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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열린 설악 흘림골, 다음주가 단풍 절정이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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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설악산 흘림골 탐방로가 낙석 사고 발생 7년 만인 지난달 8일 재개방했다. 흘림골에서 가장 높은 등선대에 오르면 기막힌 절경이 펼쳐진다. 사진은 등선대에서 바라본 서북 능선. 해발 1000m 이상 고지대는 이미 진한 단풍으로 물들었다.

설악산 흘림골 탐방로가 낙석 사고 발생 7년 만인 지난달 8일 재개방했다. 흘림골에서 가장 높은 등선대에 오르면 기막힌 절경이 펼쳐진다. 사진은 등선대에서 바라본 서북 능선. 해발 1000m 이상 고지대는 이미 진한 단풍으로 물들었다.

설악산 흘림골 탐방로가 9월 8일 열렸다. 2015년 낙석 사고가 일어난 뒤 7년 만이다. 흘림골은 설악산에서 가장 멋진 단풍을 볼 수 있는 가을 산행 명소다. 대청봉 코스에 비하면 험하지 않으면서도 풍경은 뒤지지 않는다. 지난 10, 11일 흘림골을 가봤다.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 벗고 단풍 산행을 할 수 있어서인지 산꾼들 표정이 유난히 밝았다.

흘림골의 기구한 사연

설악산 첫 단풍은 9월 29일 관측됐다. 기상청은 설악산 단풍 절정을 이달 20일께로 전망했다. 지난 10·11일 흘림골과 주전골을 가보니 드문드문 몇 그루만 단풍이 들어있었다.

설악산 첫 단풍은 9월 29일 관측됐다. 기상청은 설악산 단풍 절정을 이달 20일께로 전망했다. 지난 10·11일 흘림골과 주전골을 가보니 드문드문 몇 그루만 단풍이 들어있었다.

이만큼 팔자가 사나운 계곡이 있을까. 흘림골은 1970~80년대 신혼여행 일번지이자 수학여행 명소였다. 수려한 산세,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와 폭포를 구경하고 오색약수를 마신 뒤 온천을 즐기는 관광 코스가 인기였다. 환경을 생각하는 시절이 아니었다. 사방에 쓰레기가 나뒹굴었고 탐방로 훼손도 심각했다. 결국 국립공원공단은 1985년 흘림골 자연휴식년제를 선언했고 무려 20년 뒤인 2004년 9월 개방했다.

20년 만에 열린 흘림골은 신혼부부 대신 등산 매니어를 매혹했다. 가을마다 단풍 산행객으로 들끓었다. 11년 뒤인 2015년 8월에는 예기치 않은 사고가 터졌다. 17t 중량의 바위가 떨어져 등산객 1명이 죽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시 탐방로를 걸어 잠갔고 7년만인 지난달 8일 재개방했다.

흘림골 폐쇄 기간 국립공원공단은 안전시설을 대폭 보강했다. 탐방 인원을 하루 5000명으로 제한하고, 전국 국립공원 최초로 시간제 예약 시스템도 도입했다. 낙석 위험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정춘호 탐방시설과장은 “설악산은 어디서든 낙석이 발생할 수 있는 오래된 협곡, 암반지형”이라며 “안전시설을 보강했지만, 탐방객 스스로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포 안내문이 바뀐 이유

흘림골 초입의 여심폭포. 과거 신혼여행 필수 방문 코스였다.

흘림골 초입의 여심폭포. 과거 신혼여행 필수 방문 코스였다.

설악산 정상 대청봉에 첫눈이 내린 10일, 공휴일이었지만 궂은 날씨 탓에 탐방객이 많지 않았다. 흘림골탐방지원센터를 지나자마자 새로 설치한 나무 계단이 나왔고 “낙석 발생 위험” 경보음이 울렸다. 흘림골에만 낙석 위험 지점이 22곳인데, 그중 다섯 곳에서 안내 방송이 나온다.

20분쯤 걸으니 여심폭포가 나왔다. 과거 신혼부부가 이 폭포 앞에서 아들 낳기를 빌었단다. 예부터 독특한 폭포 모양을 보고 여성, 모성과 연관 지었다. 그래서 이름도 여심(女深)이다. 2015년 탐방로 폐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의 깊은 곳을 연상케 한다”는 민망한 안내문이 있었는데, 그 문구가 사라졌다. 새 안내판에는 “바위와 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여심폭포라고 한다”고 쓰여 있다.

등선대에 오르면 대청봉과 양양 송전해변이 보인다.

등선대에 오르면 대청봉과 양양 송전해변이 보인다.

폭포를 지나자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산행을 시작한 지 약 40분 만에 등선대(1002m)에 닿았다. 마지막 계단에 올라서자 기막힌 장관이 나타났다. 희끗희끗 눈 덮인 대청봉, 울긋불긋 단풍 든 한계령과 서북능선, 짙푸른 양양 송전해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탐방객 이경수(56)씨는 “몇 해 전 흘림골 대체 탐방로였던 만경대를 갔다가 실망했다. 등선대 전망이 훨씬 압도적”이라며 감탄했다.

10월 20일께 단풍 절정 예상

재개방한 탐방로에는 나무데크가 많아 걷기 편하다. 사진은 십이폭포 구간.

재개방한 탐방로에는 나무데크가 많아 걷기 편하다. 사진은 십이폭포 구간.

등선대에서 용소폭포로 가는 길은 완만한 내리막길이었다. 입이 쩍 벌어지는 장관은 없어도 다채로운 풍광이 펼쳐졌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길게 떨어지는 등선폭포, 탐방로와 나란히 이어지며 세찬 물소리를 내는 십이폭포와 옥빛 용소폭포, 곳곳에서 툭툭 나타나는 기암괴석. 새빨간 단풍이 어우러졌다면 더 기막혔을 테다.

기상청은 이달 20일께 설악산 단풍 절정을 예상했다.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주전골, 그러니까 남설악 저지대에서도 단풍을 볼 수 있는 만산홍엽(滿山紅葉)이 일주일 남았다는 뜻이다.

올여름 복원한 오색 2약수. 철분 맛이 강하다.

올여름 복원한 오색 2약수. 철분 맛이 강하다.

주전골은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 평지나 다름없는 계곡이어서 부담 없이 걷기 좋다. 올여름 복원한 ‘오색 2약수’도 있으니 들러보길 권한다. 천연기념물인 오색약수가 용출량이 급격히 줄었고, 지난해 5월에는 아예 말라버린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넉 달 뒤, 예전 용출량을 회복하긴 했어도 불안했다. 주민들이 팔 걷고 나섰다. 예부터 성국사 인근에서 약수가 솟았는데 2013년 수해 때 토사에 덮여버렸다. 이걸 어렵게 찾아냈고 양양군이 중장비를 동원해 ‘오색2약수터’를 복원했다. 하산 길에 맛봤는데 톡 쏘는 철분 맛이 강했다. 주민들은 용출량과 맛 모두 1약수보다 낫다고 말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산행정보=흘림골 탐방로 예약은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예약자 1명이 동행 10명까지 예약할 수 있다. 오전 9~10시 단체 산행객이 몰린다. 덜 번잡하게 등산하고 싶다면 오후가 낫다. 흘림골 탐방로는 입구와 출구가 다르다. 오색지구에서 택시를 타고 흘림골탐방지원센터까지 이동해 걷길 권한다. 반대로 걸으면 오르막길이 길어 힘들다. 택시비는 1만5000원 정액제다. 설악산은 기온 변화가 심하고 바람도 세다. 방풍·보온 재킷, 장갑을 꼭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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