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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질주하는 메타, 거리두는 애플…온도차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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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마크 저커버그 CEO(左), 사티아 나델라 CEO(右)

마크 저커버그 CEO(左), 사티아 나델라 CEO(右)

메타(구 페이스북)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하루 간격으로 메타버스 관련 신제품을 공개했다. 그런데 사업 폭과 방향은 전혀 다르다. 빅테크의 메타버스 사업에 온도 차가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원인과 배경, 시사점은 뭘까.

메타는 11일(현지시간) 시선 추적과 표정 인식 기능을 탑재한 가상현실(VR) 헤드셋 신제품 ‘메타 퀘스트 프로’를 공개했다. 가격은 1499달러로, 기존 모델의 3배다. 메타는 이날 메타버스 상의 업무용 기능을 위한 MS·줌과 협업도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회사 주가는 3.92% 하락했다. 메타의 VR 사업부문 리얼리티랩스는 지난해 102억 달러(약 14조원) 적자를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만 이미 57억 달러(약 8조원) 적자다.

MS는 12일(현지 시간) 기술 컨퍼런스 ‘MS 이그나이트’에서 메타버스 상에서 아바타로 화상회의를 하는 ‘메시 아바타’ 기능을 공개했다. 메타의 VR 기기인 퀘스트 프로와도 연계된다. 이날 MS의 강조점은  ‘비용 절감’. 사티아 나델라 CEO는 기조연설에서 “역사적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 모든 조직이 디지털의 힘으로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일을 수행하려 한다”고 했다. 메타버스는 기업 업무 효율화를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빅테크는 AR·VR(증강·가상현실)이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컴퓨팅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적용 영역과 속도에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11일 메타가 공개한 VR 헤드셋 기기 ‘메타 퀘스트 프로’. [사진 메타]

11일 메타가 공개한 VR 헤드셋 기기 ‘메타 퀘스트 프로’. [사진 메타]

메타는 엔터테인먼트·소셜·업무 3개 영역이 모두 메타버스 안으로 들어올 거라고 본다. 메타가 VR 게임 제작사들을 인수할 뿐 아니라 한때 퀘스트용 반도체 칩셋과 운영체제(OS)까지 직접 개발해 내재화하려 했던 배경이다. 현재는 비용 문제로 칩셋·OS 자체 개발은 중단한 상태다.

MS는 올해 초 게임사 블리자드를 인수할 때 “메타버스 관련 사업으로 연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자세다. MS가 최근 산업용 메타버스 사업팀을 신설했다고 IT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이 보도했다. 메타버스 사업을 전개하되, 공장 시뮬레이션 같은 실용적이고 좁은 영역에, 자사가 강점을 지닌 B2B로 우선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은 자체 AR 헤드셋과 스마트 글래스, 전용 운영체제(OS)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AR은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면서도 “메타버스는 명확히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로 구현한 VR은 일정 시간 몰입하는 것이지, 좋은 소통의 방법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메타의 저커버그가 14조 적자를 불사하고 메타버스로 질주하는 까닭은 뭘까. 메타는 메타버스 세상이 열리면 ‘애플+구글’이 되려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애플은 ‘기기(아이폰)+OS(iOS)+장터(앱스토어)’를, 구글은 ‘OS(안드로이드)+장터(플레이스토어)+커뮤니티(유튜브)’를 가져 양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메타는 메타버스를 위한 VR 기기(퀘스트)에서 앞섰으니 장터(퀘스트 스토어)와 커뮤니티(가상공간 ‘호라이즌월드’)까지 압도적으로 갖겠다는 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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