컬러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강상철: 공간적 특징을 말씀드리면, 1784의 공간은 플렉서블해요. 필요하면 공간 배치를 다 바꿀 수 있어요. 건물 중간에 기둥도 거의 없고요. 바닥도 굉장히 플랫합니다. 변화에 대해 자유롭고 로봇들이 돌아다니기에도 편리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1784 건물 곳곳을 누비는 로봇들. ⓒ 폴인, 송승훈

1784 건물 곳곳을 누비는 로봇들. ⓒ 폴인, 송승훈

강새봄: 건축이라는 보이는 1784에 더해 기술이 심리스(Seamless)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상의 1784'가 있어요. 이런 점이 신사옥을 '오피스 그 이상의 공간'으로 만드는 거죠.

공간 디자인 측면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요?

강새봄: 크게 4가지 포인트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로 덜어내는 디자인 방식을 택했습니다. 컬러도 덜어냈고, 콘크리트 외장재를 다른 자재로 덧대지 않고 그대로 뒀어요. 자재의 물성 그대로를 드러낸 점이 특징이고요.

두 번째는 기술과의 융합을 고려해 디자인한 점이에요.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앞에 LED 바가 있는데요. 기존 엘리베이터 사이니지와 다릅니다. 로봇이 타고, 내리고를 실시간으로 명확하게 보여주는 게 필요해 고안된 디자인이에요.

기술 융합을 고려해 디자인한 1784의 엘리베이터. 로봇의 탑승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 네이버

기술 융합을 고려해 디자인한 1784의 엘리베이터. 로봇의 탑승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 네이버

친환경적인 디자인도 추구했죠. 건물 외벽 루버를 자세히 보면 구멍이 있어요. 외부 채광이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한 것인데요. 동서남북 방향에 따라 구멍 크기와 수가 다르게 되어 있어요. 방향별로 가장 채광을 적절하게 받을 수 있는 수치를 계산한 결과입니다.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은 지점을 고려해 최대한 에너지 절감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고요.

마지막으로 기능성을 높였습니다. 지하 식당 벽이 고속도로의 차폐 월(wall)로 되어 있어요. 지하 식당의 소리 울림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거든요. 고속도로 방음벽을 활용해 저희 환경에 맞게 고도화했어요.

강상철: 코로나 시기에 건축했기 때문에 방역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손이 닿는 곳은 주로 안전한 메탈 재질을 적용했고요. 그중에서도 손이 많이 닿는 문은 근처에 가면 터치를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열리도록 안전하게 만들었습니다.

구성원, 공간 소비 넘어 생산자 될 것

이 공간에서 일할 구성원의 니즈는 어떻게 반영했나요?

강새봄: 공간 기획 시작 전부터 임직원 인터뷰를 계속 진행했습니다. 특히 심층 인터뷰를 많이 했어요. 재미있었던 건, 장기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3년 전, 2년 전, 1년 전 인터뷰 내용이 매번 달랐다는 거죠. 그래서 시기는 다르지만 이야기를 관통하는 핵심 니즈를 찾아 반영하는 게 중요했어요.

또 하나의 방법은 관찰이었어요. 저희 팀에서 그린팩토리 전 층을 돌아다니며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사진에 담았어요. 이걸 모아 워크숍을 하면서 발견한 인사이트가 있는데요. 건물이 바닥 공조라 바닥에서 바람이 나오는데, 일부 직원들은 불편했던 거예요. 박스로 막아두는 모습이 발견됐습니다. 그래서 공조 방식을 바닥 공조 반, 복사패널 반으로 바꾸었고요.

1784의 업무 공간. ⓒ 폴인, 송승훈

1784의 업무 공간. ⓒ 폴인, 송승훈

1784에서 구성원의 경험이 어떻게 달라지길 바라나요?
강새봄: 그린팩토리 만들 때를 떠올려보면 주변에 상업시설이 거의 없었어요. 편의점도, 식당도 멀다 보니 '홈(Home)' 콘셉트로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했습니다. 사옥 안에서 구성원이 모든 것을 충족할 수 있도록요. 이러한 맥락에서 수면실, 편의점, 은행까지 사옥 안에 포함했습니다. 공간이 복지가 될 수 있다는 임팩트 있는 사례가 되었던 것 같아요.

반면에 1784는 홈일 필요가 없게 됐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정자동이 활성화되었거든요. 이곳에서는 공간을 채우는 구성원이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구성원이 완성된 공간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생산자'가 되는 거죠.
상철님이 직원으로서 이 공간을 소비하지만, 동시에 직원을 위해 로봇 딜리버리 서비스를 만드는 생산자로 일하시는 것처럼요. 경험적으로 자극을 많이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강상철: 1784를 만들면서 구성원이 미래 기술들을 체험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 될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입주 후에 보니, 실제로 직원들이 새로움에 익숙해지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더군요. (웃음)

처음 접할 때는 신기하고, 좋은 서비스가 많은데 금방 일상이 되는 거예요. 자연스럽고 편해지는 거죠. 그러다 외부를 경험하고 나면 1784만의 특별함을 다시 크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앞선 기술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또다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순환이 일어나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입주 후 직원들의 반응은요? (후략)

더 많은 콘텐트를 보고 싶다면

팬데믹 이후 오피스의 역할과 필요성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재택·원격근무를 통해 ‘오피스가 아닌 곳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동시에 ‘동료와의 소통, 업무 몰입을 위한 최적의 공간은 역시 오피스’란 사실도 깨달았죠. 그렇다면 여러 곳에 흩어져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미래 오피스’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폴인이 퍼시스 사무환경연구팀과 함께 여러 회사의 공간 혁신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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