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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전술핵 재배치론의 정치적 맥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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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9월 하순 한반도에 조성된 정치 군사적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전쟁억제력의 신뢰성과 전투력을 검증 및 향상'시키고 '적들에게 강력한 군사적 대응경고'를 보내기 위하여 ″각이한 수준의 실전화된 군사훈련들을 조직진행했다″라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9월 하순 한반도에 조성된 정치 군사적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전쟁억제력의 신뢰성과 전투력을 검증 및 향상'시키고 '적들에게 강력한 군사적 대응경고'를 보내기 위하여 ″각이한 수준의 실전화된 군사훈련들을 조직진행했다″라고 전했다.

1.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3일 아침 페이스북에서‘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를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김정은은 10월 10일 전술핵운용부대를 공개했다. 대한민국 항구와 공항이 타격목표라고 했다. 언제든 우리 머리위로 핵폭탄이 떨어질지 모른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에 의해 휴지조각이 됐다..결단의 순간이 왔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정부 시절 9.19군사합의는 물론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도 파기되어야 한다.’

2. 곧바로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뉴스가 쏟아졌습니다.
미군 전술핵은 1991년까지 한반도에 배치돼 있었습니다. 그해 7월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서기장이 핵감축(START)에 합의하면서 철수했습니다. 이에 맞춰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하고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습니다.

3.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는 곧 미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의미합니다.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는 보수의 희망사항입니다. ‘핵에는 핵’이란 입장입니다. 강경보수 일부에선 ‘핵무기 자체개발론’까지 나오지만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4. 윤석열 대통령의 속마음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석열은 대통령 후보시절인 지난해 9월‘확장억제가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에 전술핵재배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미국 국무부가 ‘미국의 정책은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이후 재배치 주장은 사라졌습니다.

5. 북한의 핵위협이 증대되자 윤석열의 말이 달라졌습니다.

윤석열은 11일 출근길에 ‘전술핵 재배치’ 질문을 받자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들을 잘 경청하고 또 따져보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전술핵재배치 추진' 보도를 대통령실이 부인했습니다.
그러다 이틀만에 정진석이 확 내질렀습니다. 정부보다 부담이 적은 여당이 나선 겁니다.

6. 미국은 여전히 반대입니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12일 ‘한국측의 전술핵 재배치 요청이 있었나’는 질문에 ‘한국 입장은 한국이 말하게 두겠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대신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가 우리의 목표’라고 덧붙였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불변입니다.

7. 이런 미국의 입장을 한국정부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미국이 반대하면 불가능하다는 점도 압니다. 미국을 무시하거나 미국 몰래 핵무장을 하자는 생각도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술핵 재배치론’을 띄우는 건 나름의 복안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8. 외교안보 최초 공약에 그 답이 있습니다.
윤석열은 현상황을 ‘기존의 확장억제로는 불안’하다고 판단해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겠다’는 마음일 겁니다. 미국에 강력하게 요구하기위해선 국내여론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9. 그런데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입장이 확고하니 윤석열은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논리적 대안은 불안한‘확장억제’를 강화해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예컨대 핵잠수함의 영해 밖 상시배치입니다. 영해 밖이라 ‘한반도 비핵화’원칙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근해에 상시배치될 경우 확장억제력은 분명 강화됩니다.

10. 핵무기는 군사기밀입니다. 핵잠수함 배치는 특급기밀입니다.
드러내놓고 협상할 수 없습니다. 협상과정이나 내용은 알려지지 않을 겁니다. 설혹 미군 전술핵이 재배치되든 자체 핵개발이 시작되든..공개되지 않을 겁니다. 그저 윤석열 정부를 믿을 뿐입니다.
〈칼럼니스트〉
2020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