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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에 대북사업 편의” 檢, 이화영 2억6000만원 뇌물 기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8년 10월 25일 방북 결과를 발표하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그는 당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해 조선아태평화위원회 김성혜 실장을 비롯한 북측 고위관계자와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2018년 10월 25일 방북 결과를 발표하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그는 당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해 조선아태평화위원회 김성혜 실장을 비롯한 북측 고위관계자와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검찰이 14일 쌍방울그룹에서 수억 원의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화영(58)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재판에 넘겼다. 이 전 부지사가 평화부지사 재직 시절 대북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실상 쌍방울의 사업 편의를 봐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검찰은 이 전 부지사와 대북 민간단체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와 관련해 북한 만수대창작사 그림 반입, 코인(APP427) 발행 등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해 대북 송금 의혹이 드러나게 될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쌍방울 불법 정치자금 3억여원 수수…이 중 2억 6000만원 뇌물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가 이 전 부지사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평화부지사에 임명된 2018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쌍방울에서 법인카드 1억9000만원, 최측근 A씨의 허위급여 1억원, 차량 지원 1000만원 등 총 3억2000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봤다. 이 중 2억6000여만원에 대해선 별도로 뇌물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또 이 전 부지사 측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와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 등의) 범인도피 혐의를 받는 쌍방울 부회장 B씨(54)도 이날 같이 기소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과 이 전 부지사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윈윈 관계’라고 봤다. 쌍방울그룹은 대북사업 체결 편의와 이로 인한 주가 상승 등을 노리고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제공했고, 이 전 부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 등을 위해 뇌물을 받고 도와줬다는 것이다.

수원지방.고등검찰청 전경. 중앙포토

수원지방.고등검찰청 전경. 중앙포토

쌍방울, 남북경협 소재로 1558억 이익…檢 자본시장법 계속 수사

검찰은 쌍방울이 북한 측과 경제협력 사업을 합의하던 2019년을 주목했다. 쌍방울은 2019년 1월 중국 선양에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같은 해 5월엔 중국 단둥에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를 각각 만나 ‘경제협력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들 합의서 작성에 이 전 부지사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당시 합의에는 경기도와 대북 사업을 협력했던 대북단체 아태협 회장 안모씨등도 함께했다고 한다. 안씨는 그해 1월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현 SBW생명과학)의 사내이사로 영입됐다. 북한과 경협 합의로 나노스는 희토류를 포함한 북한 광물에 대한 사업권 등을 약정받았고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2017년 2월 나노스의 전환사채(CB) 200억원을 인수한 쌍방울은 201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전환사채 180억원에 대한 전환 청구권을 순차적으로 행사해 1558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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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혐의 부인했지만…검찰 “윈윈 관계”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과의 관련성 등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쌍방울과 이 전 부지사의 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평화부지사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쌍방울의 고문·사외이사(2011년~2018년 6월)로 활동했다. 쌍방울이 경기도와 아태협이 2018년과 2019년 공동 주최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수억원을 우회 지원한 것도 당시 평화부지사였던 이 전 부지사의 직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북통으로 알려졌고, 경기도의 대북 사업을 총괄하는 평화부지사로 임명됐다”며 “대북사업에 대한 이권이 아니라면 쌍방울이 이 전 부지사를 계속 후원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뉴스1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뉴스1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것 외에도 최측근인 A씨 명의로 나노스의 지분 1억원 상당을 차명으로 보유한 사실을 파악하고 조사 중이다. 또 이 전 부지사의 아들이 쌍방울 계열의 연예기획사에 입사해 1년 동안 급여를 수령한 것도 취업 특혜나 허위 급여 지급을 의심하고 있다.

쌍방울이 아닌 다른 업체에서도 A씨를 허위로 직원 명부에 올리고 급여와 차량을 받았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쌍방울을 둘러싼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 혐의 등도 조사하고 있다. 수사 경과에 따라 이 전 부지사는 물론 관련자들도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부지사가 기소되면서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검찰의 칼끝이 향할 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 전 부지사의 개인 비리로 보이지만, 이 대표가 당시 최종 책임자였고, 대북사업을 본인의 치적으로 홍보했던 만큼 정치적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십억원, 달러로 중국 밀반출” 대북 송금 의혹…檢 압수수색

한편 쌍방울그룹의 정·관계 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날 쌍방울 전 간부와 아태협 회장 안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엔 아태협 사무실도 포함됐다. 검찰은 쌍방울이 2019년 수십억 원을 달러로 바꿔 중국으로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돈의 일부가 북한으로 건네진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또 중부지방국세청 직원을 추가 파견받는 등 쌍방울그룹의 자금 흐름 등 다른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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