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정부 전술핵 구상, 2년전 김성한 기고문에 담겨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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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무차별 도발에 따라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구체화되는 가운데, '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야인 시절부터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1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는 모습. 뉴스1.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1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는 모습. 뉴스1.

"전술핵 재배치로 확장억제 보완"

김 실장은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시절이던 2020년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제 평가'라는 제목의 학술지 기고문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또는 핵실험과 같은 전략도발을 행했을 때 전술핵 재배치와 핵 공유 방안을 미국 측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술핵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선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제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여러 측면에서 신뢰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미국 본토가 아니라 한국에 배치된 전술핵으로 북한의 핵 위협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보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철수했던 전술핵을 주한미군에 재배치해 즉각적으로 북한 핵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또 "전술핵을 지상에 배치할 경우 북한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를 고려해 전술핵을 탑재한 잠수함을 동해에 상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구체적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은 올해에만 41발의 탄도미사일을 쏘고 핵실험 준비까지 마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실장이 2년전 밝혔던 구상에서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제시해야 할 조건'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스1.

"韓 국민 안심…美는 회의적"

김 실장은 당시 기고문에서 전술핵 재배치가 국내 여론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한국이 사실상 핵을 가진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한국 국민을 안심(assurance)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위협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때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했다가 위협이 완화되면 재배치를 중단하는 방안도 있다"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다만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대체로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NATO)식 핵 공유 방안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지적하며 한반도 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이설주 여사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전술핵운용부대의 군사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이설주 여사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전술핵운용부대의 군사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확장억제 '작계' 수립해야"

김 실장은 이 때문에 "북한의 핵ㆍ미사일 공격을 유형별로 나누고 이에 대해 한ㆍ미 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한 구체적 작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미국의 확장억제와 관련한 작전계획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반도 내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한ㆍ미 연합훈련의 조건 등을 미리 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한ㆍ미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4년 8개월만에 한ㆍ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재개했다. 당시 한·미 당국은 "북핵 공격에 대한 압도적ㆍ결정적 대응"을 약속했는데, 이 자리에서 구체적 확장억제 실행 시나리오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김 실장은 미국의 확장억제 실천 의지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보호하는 것이 자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이 미ㆍ중 사이에서 좌고우면하거나 한ㆍ미 동맹보다 남북 협력을 중시하면 확장억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광초등학교 동창인 50년 지기로,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 전인 지난해 3월부터 윤 대통령의 외교 과외를 맡았다. 이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외교안보정책본부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간사를 거치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수립을 총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8월 31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한ㆍ미 안보실장 회담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난 모습. 뉴스1.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8월 31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한ㆍ미 안보실장 회담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난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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