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로' 장관인기라…'영남알프스' 5만평 은빛물결 보려면? [e즐펀한토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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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울산 울주군 상북면 간월재. 배내2공영주차장에서 1시간 30분 정도 올라가 해발 900m에 도착하니 16만5000㎡(5만평)의 탁 트인 은빛 억새밭이 펼쳐졌다. 간월재는 신불산(1159m)과 간월산(1069m) 두 형제봉 사이에 잘록하게 들어간 고개다. 매년 9월부터 능선을 따라 억새 꽃이 피기 시작해 10~11월이면 은빛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이곳은 과거 배내골 주민, 울산 소금장수, 언양 소장수, 장꾼들이 줄을 지어 넘었던 고개다. 주민들은 10월이면 간월재에 올라 억새를 베어 억새 지붕을 이었다고 한다.

[e즐펀한토크]

드론으로 본 간월재 정상. 5만평의 억새가 은빛 물결을 이루고 있다. 울산=백경서 기자

드론으로 본 간월재 정상. 5만평의 억새가 은빛 물결을 이루고 있다. 울산=백경서 기자

간월재는 한때 맹수들의 천국이었다고 한다. 은빛으로 일렁이는 억새밭은 백악기 시대 공룡 놀이터였으며, 이후엔 호랑이·표범이 득실거렸다고 한다. 특히 간월재 서쪽 아래 왕방골은 산세가 험한 원시림 협곡이다. 이 때문에 천주교인이나 빨치산들은 이곳을 은신처로 이용했다.

이날 등산객들은 억새밭 사이에서 기념사진을 찍거나 간월재 휴게소 별미인 컵라면을 먹으며 기력을 보충했다. 경남 고성에서 왔다는 40대 여성은 “매년 가을이면 이곳에 어머니와 함께 억새를 보러왔는데 요즘엔 다리가 안 좋으셔서 혼자 왔다”며 “간월재를 지나는 영남알프스 케이블카가 생기면 다시 함께 나들이 오고 싶다”고 말했다.

영남알프스의 관문이라고 불리는 간월재. 해발 900m에 위치하며 가을엔 억새가 은빛 물결을 이룬다. 울산=백경서 기자

영남알프스의 관문이라고 불리는 간월재. 해발 900m에 위치하며 가을엔 억새가 은빛 물결을 이룬다. 울산=백경서 기자

영남알프스는 울산의 가지산(1241m)·운문산(1188m) 등 1000m급 산봉우리가 9개가 연이어 있는 아름다운 산군(山群)이다. 유럽 알프스 경관과 견주어도 손색없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울주군은 그동안 더 많은 관광객이 영남알프스를 즐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특수법인 영남알프스케이블카 주식회사와 케이블카 개발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해 사업이 본격화할 방침이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는 울주군 복합웰컴센터에서 간월재 억새평원까지 2.472㎞ 구간을 운행한다. 내년 하반기 착공, 2025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전액 민자로 총사업비 644억원이 투입된다. 설치되면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기부채납 후 무상 사용 허가 방식으로 시행한다.

지역 상인들 “20년 숙원사업, 케이블카 대환영”

영남알프스 간월재 억새. [중앙포토]

영남알프스 간월재 억새. [중앙포토]

사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1999년부터 추진됐지만, 환경단체 반대 등으로 20년 넘게 추진과 중단을 반복해왔다. 지역 상인들은 “이번에야말로 꼭 생겼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가 설치될 울주군 상북면 복합웰컴센터 인근에서 15년째 카페를 운영해온 한두순(66)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수십 년째 케이블카 건립과 무산을 반복하니 기다리다 지쳤다”면서도 “이 일대엔 자수정동굴, 등억옥천단지 등 관광 인프라가 꽤 있고 복합웰컴센터에선 울주세계산악영화제도 열리니 케이블카까지 설치되면 관광객이 즐길 거리가 다양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상북면에서 숙박업을 하는 박방권(67)씨도 “수십년간 영남알프스를 다니다 요즘엔 다리가 좋지 않아서 못 가는데 가을엔 억새가, 겨울엔 설경이 정말 멋지다”며 “이 좋은 풍경을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 침체한 지역 경제도 살아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산시 소상공인연합회도 케이블카 설치를 반겼다. 김창욱 울산소상공인연합회장은 지난 11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케이블카 설치는 지역 상인과 주민에게는 생계가 달린 중대한 사업이다”며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 인근 등억온천단지는 과거의 명성이 없어지고 상당수 문을 닫아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어 전체적으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케이블카 건립 막아낼 것” 

울산 울주군의 복합웰컴센터.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는 이곳과 간월재를 왕복할 예정이다. 울산=백경서 기자

울산 울주군의 복합웰컴센터.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는 이곳과 간월재를 왕복할 예정이다. 울산=백경서 기자

지역 환경단체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케이블카는 그동안 의회와 갈등이나 환경단체 강력한 반발 등으로 후퇴했으나, 잊을 만하면 추진 주체나 노선을 바꿔서 다시 들이대기를 되풀이해 왔다”며 “산악 케이블카 건립에 환경과 개발이 공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케이블카 설치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통과 여부가 관건이다. 앞서 2018년에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생태계 훼손 등 이유로 ‘부동의’를 결정해 케이블카 설치가 무산됐다.

울주군 측은 "이번에 제시한 새로운 노선이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노선"이라고 했다. 상부 정류장과 케이블카 노선이 낙동정맥을 벗어난 신불재 남서 측 해발 약 850m에 위치하고,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건설한다는 게 울주군의 설명이다.

손호태 영남알프스케이블카 대표이사는 “최소한의 선택적 개발과 적극적 환경보전으로 자연생태환경에 적합한 친환경 케이블카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순걸 울주군수는 “울산을 대표하는 산악관광지인 영남알프스에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해 침체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입, 민간투자 유치 등 효과가 기대된다”며 “케이블카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민간사업자와 협력해 사업 추진에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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