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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세계관, 대체 뭐야?” SM 소속 가수조차 “잘 모른다”며 멋쩍게 웃는다. 하지만 ‘광야’(성수동 SM 사옥)엔 이미 세계관 제작 담당 부서가 생긴 지 오래다. SM이 세계관을 창조한 이유는 지극히 전략적이다. 팬들이 사랑할 존재를 만들었는데, 그들이 ‘평범한 인간’이면 할 얘기가 제한된다. 그러나 인간과 신적인 존재의 중간, 아이돌(우상)이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한 확장한다. 마치 마블 어벤저스처럼. 이야기가 그럴듯할수록 시간을 들이고 사랑을 쏟겠다는 대중이 지갑을 들고 줄을 선다. 세계관 팀은 단순히 마케팅 서사를 넘어 ‘SM 교리’를 쓰는 신학자의 역할을 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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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연구②] 무한확장 SMCU, 이수만은 사막으로 간다
광야가 된 SM
지난 8월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는 사뭇 ‘SM 부흥회’ 같았다. H.O.T. 멤버 출신 강타, 보아부터 소녀시대와 막내 걸그룹 에스파까지 58명 이상의 아티스트가 무대에 올랐고, 팬들은 응원봉을 힘차게 흔들며 팬심을 다잡았다. 이들을 모이게 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하트를 그리며 흡족한 얼굴로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에선 SM의 독자적인 세계관인 SMCU(SM Culture Universe)를 바탕으로 한 영상이 중간중간 삽입돼 SM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빨간 스포츠카가 SM타운의 동방신기 구역, 샤이니 구역 등 SMCU 곳곳을 누볐다.

광야에 모인 SM 소속 가수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SMCU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광야’(KWANGYA)다. SM 설명에 따르면 광야는 아무것도 규정되지 않은 무규칙, 무정형, 무한의 영역이다. 에스파 세계관에서의 광야는 현실 세계의 멤버들이 가상세계 속 자신의 아바타 ‘아이(æ)’와 연결되는 공간이다. 연결을 방해하는 존재는 ‘블랙맘바’로, 에스파가 동명의 노래로 데뷔했다. 광야가 보이그룹 NCT로 넘어가면 꿈과 현실, 과거와 미래가 교감하는 공간이 된다. NCT의 탄생을 설명하는 ‘NCT_#1. 디 오리진’ 영상을 보면 아이가 사막에서 바다를 꿈꾸자 눈앞에 바다가 펼쳐진다. 이처럼 광야는 형태나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미 데뷔한 SM 소속 가수들도 세계관에 들어올 수 있다. 8월 5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한 ‘맏언니 그룹’ 소녀시대까지 광야에서 ‘소리의 여신’ 세계관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