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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가스관 흔들며 위협…"유럽 내년 3월이면 저장물량 바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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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난방연료 무기화’를 내세워 유럽을 위협하고 있다. 유럽이 비축해둔 가스로는 올겨울을 제대로 날 수 없을 거라고 경고하는 한편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 재개를 종용하면서 자국에 대한 서방의 제재 해제를 압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2022 러시아 에너지 주간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2022 러시아 에너지 주간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CNN 등 외신에 따르면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대표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에너지 주간에서 "유럽은 (올겨울) 닷새에서 일주일 정도는 비정상적으로 춥고, 마을과 땅 전체가 얼어붙을 수 있다"면서 "저장고에 있는 가스는 2개월에서 2개월 반 정도 분량으로 내년 3월에 바닥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의 가스 비축량은 지난 5일 기준 90%에 도달했다. 러시아가 올여름부터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조이자, 유럽은 에너지 비축을 서둘러 겨울이 오기 전 90% 이상의 가스를 저장했다. 그러나 밀러 대표는 최악의 경우를 따졌을 때, 내년 3월에는 가스 비축량이 5%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밀러 대표는 "유럽이 올겨울에는 살아남아도 2023년과 2024년 겨울을 앞두고 가스 저장고를 채울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며 "그때는 에너지 위기가 결코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게 분명해질 것"이라며 위기감을 조성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가스 공급 재개 카드를 흔들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2개 중 1개는 가스 공급을 위한 압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공은 유럽연합(EU)에 있다. 원한다면 가스관 꼭지를 열 수 있다"고 했다. 노르트스트림2는 건설이 완료됐으나 지난 2월 독일이 승인을 취소해 가동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배후를 알 수 없는 고의적 파괴 공작으로 가스 누출 사고까지 발생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러시아의 재차 경고와 회유에도 유럽은 이를 묵살하며 가스 공급 안정화를 위한 여러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호프만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노르트스트림2의 사용을 배제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면서 "러시아는 더는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EU 회원국 에너지 장관들은 이날 체코에서 열린 회의에서 내년 여름부터 가스 공동구매에 나서기로 했다. EU 순회 의장국을 맡은 체코의 요제프 시켈라 산업장관은 "가스 공공구매로 올겨울보다 더욱 위태로울 다음 겨울에 가스 공급을 안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가장 관심을 끈 가스 가격 상한제 도입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우크라이나도 지난 10일부터 러시아가 주요 에너지 기반시설에 미사일을 퍼부으면서 추운 겨울을 맞닥뜨리게 됐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12일 "올겨울 실내 평균 난방 온도는 16~18도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방안"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전력 소비량을 기존보다 25% 줄이고, 난방을 위한 가스와 석탄도 아껴 사용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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