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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내려앉은 길, 저 끝에 첫사랑이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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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인생은 아름다워’ 촬영지 투어 

뮤지컬 영화이자 로드무비인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경치 좋은 전국의 관광지가 줄줄이 등장한다. 포스터에도 사용된 낙엽 길은 충남 아산 곡교천에 있는 은행나무길이다. [중앙포토] 보길도 윤선도원림.

뮤지컬 영화이자 로드무비인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경치 좋은 전국의 관광지가 줄줄이 등장한다. 포스터에도 사용된 낙엽 길은 충남 아산 곡교천에 있는 은행나무길이다. [중앙포토] 보길도 윤선도원림.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아내의 첫사랑을 찾아 전국을 누비며 옛 추억을 마주하는 부부의 이야기다. 추억의 명곡이 영화 내내 흐르는 뮤지컬이자, 다채로운 풍경을 담은 로드무비다. 서울·부산 찍고 완도 보길도까지, 세연(염정아)·진봉(류승룡) 부부는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며 전국 방방곡곡을 쏘다닌다. 영화 속 동선을 따라 가을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방법이다. 가을 명소로 꼽히는 장소도 여럿 등장한다.

서울극장, 헌책방거리, 껍데기집

‘인생은 아름다워’는 추억 여행하듯 30여 년 세월을 휙휙 오간다. 1990년대 서울을 소환시키는 ‘인생은 아름다워’의 첫 장면은 옛 서울극장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이문세 노래 ‘조조할인’에 맞춰 영화관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시절의 세연과 진봉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978년 개관한 서울극장은 단성사·피카디리와 함께 종로3가를 대표하는 영화관으로 통했다. 1970~90년대 극장가를 주름잡았던 서울극장도 코로나는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해 8월 31일 마지막 상영을 끝으로 극장 문을 닫으면서 ‘인생은 아름다워’는 서울극장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영화로 남게 됐다.

류승룡 배우는 “극장 문이 닫힐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여러모로 뜻깊은 장면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영화관 내부는 1935년 개관한 광주극장에서 촬영했다.

옛 추억을 되살리는 서울 장면은 곳곳에 있다. 세연과 진봉이 처음 만나게 되는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모습은 종로3가 철물점 거리를 단장해 촬영했다. 진봉과 직장 동료들이 ‘알 수 없는 인생’에 맞춰 춤과 노래를 하던 고깃집도 실제로 있다. 원효대교 북단 성촌공원 옆 껍데기 집이다. 어린 시절 세연(박세완)과 그의 첫사랑 정우(옹성우)가 거닐며 은행나무 잎을 줍던 거리는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길이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엽길로 통하는 거리다.

고즈넉한 보길도, 추억의 오리배

보길도 윤선도원림. 연못 중앙에 홀로 선 아름다운 정자가 영화에 등장한 세연정이다. [중앙포토]

보길도 윤선도원림. 연못 중앙에 홀로 선 아름다운 정자가 영화에 등장한 세연정이다. [중앙포토]

세연과 진봉의 추억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가 된 장소는 전남 완도의 보길도다. 고산 윤선도(1587~1671)가 풍경에 반해 제주도 가던 길을 멈추고 여생을 눌러앉아 살았다는 곳이다. 영화에서도 언급하지만, 이 섬에는 주인공 세연과 이름이 같은 정자가 하나 있다. 한국의 3대 정원으로 꼽히는 ‘윤선도원림’에 딸린 ‘세연정’이다. 너른 연못과 숲, 육중한 바위가 언덕 위 정자를 감싸고 있다. 배우 류승룡도 “윤선도의 자취가 생생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다”고 회상한다.

보길도는 행정구역이 완도에 속하지만, 해남에서 더 가깝다. 해남 땅끝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30분이면 보길도와 다리로 연결된 섬 노화도에 닿는다. 섬으로 가는 마지막 배가 오후 5시 40분 항구를 떠난다. 이 배를 놓치면 세연과 진봉처럼 꼬박 하루를 기다려야 한다.

오리배 데이트 장면은 대구 금호강변 동촌유원지에서 촬영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오리배 데이트 장면은 대구 금호강변 동촌유원지에서 촬영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울창한 은행나무 터널을 지나는 세연과 진봉의 자동차. 영화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이 아름다운 낙엽길은 충남 아산의 은행나무길이다. 수령 50년 남짓한 은행나무들이 곡교천 옆으로 빼곡하게 뿌리내리고 있는데, 충무교에서 현충사 입구까지 대략 2.1㎞ 길이다. 영화와 달리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길이어서 마음 놓고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젊은 시절 세연과 진봉이 오리배 데이트를 즐기던 장소는 얼핏 한강처럼 보이지만, 대구 금호강변의 동촌유원지다. 오리배는 70년대부터 금호강을 떠다녔을 만큼 나름 유서 깊은 놀이기구다. 전동 오리배 비중이 점차 늘고 있지만, 페달로 움직이는 구형 오리배를 타는 커플이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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