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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시 완치율 4세 95%, 8세 23%…영·유아 때 시력 리셋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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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호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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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노화가 가장 빨리 찾아오는 신체기관이다.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고 아직 잘 보인다고 눈 관리에 소홀하면 치명적이다. 시력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만큼 매우 느리게, 그리고 꾸준히 나빠진다. 이렇게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이 어려워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력이 발달·성숙하는 유·소아 때부터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늘면서 눈 노화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약시 등으로 보는 힘이 떨어져 나쁜 눈이 된다. 중년 이후부터는 눈 조절력이 약해져 노안이 생기고, 백내장·녹내장·황반변성 등 안과 질환으로 시력이 뚝뚝 떨어진다. 눈의 날(10월 13일)을 계기로 연령별 효과적으로 시력을 지키는 법에 대해 알아봤다.

콘택트렌즈 하루 8시간 넘게 착용 금물

눈은 보는 뇌다. 각막·동공·수정체를 거쳐 망막에 도달한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눈을 이루는 각막·동공·홍채·수정체·망막 등 안구 조직에 상처·염증이 생기면 눈 조절력이 약해지고 시신경이 손상된다. 이렇게 나빠진 눈은 회복이 어렵다. 결국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을 수 있다. 시력은 보일 때 지켜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안과 이병주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시력 측정, 안저 검사, 굴절 검사 등 안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으면 시력 이상을 조기에 발견해 눈이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력이 빠르게 성장하는 영·유아기에는 시력 발달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가능한 만 1·3·6세 때는 눈 상태를 다각적도 파악하는 정밀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영유아 검진에도 안과 검사가 포함돼 있지만, 시력 발달 속도가 평균보다 느리다는 등 세심하게 점검하기 힘들다. 아이 스스로 시력이 좋은지 나쁜지 인지하지 못 한다. 눈을 잘 맞추고 겉보기에 이상이 없다고 안과 검진에 소홀하면 시력 이상을 뒤늦게 발견하기 쉽다.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ins.com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ins.com

시력은 출생 직후부터 발달하기 시작해 만 8~10세 전후로 완성된다. 보는 힘은 이 시기에 발달한다. 안구가 서서히 커지고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면서 시야가 넓어진다. 태어났을 땐 커다란 물체를 어렴풋이 보는 정도다. 생후 2개월에는 커다란 물체가 움직이는 것에 시선을 맞추고 돌 무렵에는 낙서하고 물건을 가리킬 수 있다. 만 6세에는 정상 시력인 1.0에 이른다. 이렇게 완성된 시력은 성인까지 이어진다.

어렸을 땐 시력 이상을 빨리 발견할수록 교정 치료에 유리하다. 일종의 시력 리셋이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박경아 교수는 “시력 발달기에는 안경을 쓰고 가림치료를 하면 효과적으로 시력 교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한안과학회에서 어린이 약시 환자 222명을 대상으로 치료 시기에 따른 완치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만 4세 때 치료를 시작한 경우 완치율은 95%였지만 8세 때 치료를 시작한 경우 완치율은 23%에 불과했다. 시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으면 그 상태에서 발달이 멈춘다. 입체·거리 감각이 떨어지거나 영구적인 시력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청소년기에는 근시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체격이 자라는 만큼 동그란 안구가 커지면서 근시에 취약해진다. 눈만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만 7~9세 무렵에 근시가 빠르게 진행한다. 특히 이 시기는 근시를 유발하는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의 사용 시간도 늘어난다. 가까운 거리를 주로 보는 근거리 작업을 주로 수행하면서 수정체가 볼록한 상태를 유지해 근시가 가속화한다. 국내 10대 청소년 10명 중 8~9명은 근시라는 보고도 있다. 실내에서만 주로 생활하고 근거리 작업만 하다 보니 근시로 먼 거리 시력이 나빠지는 것을 놓치기 쉽다.

문제는 근시가 심해질수록 안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시신경 조직인 망막이 얇아진다는 점이다. 고도 근시로 진행하면 안구의 형태학적 변화로 백내장·녹내장·망막질환 등 다양한 안과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지고 시력도 나빠진다. 근시 진행이 빠르다면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일종의 근시 예방 치료다. 근시는 일정 나이가 되면 진행을 멈춘다. 근시 치료는 크게 각막 중심부를 눌러주는 드림렌즈를 매일 6~8시간가량 착용하고 자거나, 안구 길이 성장을 억제하는 안약을 점안한다. 최근엔 근시 진행 억제 효과를 입증한 마이사이트 콘택트렌즈, 마이오스마트 안경 등으로 일상적으로 관리하기도 한다. 시야가 트인 야외 활동 시간을 늘리는 것도 좋다. 중앙대병원 안과 전연숙 교수는 “하루 1시간 정도는 산책하며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면 혈중 도파민 농도가 높아져 근시 진행이 늦어진다”고 말했다. 평균 주 14시간 이상 야외 활동을 하는 호주 시드니 어린이와 일주일에 3시간만 바깥에서 지내고 주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싱가포르 어린이의 눈 상태를 비교했더니  싱가포르 어린이의 근시 환자가 호주의 9배나 많았다는 연구도 있다.

청년층은 눈 피로도를 높이는 행동에 주의한다. 장시간 콘택트렌즈 착용이나 디지털 기기 사용이 대표적이다. 하루 8시간 이상 렌즈를 연속 착용하면 각막으로 산소를 전달하는 것을 방해해 눈 피로도를 높인다. 눈이 붉게 충혈되고, 눈 염증으로 눈 결막이 붓는다. 국내 콘택트렌즈 관련 부작용 경험자의 71.2%는 장시간 렌즈 착용이 원인이다. 침대에서 옆으로 눕거나 엎드려 스마트폰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거리에서 작은 화면을 잘 보기 위해 초점을 맞추고 유지해 눈이 금방 지치고 뻑뻑해진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국문석 교수는 “중력의 영향으로 눈에 가해지는 압박이 강해져 안압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안구 내부 압력 상승으로 녹내장 발생 위험도 커진다.

고혈압·당뇨병 환자는 실명 질환 위험

만40세 이후 중년부터는 녹내장·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 같은 3대 실명 질환에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전신 혈관에 영향을 주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더 주의한다. 혈압·혈당이 높으면 망막의 작은 혈관이 딱딱하게 굳고 시세포가 밀집된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변성을 유발해 시력이 나빠진다. 고지혈증도 마찬가지다. 혈관 내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눈 망막 혈관의 혈액순환이 불량해져 보는 힘이 떨어진다. 노안으로 눈이 침침해져 스마트폰 문자를 읽기 힘들어졌다고 생각해 방치했다가 시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 눈 노화도 시작된다. 안압이 높아져 시신경을 압박하고, 망막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보는 힘이 약해진다. 대한안과학회 박성표(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안과) 홍보이사는 “중년부터는 눈 이상이 없더라 연 1회 정기적 안과 검진으로 시력 변화를 세심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인 시력 검사뿐 아니라 안압을 측정하고 망막 혈관의 형태 변화, 부종·출혈 여부 등까지 다각도로 관찰한다. 집에서는 한쪽 눈을 가리면서 시력 이상을 살핀다. 양 눈을 모두 뜨고 보면 한쪽 눈의 시력이 나빠져도 인식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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