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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만 믿다가 '낭패'…도시농부 1000명 실험, 기대 큰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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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도시와 농촌의 상생 일자리 창출 모델인 ‘충북형 도시농부’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애호박 시설하우스에서 도시농부들과 농장주 홍두표씨(왼쪽)가 갓 수확한 애호박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도시와 농촌의 상생 일자리 창출 모델인 ‘충북형 도시농부’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애호박 시설하우스에서 도시농부들과 농장주 홍두표씨(왼쪽)가 갓 수확한 애호박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도 ‘도시농부’ 시범 사업…내년 1000명 도입 

13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의 한 애호박 농가. 주부 엄종숙씨(62)와 기영선(58)씨가 시설 하우스 안에서 애호박 순치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충북도가 농촌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도입한 ‘충북형 도시농부’ 사업 참여자다. 하루 4시간 일하고, 일당 6만원을 받는다. 엄씨는 “주말 농장에서 채소를 기르며 농업에 관심이 생겨서 도시농부를 지원하게 됐다”며 “매일 6만원씩 통장에 돈이 쌓이니 일할 의욕도 생기고, 부담없는 근로 시간 덕에 건강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농장을 운영하는 홍두표(62)씨는 하우스 13개동(8250㎡)에서 10년째 애호박을 기르고 있다. 봄·가을 애호박을 출하 때마다 일손이 부족해 애를 먹었다. 홍씨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번번히 순위에 밀려 지원을 못받았는데 소통이 잘되는 인근 도시민이 일을 도우니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올해 만 20세~75세 은퇴자, 주부, 청년 등 도시농부 50명을 선발했다.

농가 투입 전 농업기술원에서 3일간 농촌 문화, 고구마·사과·콩 재배 기술과 수확 교육을 진행한 뒤 도시농부 자격증도 줬다. 민영완 충북도 농업정책과장은 “일당의 40%(2만4000원)와 교통비, 상해 보험료를 충북도가 부담해서 농가는 알선 수수료 없이 필요한 시기에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내년에 도시농부 1000명을 선발해 11개 시·군으로 확대하고, 2026년엔 3000명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지난달 16일 충북형 도시농부 사업을 위한 사전 교육을 진행했다. 사진 충북도

충북도는 지난달 16일 충북형 도시농부 사업을 위한 사전 교육을 진행했다. 사진 충북도

외국인 근로자 의존 한계에 내국인 주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외국인에 의존하던 농촌 인력 수급 대책이 유휴 내국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에 5개월 정도 체류하며 수확 작업 등을 돕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와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코로나19 유행으로 2020년~2021년 새 지지부진했던 탓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155곳에서 운영 중인 농촌인력중개센터를 내년 180곳으로 확대한다. 농촌인력중개센터는 사설 중개소의 수수료 폭리와 불법체류 외국인 고용 등 문제를 해결하려고 2018년 도입한 제도다. 중개센터가 구인 활동과 근로자 교통비, 보험료, 숙박비를 지원한다. 신청 농가는 수수료 없이 인건비만 지출하는 형태다.

2020년까지 농협이 중개센터 운영을 전담했다가 지난해부터 정부와 지자체가 전담인력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중개 건수는 9월 말 기준 67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2만6000명보다 27.5% 늘었다. 신종갑 농축산부 경영인력과 사무관은 “농촌인력중개센터 신청 수가 매년 18~20%씩 증가하는 추세”라며 “센터는 지역 내에서 작목에 적합한 내국인 근로자를 농가와 연결해 주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소규모 다품목 영농 위주인 노지 작물에 대해 2027년까지 자율주행 농기계와 농업용 드론, 로봇 상용화를 지원한다.

국립축산과학원장과 직원 30여 명이 지난 6월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기 위해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을 찾아 양파 수확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립축산과학원장과 직원 30여 명이 지난 6월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기 위해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을 찾아 양파 수확을 하고 있다. 뉴스1

농식품부, 인력중개센터 155곳→180곳 확대 

전남도는 지난달부터 ‘가을철 농번기 인력지원 종합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상황실은 광역단위 중개소 역할을 하며 농작업 진행과 인력수급 현황을 고려해 시군별 일손 지원을 조정하고 있다. 농작업반은 3500명으로 확대했다. 강효석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은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한 내국인 인력지원과 외국인 계절근로제를 통해 농촌인력수급 안정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지난 12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를 가을철 농촌일손돕기 추진 기간으로 정했다. 도 본청과 시군, 농협에 농촌일손돕기 알선창구를 설치하고, 도청 모든 부서에서 1회 이상 농촌일손돕기를 할 계획이다.

농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농기계 임대사업은 저렴한 임대·배달료로 농가 부담을 덜고 있다. 전북 익산시는 왕복 20㎞ 거리 농기계 운송료를 90%(10만원 기준)까지 지원한다. 농가는 1만원만 내면 보행관리기·동력배토기·이앙기 등 소형 농기계를 영농 현장에서 받을 수 있다. 정정임 익산시 농촌지원과 계장은 “일손이 줄다 보니 임대 수요도 늘어 올해 농기계 105대를 추가 구입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충남 부여군의 한 농장에서 필리핀 코르도바시 출신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농장 일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8월 충남 부여군의 한 농장에서 필리핀 코르도바시 출신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농장 일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농기계 1만원 배달, 노동력 대체 기계화 속도 

강원 인제군은 임대 농기계 전 기종 512대에 대한 임대료를 전액 감면했다. 인제군은 인력난 해소와 노동력 절감을 위해 청년농업인 드론방제단도 운영하고 있다. 방제단은 벼·옥수수·콩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병해충 방제를 대행하고 있다.

노동력을 대폭 절감하는 양파·마늘 기계화 사업은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충북농업기술원은 지난해 생산량은 2.6배 늘어나고, 노동력은 50% 절감하는 ‘수박 수직 수경재배’를 개발해 농가에 기술을 보급했다. 김성만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는 “공적 기능을 갖춘 농촌인력중개센터는 외국인 유입으로 급증한 인건비를 정상화하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아직 도시에서 하는 공공 일자리사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농촌인력중개센터 참여자에 대한 혜택을 더 늘리는 시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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