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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46억 횡령' 인지하고도 다음날 급여 444만원 지급…국감서 관리부실 질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3일 오전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3일 오전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최근 발생한 직원 횡령 사건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공단 임직원 모두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강도태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업무보고에 들어가기 전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채권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팀장 A씨가 46억원이라는 공단 역대 최대 금액을 횡령한 뒤 해외로 도피한 사안에 대해 사죄한 것이다. 강 이사장은 “본 사건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업무 전반을 종합적으로 철저히 재점검하여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5개월간 7차례…횡령액 1000원→41억원 눈덩이처럼 불어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이 13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최근 불거진 임직원 횡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이 13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최근 불거진 임직원 횡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횡령 사건 전 과정에서 관리ㆍ감독 시스템이 붕괴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A씨는 5개월간 총 7차례에 걸쳐 횡령했는데 최초 시점은 지난 4월 27일로 단돈 1000원에서 시작했다. 이후 ▶4월 28일 1740만원 ▶5월 6일 3270만원 ▶5월 13일 5900만원 ▶7월 21일 2630만원 ▶9월 16일 3억1630만원 ▶9월 21일 41억7150만원으로 횡령액이 점차 확대됐다. 최 의원은 “횡령 발생 5개월이 지나 이 사실을 알았는데 그동안 점검을 하지 않은 것 같다. 공단은 과연 뭘 했을까 궁금하다”라며 “공단 시스템의 허점이 피해자가 범행을 결심하는데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이 횡령 사실을 파악한 이후에도 적극적인 대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은 “건보 공단은 국회 설명자료에 횡령 사실이 발각된 22일 행정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발각 다음 날 9월 치 급여 444만원을 A씨에게 전부 지급했다”라며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법원의 가압류 결정 전이라 근로기준법에 따라 전액 지급했다고 설명했는데 회수된 상태냐’는 최 의원의 질의에 “아직 회수가 안 된 상태”라고 답했다.

“2010년 횡령 때 내놓은 해결책 또다시 내놔”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0~2022년 횡령ㆍ유용ㆍ배임 관련 징계 현황’ 자료. [의원실 제공]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0~2022년 횡령ㆍ유용ㆍ배임 관련 징계 현황’ 자료. [의원실 제공]

여야 의원들은 근본적인 해결책 미비로 공단 내 횡령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건보공단에서는 지난 12년간 총 5건의 유사 횡령 사례가 발생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 이사장이 재발 방지를 위해 압류 진료비 지급 결정 승인 권한을 팀장에서 부장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힌 점을 꼬집으며 “2010년 횡령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공단은 똑같은 답변을 했지만, 횡령 사건이 계속 발생했다”며 다시는 금융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한 사람(팀장)이 현금 지급에 관한 청구, 승인, 지급 권한을 모두 가진 시스템이 문제라며 “실예금주명 확인 후에는 누구도 변경할 수 없도록 차단하거나 이중 삼중으로 체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강 이사장은 “(이전에는) 계좌 부분을 임의로 바꿀 수 있었지만 (이제는) 자동저장해서 못 바꾸도록 조치했다. 변경할 경우 처음으로 돌아가 절차를 다시 거치는 형태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몰카'ㆍ문 케어 도마 위 올라 

이날 국감장에서는 공단 내 ‘몰카’ 촬영 사건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이달 초 공단에선 40대 간부급 직원이 공단 내 여성 체력단련장에서 운동 중인 여성 직원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입건된 사건이 발생했다. 강 이사장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고 가해 직원을 제대로 처벌해 달라’는 한정애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횡령 문제와 성범죄에 대해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여야 의원들은 ‘문재인 케어’를 둘러싸고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 케어가 건보 재정 적자를 초래했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문 케어로 저소득층이 의료혜택을 받는 성과가 있었다며 향후 ‘윤석열 케어’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맞섰다. 강 이사장은 “전체적으로 우리나라는 건보 보장성이 낮기 때문에 분야는 다르더라도 보장성은 더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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