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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미 이겼다"…핵 3단계 전략 2년뒤 완성, 곧 '충격적 행동'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핵무기는 폭발력과 파괴력, 그리고 살상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해 지구 상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을 종결하려고 만들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단 두발의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일본이 바로 항복해 전쟁을 연합군의 승리로 마무리한, 공포의 절대무기가 핵무기다.

우리는 무서운 절대무기인 핵무기를 북한이 사실상 보유했고, 실전에서 운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무의식적으로 인식한 상태다. 김정은의 철저히 계산된 ‘대남·대미 핵위협 공개 및 각인전략’ 때문이다. 사실은 김정은이 집권 후 미사일을 80여 회 150여 발 이상 발사하고 이를 공개할 때마다 국내외 언론들이 속보로 그 위협의 실체를 전 세계에 신속히 홍보해 줬기 때문에 북핵·미사일 위협은 수많은 사람의 인식 속에 이미 각인돼 있다.

14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연쇄 도발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14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연쇄 도발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김정은은 지난 9월 8일 정권창건일을 하루 앞두고 핵보유를 공식화하고 핵무기 사용 원칙을 담은 법령을 채택했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핵무력 법제화로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가 불가역적으로 됐다”며 “절대로 먼저 핵포기, 비핵화란 없으며, 그 어떤 협상도 흥정물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걸 보고 가슴이 뜨끔할 사람들이 몇몇 있을 것이다.

법령 3항 핵무기 지휘통제와 6항 핵무기 사용원칙에는 ‘적대세력의 비핵공격 징후에도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 단행된다’고 명시해 대남 핵선제타격까지도 법제화했다. 이후 김정은은 9월 25일부터 당창건일 하루전인 10월 9일까지 전술핵 운용부대를 7차례나 방문해 핵탑재용 미사일 발사훈련을 지도하고도 일정기간 공개하지 않았던 자신들의 핵무기 실전운용 능력을 모두 언론에 공개했다.

그 결과 지난 5월부터 북한이 임의지역에서 발사한 다양한 실전용 미사일들을 공개하지 않았던 궁금증까지 해소하면서 핵무기가 실전에 배치됐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알림으로써 내부결속은 물론 대남·대미 핵무기 위협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또다시 성공했다.

특히 화성-12형 증거리탄도미사일(IRBM)은 일본 상공을 통과해 약 4500㎞의 최장 비행거리로 날아가 일본이 먼저 놀라고 미국도 놀랐다. 워싱턴 소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안킷 팬다 핵무기 전문가는 “비핵화 고집은 실패이자 촌극”이라며 “북한이 이미 이겼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화성-12형은 2017년 2발을 괌 위협 목적으로 북태평양에 쐈을 때도 괌·하와이 주민과 관광객들이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진 바가 있다. 화성-12형은 김정은이 하시라도 긴장을 조성하고 정세를 주도할 수 있음을 보여는 대미 위협 각인전략의 중요한 카드인 셈이다.

이렇게 김정은 정권의 북한이 자신들의 핵무기 능력(소형화+미사일)을 한·미와 국제사회에 각인시켜 온 단계는 세 개의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1단계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으로, 2013년 3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4차례의 핵실험 성공과 새로운 북극성 계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및 화성 계열 장거리 탄도 미사일(IRBM·ICBM) 발사에 성공하면서 김정은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던 시기다.

이 시기 북한은 핵무기 소형화 기술을 완성했고, 신형 백두산 엔진 개발로 화성-12형과 화성-14/15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그리고 단거리·준중거리용 고체추진제 개발로 발사 시간 단축과 정밀 유도기술 향상에도 성공했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 초기부터 모든 미사일의 발사 장면과 제원을 다음날 공개했다. 미국도 화성-12/14/15형 발사 시부터 북한의 IRBM·ICBM 능력을 인정하고 '화염과 분노', '코피 작전'으로 맞서기도 했다.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두 차례나 열렸다. 김정은의 대미 핵무기 위협 각인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2단계는 2019년 5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약 3년여의 기간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2차 정상회담 간 핵군축 협상이 결렬되자 김정은은 다시 5월부터 1단계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고체추진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KN-23/24/25), 극초음속 미사일, 미니 SLBM,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 탐지와 요격이 어려운 저고도/극초음 속도/하강-상승(pull-up) 기술/정확도 향상 등 다양한 전술핵투발 수단을 고도화하고 발사플랫폼을 터널과 연결된 철도와 도로, 저수지 등으로까지 확장하는 등 전술핵무기 실전운용 능력과 생존성 향상에 매진해 왔다.

북한이 12일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2기를 시험발사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이 12일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2기를 시험발사하고 있다. 뉴스1

이러한 미사일의 발사 장면과 제원도 모두 공개했다.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에서 발사하는 고체 추진제 미사일은 감시도 어렵고 임의의 장소에서 24시간 기습발사가 가능하다. 이른바 '게임체인저'라고 불리는 SLBM 다음으로 생존성이 뛰어나 한·미의 선제공격에도 살아남아 제2격능력(세컨드스트라이크)이 가능하다는 점을 각인시킨 것이다. 자신들의 핵·미사일 발사를 감시도, 요격도, 응징도 어려우니 상대하지 말라는 의미다.

3단계는 지금부터 2025년까지 약 3년의 기간으로 북한의 국방발전 5개년계획(2021~2025년)이 마무리하는 기간까지로 예상할 수 있다. 이 시기 전술 핵탄두 위력을 과시하려는 7차 핵실험이 대남·대미 핵위협 각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며, 고체추진 ICBM, 3000톤급 이상 잠수함 진수와 SLBM, 군사정찰위성 등의 발사로 위협을 지속 각인시킬 것으로 보인다.

1~3단계 공히 북한의 대남·대미 핵위협전략은 ‘위협공개 및 위협각인’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북한식 억제전략’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한국과 미국에게 핵·미사일의 실 발사 장면과 제원을 보여줌으로써 미사일 종류별 성공적인 발사 사실과 정확도, 감시 및 요격회피 능력을 각인시키고자 의도했다. 내륙의 임의지역 특히 북·중 국경지역에 근접한 위치(무평리 등)에서도 은밀하게 발사할 수 있는 기습 및 생존능력까지의 위협을 한미가 스스로 깨닫고 자신들을 함부로 응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위협공개 및 각인전략’을 적극 구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전투기와 폭격기가 위협비행을 하고 동·서해 9ㆍ19 완충해역에서는 560여 발의 포사격까지 하고 있다. 혹자들은 무력시위라고 말하지만 필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김정은 시대 10년 이상을 가까이에서 보아 온 경험으로 볼 때 심상치 않은 대남·대미 군사도발징후로 읽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후계자 시절이었던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도발 시기와 유사한 점들이 보인다. 당시에도 전투기들이 잘 안하던 비행을 재개했고 특유의 기만활동도 있었다. 도발시기와 방법은 단정하기 어렵지만 ‘도발빌미 축적→긴장조성→군사도발→핵확전 위협/군축’ 주기 가동으로 이른바 ‘충격적 행동’을 시작할 때가 다가오는 듯하다.

핵 없는 우크라이나의 비극적인 참상과 핵을 가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의 잔인함을 지켜보면서 핵을 가진 김정은은 안심하면서도 푸틴을 본받아 오판할지 모른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김정은의 핵무기 아드레날린을 자극할까 봐 우려하는 우리 국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정치권은 권력과 보신만을 위한 소모적인 정쟁으로 국민을 더 이상 속여서는 안 된다. 김정은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는 궤변도 철회돼야 한다. 핵무기는 특정세력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북한이 사실상 핵무장국이라고 인정하고 예상 위협에 실질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마냥 북핵·미사일을 머리 위에 얹고서 인질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호전적인 레토릭만을 반복하는 것도 이제는 식상하고 정답도 아니다. 머리 위의 북핵·미사일 위협 앞에서는 국민도, 국론도 통합해야 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국가안보정책과 대안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2기의 시험발사를 보고 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2기의 시험발사를 보고 있다. 뉴스1

우선 확장억제 강화 속 국지도발 대비태세를 최상으로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체 핵무장’도 ‘전술핵 재배치’도 ‘핵공유’도 ‘핵자산 상시 순환배치’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국가의 미래를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

김정은이 핵무기로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함부로 대하도록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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