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정 경기대 교수. 중앙포토
‘여성가족부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논쟁적인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2030세대 남성 지지층을 끌어모았지만 같은 세대 여성들에겐 거부감을 일으켰다. 대선이 끝난 지 7개월 만에 정부가 지난 6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고, 여기에 ‘여가부 폐지’가 담기며 이제 논쟁은 여야의 입법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여가부 폐지’가 남성 유권자를 의식한 공약이었다면 윤 대통령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대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던 건 여성 유권자를 의식한 인재 영입이었다. ‘여성 프로파일러(범죄심리학자)’로서 여성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던 그는 대선 당시 “국비를 특정 단체에 다 쏟아붓는 식으로 여가부를 운영할 거면 없애는 게 마땅하다”며 여가부 폐지에 찬성했다. 그럼에도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지지층으로부터 “페미니스트(여성주의자)”라는 공격을 받은 뒤 선대위가 폐지되며 선거대책본부 고문 자리로 물러났다.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공식화하고, 이준석 전 대표는 당권을 박탈 당한 지금 이수정 교수에게 정부가 여성 범죄 대응과 관련해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13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범죄자 인권부터 챙기는 야당 출신 법무부 장관들이 하지 못할,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 윤석열 정부의 여성 안전 정책을 어떻게 보나.
- “신당역 사건 이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발표한 개선책들을 보면 충분히 전진하고 있다. 스토킹 가해자에게 전자 감시까지 고려한다고 하니까. 무죄 추정, 불구속 수사를 강조하던 박범계·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선 절대 나올 수 없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국회 통과가 문제다.”
- 최근 여가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나왔다.
- “신당역 살인 사건 현장을 가장 먼저 찾은 건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아닌 한동훈 장관이었다. 이게 지금 여가부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일할 거면 없어지는 게 맞다.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칭했던 과거와 달라진 게 뭔가. 복지 업무를 분담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친다면 본부장급에서 일하는 것도 가능할 거다. 다만, 여성의 안전이 위협 받고 있는 지금 여가부를 폐지하는 게 적절한 타이밍인지는 모르겠다.”
- 이준석 전 대표와도 여러 면에서 입장 차가 있었다.
- “지금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다 보니, 이 전 대표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다. 수사 받을 게 있으면 수사 받으면 된다는 정도의 생각뿐이다.”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징계를 앞두고 당을 공격하는 발언을 쏟아냈던 이 전 대표가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전후로는 조용하다.
- “별로 코멘트 하고 싶지 않다. 정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 학자로서의 입장이 있을 수 있지 않나.
- “일반론적으로 보자면, 자신이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수사 결과 발표 전후로도) 위축되지 않는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진석)는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당을 정비하고 있다. 비대위의 역할 중 하나는 2024년 4월 총선을 대비해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다. 여권에선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도운 이수정 교수도 좋은 카드”라는 얘기가 나온다.
- 정치를 할 생각은 없나.
- “내가 거절하기도 했고, 아직은 (정치권으로) 갈 생각이 없다.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중요하다. 과거 전자발찌가 도입될 당시 성 범죄자들의 재범 가능성을 평가하는 도구를 만든 게 나다. 지금은 연장 선상에서 스토킹 재발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하기 위한 지표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