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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환 전 인국공 사장 "전주라인? 스카이72 특혜 막았을 뿐"

중앙일보

입력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이하 스카이 72)' 운영권과 입찰 특혜 의혹을 둘러싼 민형사상 분쟁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20년 9월 골프장 후속 사업자 입찰을 주관했던 구본환(63) 전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 사장이 언론에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5일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스카이72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영근 기자

5일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스카이72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영근 기자

지난 5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구 전 사장은 ^스카이72와 인국공간 분쟁 원인 ^최고가제 아닌 요율제 입찰 방식 선택 이유 ^낙찰 과정에서의 정권 실세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스카이72 분쟁의 본질에 대해서는 “(2020년 12월 31일로) 계약이 끝나 골프장에서 철수해야 마땅한 스카이72가 계약 연장 등의 특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검이 지난달 15일 전격적으로 재기수사명령을 내린 입찰 비리 관련 혐의(배임) 피의자 5명(김경욱 사장, 이희정 부사장 등) 중 한명이기도 하다. 의혹의 핵심은 공항공사의 이익이 아니라 신규 업체(KMH신라레저)에 낙찰과 이익을 보장해 주기 위한 입찰 비리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항공사 노조가 지난 12일 “2001년 인천공항 골프장 건설 당시 비리가 20년만에 되풀이 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가 조사해 혼란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항공사가 스카이72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계기는.   
재작년 3월 인천의 한 호텔에서 스카이72 김영재 대표와 만났다. 김 대표가 수의계약을 통한 계약 연장을 요구했다. 골프장 실시 협약의 전제인 제5활주로 착공이 연기됐으니 가능하지 않으냐고 했다. 원래 협약에 따르면 사정 변경이 있을 때 쌍방이 합의하면 협약 내용을 변경할 수 있긴 하다. 문제는 시점이다. 적어도 협약 종료 6개월 전(2020년 6월)에는 공개경쟁입찰 공고를 내야한다고 봤다. 갑자기 기존 사업자와 독점 연장을 논의하긴 어려웠다. 수의계약은 기존 사업자 특혜 소지가 있지 않나. 이에 ‘감옥 갈 일을 어떻게 합니까. 권투로 치면 관중이 링 위에 오른 선수를 다 보고 있는데 룰을 바꾸는 건 안 되죠’라고 답했다. 대신 김 대표한테 ‘골프장 15년간 운영해와서 가장 전문성 있는 스카이72가 공개경쟁입찰에 참가하라’고 제안했다. 그런데 공항공사에 밉보여 입찰 탈락을 우려하는 눈치였다. 전자입찰인데 그런 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입찰 안 하더라. 
인천국제공항 부지 내에 있는 국내 최대 퍼블릭 골프장 '스카이 72'. 2020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실시협약이 종료되면서 후속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인국공과 스카이 72 사이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 부지 내에 있는 국내 최대 퍼블릭 골프장 '스카이 72'. 2020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실시협약이 종료되면서 후속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인국공과 스카이 72 사이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스카이72는 실시협약을 공법(公法)상 계약이 아니라 민법(民法)상 임대차 계약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법무법인 자문을 받은 결과 공법인 ‘수도권신공항건설촉진법’을 적용하는 게 맞는다고 해서 그에 따랐다. 관련 재판도 1·2심 모두 승소했다.(※다만 대법원이 심리 진행 결정을 내리면서 결과 예단 어려워짐)
실제 입찰 공고는 예상보다 3개월 늦은 9월 1일에 냈다. 지연된 이유가 있나.
민감한 문제라는 직감이 왔다. 5월쯤 실무진한테 스카이72 문제를 국토부와 공식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국토부가 한 달 보름동안 붙들고 결론을 내지 않았다. 답답해서 국토부에 연락해 ‘국토부에서 수의계약하라는 유권해석 공문 보내면 당장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의계약은 안 된다’는 취지의 공문이 왔다. 국가권익위원회 조사로 입찰이 지연된 점도 있다. 7월쯤 권익위에서 조사관 2명이 나와 2주간 조사를 했다. 그러더니 ‘공법이 아닌 민법에 따라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스카이72 주장과 유사했다. ‘입찰 실기하면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책임질 것이냐’는 식으로 옥신각신했다. 입찰 미뤄지면 이득 보는 건 스카이72아닌가.
5일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스카이72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영근 기자

5일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스카이72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영근 기자

공항공사가 2020년 4월 최고가낙찰제인 ‘비교징수 방식’을 선택했다가 한달뒤 ‘영업요율 방식’으로 변경했다. 복잡한 요율제를 선택한 것이 의혹을 키운 것 아닌가. 
실무진 얘기를 들어보니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검토하던 단계였다고 한다. 당시는 코로나19로 공항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클 때였다. 청와대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와 유사한 이름의 회의를 열고 지침이 내려왔다. 공항공사가 공항 관련 시설 운영에서 고통을 분담하라는 취지였다. 이게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공항공사에서 비밀스럽게 진행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회계법인의 원가계산 용역과 골프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판단한 것이다. 사전설명회도 열고 투명하게 산식을 공개했다. 계산을 잘못해서 입찰 순위가 밀린 업체의 잘못이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인천지검의 재수사와 국토부 차원의 조사도 예고돼 있다.
공항공사가 스카이72를 상대로 낸 토지 반환과 소유권 이전 청구 소송 1, 2심에서 잇따라 승소했다. 검찰과 국토부가 뭘 조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재작년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정감사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중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무소속 이상직 전 의원의 관계도가 그려진 화면이 모니터에 나타나 있다. 해당 국정감사에서 정 의원은 스카이72 와 이상직 전 의원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연합뉴스

재작년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정감사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중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무소속 이상직 전 의원의 관계도가 그려진 화면이 모니터에 나타나 있다. 해당 국정감사에서 정 의원은 스카이72 와 이상직 전 의원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연합뉴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전 정권 ‘전주라인’과 공모해 KMH신라레저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의혹대로라면 입찰 공고 낸 9월에 김 전 장관이 나를 해임한 사실이 설명이 안 된다. 전주라인이 스카이72 특혜 입찰을 공모했다면 오히려 나를 챙겨야 하는 게 아닌가. 9월 초는 국토부에서 '장관님 지시'라면서 3~4일 안에 사표쓰라고 종용하던 때였다. 이 전 의원은 전주고 동문이다. 이스타항공 운항 노선 등 업무 논의로 공식·비공식적으로 몇 차례 만난 적은 있다. 스카이72건은 이야기한 적 없다.
KMH에도 전주고 동문이 있지 않나.     
최상주 KMH 회장은 고교 동문도 아니다. 연락한 적도, 만난 적도 없다. 양재원 KMH 떼제베CC 사장이 전주고-서울대 동문인 건 맞는다. 서울대 재학할 때 운동권에 잠시 몸담았는데 그때 양 사장과 잠시 어울렸다. 나는 운동권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갈라선지 오래다. KMH가 낙찰자로 선정된 9월 29일은 내가 공항공사에서 짐싸고 나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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