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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넷플릭스 “광고 보면 5500원”…네카가 예의주시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현지시간) 넷플릭스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고가 포함된 요금제인 ‘광고형 베이식’ 출시를 발표했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넷플릭스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고가 포함된 요금제인 ‘광고형 베이식’ 출시를 발표했다. [AP=연합뉴스]

예고만 무성했던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가 마침내 등장한다. 구독자 수 감소에 대응해 올해 4월 처음으로 넷플릭스에 광고를 상영하겠다는 발표를 한 지 6개월만. 지난 7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광고 모집과 상영을 위한 제휴를 맺는 등 차근차근 준비해온 결과다.

전 세계 약 2억명의 회원을 보유한 거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광고를 장착하면서 광고판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됐다. 국내에서 플랫폼 광고로 짭짤한 수익을 차지하던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는데.

무슨 일이야

13일(현지시간) 넷플릭스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고가 포함된 요금제인 ‘광고형 베이식’ 출시를 발표했다. 다음 달 1일부터 한국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등 12개 국가에 선보일 예정. 가격은 한 달 기준 미국 6.99달러(약 1만원), 독일 4.99유로(약 7000원) 등 국가와 시장에 따라 다르다. 국내 가격은 월 5500원, 기존 최저 요금제(베이식 요금제·9500원)보다 40%가량 저렴하다.

13일(현지시간) 넷플릭스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고가 포함된 요금제인 ‘광고형 베이식’ 출시를 발표했다. [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쳐]

13일(현지시간) 넷플릭스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고가 포함된 요금제인 ‘광고형 베이식’ 출시를 발표했다. [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쳐]

뭐가 달라져

광고 방식은 유튜브와 비슷하다. 광고 요금제 가입자들은 콘텐트 시작 전과 재생 도중 15초 또는 30초 길이의 광고를 봐야 한다. 오프닝 타이틀이 등장하기 전과 영상 중간에 삽입되는 것. 건너뛰기 기능은 없다. 1시간 분량의 콘텐트를 시청할 경우 평균 4~5분의 광고를 봐야 하는 셈. 또한 일부 콘텐트(전체의 5~10%)는 라이센스 문제로 시청할 수 없다. 넷플릭스 측은 “현재 해당 부분의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왜 중요해

◦ 구독자·매출 ‘일거양득’: 넷플릭스가 꺼내 든 광고 요금제는 일종의 ‘꿩 먹고 알 먹고’ 전략. 저렴한 요금제를 원하는 구독자를 끌어들이면서, 광고도 유치해 수익을 개선하려는 의도다. 지난 4월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유료 가입자 수가 전 분기보다 20만 명 줄었다고 밝혔다.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구독자 증가세가 꺾인 것. 넷플릭스가 성장을 위해 마련한 대응책이 바로 광고 요금제다. 가입자가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가장 저렴한 광고형 요금제로 갈아타더라도, 광고수익을 고려하면 오히려 총매출이 늘어난다는 게 넷플릭스의 계산.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구독자가 유입되는 대신, 기존 가입자가 광고요금제로 옮겨가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며 “그렇더라도 총 매출을 따지면 오히려 현상유지(neutral) 되거나,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글로벌 광고업계 ‘들썩’: 광고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광범위한 인지도를 보유하고, 국가별 대규모 회원을 거느린 플랫폼이 등장했기 때문. 넷플릭스는 전 세계 2억2100만(지난 2분기 기준), 국내 500만(지난해 말 기준)의 유료 구독계정을 확보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 출시는) 광고업계(마케터)에서 프리미엄 동영상 광고 시장의 잠재력이 무척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3일(현지시간) 넷플릭스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고가 포함된 요금제인 ‘광고형 베이식’ 출시를 발표했다. 사진은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의 중간광고 모습을 시연한 모습. [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쳐]

13일(현지시간) 넷플릭스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고가 포함된 요금제인 ‘광고형 베이식’ 출시를 발표했다. 사진은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의 중간광고 모습을 시연한 모습. [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쳐]

다른 데는 어때 

◦ “우리도 광고”: ‘맏형’ 넷플릭스의 움직임에 글로벌 OTT 업체들도 바빠졌다. 수익성 확보를 위한 해법을 광고시장에서 찾게 된 것. 당장 디즈니플러스도 오는 12월부터 광고를 도입하기로 했다. 우선 미국에서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예정. 기존 구독상품(월 7.99달러)의 이름이 ‘베이식’으로 바뀌는데 1시간 분량 콘텐트를 시청할 경우 약 4분 분량의 광고가 노출될 전망이다. 광고 없이 콘텐트만 보고 싶은 구독자는 월 10.99달러짜리 ‘프리미엄’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 골치 아픈 토종 OTT: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유료로 콘텐트를 소비하는 가입자에게 광고를 노출하는 건 위험 부담이 큰 일. 매출에 욕심내다 자칫 구독자를 잃을 수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OTT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OTT 서비스에는 광고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 관련 매출이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먼저 시장에 진입한 넷플릭스의 이용자 수 추이를 보며 국내 서비스들도 대응 방법을 떠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카도 예의주시

국내 빅테크의 셈법도 빨라졌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당장 광고수익이 ‘기초체력’이기 때문. 특히나 두 회사는 ‘애프터 코로나’로 인해 하락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광고 서비스 확장에 초점을 맞춘 상태다. 대형 광고주의 수요를 빨아들이는 넷플릭스의 등장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데.

◦ 경쟁자 마주한 네이버: 검색 광고(SA), 디스플레이광고(DA), 그리고 최근 개발한 성과형 디스플레이 광고(GFA) 등 다양한 ‘광고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네이버. 당장은 넷플릭스가 등장해도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네이버 TV, 스포츠 중계 등에 삽입되는 동영상 광고 시장에 경쟁자가 등장한 것은 사실. 향후 변화를 지켜보며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성은 생겼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에는 다양한 광고 상품군이 있는 만큼, 광고 시장에서 견고하게 사업을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동태 살피는 카카오: 카카오는 지난 2분기 컨퍼런스 콜 당시 동영상 광고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태. 이미 영상 광고 확장 실험도 시작했다. 지난 8월부터 카카오톡 상단에 위치한 이미지 형태의 배너를 영상 형태로 확장해서 노출하는 ‘비즈보드익스팬더블’ 시범 운영에 들어간 것. 카카오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도 동영상 광고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넷플릭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계획

광고 요금제는 수익성 향상을 위한 넷플릭스의 전략 중 일부. 현재 구독자 확보를 위한 다른 계획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게임 플랫폼’. 게임으로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다. 구독자를 플랫폼에 붙잡아두기 위한 재미 요소를 추가하는 것. 현재 넷플릭스 가입자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 31개. 라인업을 확충하기 위해 지난달 자체 스튜디오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연말까지 서비스하는 게임의 개수를 50개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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