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 9월 근원 물가 41년 최고치인데 증시는 급반등,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치솟는 물가는 증시에는 악재다. 특히 요즘처럼 중앙은행이 물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 뛰는 물가는 긴축을 더 강화할 수 있어, '물가 상승=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청개구리 행보를 보였다. 9월 근원 물가가 4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발표에도 뉴욕 3대 지수가 2~3% 뛰며 거래를 마쳤다.

미국 증시가 모처럼 반등세다. 사진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AP=연합뉴스

미국 증시가 모처럼 반등세다. 사진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AP=연합뉴스

미국 노동부는 이날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8.1%)를 웃도는 수치다. 41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6월(9.1%)보다는 낮지만, 석 달 연속 8%가 넘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의 우려를 키운 건 근원 CPI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기본 물가인 근원물가가 6.6% 상승했다. 4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3월(전년동월대비 6.5%)보다 상승 폭을 키우며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 결정의 주요 지표인 근원 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 0.75%포인트를 올릴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긴축의 먹구름이 더 짙어졌지만 증시는 우려와 달리 움직였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2.83% 급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60%, 나스닥 지수는 2.23%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시장의 청개구리 행보에 해석은 분분하다. 근원 물가가 4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는 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큰 상태지만 물가 '피크 아웃'(정점 통과)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여긴 것이다. 시장이 이른바 'Fed 피벗(pivot·입장 선회)'을 기대하는 희망 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즈 앤 손더스찰스 슈왑의 최고투자전략가는 "변동성을 부추길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인플레가 마지막 숨을 고르고 여기서부터 감속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우선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Fed의 긴축에 대한 우려로 급락한 증시가 공격적인 저가 매수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CNBC는 “기술적 반등이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S&P500와 나스닥 지수가 6거래일 연속 하락하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풀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영국 정부가 감세안을 수정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며 영국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은 것도 주식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13일 가디언은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부자 감세’로 비난받았던 고소득자 소득세 인하에 이어 법인세 인상 폐지 방안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파운드화 가치는 2% 정도 오르며 1파운드당 1.1319달러선에서 거래됐다.

공매도 청산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시각도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자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다시 사서 갚는 방식의 투자 기법이다. 이날 공매도 투자자가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면서 주가가 뛰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공매도가 많은 주식으로 꼽히는 ‘골드만삭스 공매도 바스켓’은 이날 장중 5.4% 하락했다가 1.4% 상승 마감했다. 리처드 번스타인 글로벌 투자은행(IB) 애널리스트는 “CPI 발표 이후 증시가 급반등하자 공매도 세력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숏 커버링(공매도 했던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에 나선 것이 증시 반등세를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매트 메일리 밀러 타박 수석 시장 전략가는 “CPI 발표 직후 폭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너무 많아 바닥이 보이지 않자 공매도 세력이 패닉에 빠졌고 시장이 갑자기 급반등하자 손실을 제한하기 위해 공매도를 덮으면서 반등 랠리에 연료를 더했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