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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2023년 세계 경제는 불경기를 겪을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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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

세계 경제에 찬 바람이 불어 온다. 겨울의 시작과 함께 불경기가 오고 가계와 기업이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어제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2023년의 세계 경제성장률을 2.7%로 올해의 3.2%보다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각국의 내년 성장률을 미국 1.0%, 유로지역 0.5%, 중국 4.4%, 일본 1.6%로 예측했다. 세계 경제의 3분의 1에서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가 되고 많은 사람이 불경기를 체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인 경우를 선진국에서는 ‘불경기(recession)’로 종종 판단한다. 신흥국은 선진국보다 잠재적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높으므로 추세치에서 일정 크기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불경기로 판단한다. 세계 경제 전체로는 세계 GDP 증가율이 2% 이하이거나 1인당 GDP 증가율이 마이너스인 경우를 불경기라고 말한다. 세계 경제는 석유 충격으로 1975년과 1982년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에, 팬데믹으로 2020년에 불경기를 겪었다. 2023년에도 많은 국가와 세계 경제 전체가 또 한 번 불경기를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IMF는 내년에 세계경제 성장률이 2% 이하일 확률을 25%로 예측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1%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한 많은 신흥국이 경기 침체와 금융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유럽, 중국 경제 침체하고
세계 불경기 겪을 가능성 커져
신흥국은 금융위기 겪을 수 있어
우리도 방심 말고 위기 대응해야

미국 경제는 앞으로 불경기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기준 6%가 넘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낮추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상당 수준 더 올려야 한다. 연준이 앞으로 11월 초, 12월 중순, 내년 1월 말의 세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5%포인트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긴축으로 소비와 투자 수요가 감소하고 실업은 늘 것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과 노동 시장의 임금 상승 압력이 높아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 경제는 천연가스 등 에너지 공급 충격으로 생계비가 상승하고 경제 활동은 침체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난관을 헤쳐가기가 쉽지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물가 상승 압력 때문에 금리를 올리고 있어서 앞으로도 수요가 위축될 것이다. 팬데믹 이후 정부부채가 많아져 정부 지출을 늘려 대응할 여력이 크지 않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빨리 끝나고, 가스 대란이 해소되지 않으면 유럽 경제는 심각한 불경기를 맞을 것이다.

중국 경제도 성장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 봉쇄 정책을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경기 위축, 수출 둔화, 미·중 갈등으로 경제가 과거처럼 성장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2~21년 연평균 7.3%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며 세계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왔다. 중국은 앞으로 중기 성장률이 4%대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주변국의 성장률을 낮춘다. IMF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3% 포인트 하락하면 주변국의 성장률은 0.5~1% 포인트 하락한다.

미국, 유럽, 중국 세계 경제의 3대 엔진이 모두 얼어붙으면 우리 경제에도 한파가 몰려온다. 달러 가치 기준으로 미국 경제는 세계 GDP의 24%, 유럽(EU)은 21%, 중국은 15%를 차지한다. 전 세계 60%를 차지하는 3대 시장이 동반 침체하면 세계 경제도 침체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내년 세계 교역량 증가율이 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수출이 국내총생산의 42%를 차지한다. 반도체 수출과 대중 수출이 감소하면서 7월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월별 상품수지의 적자가 발생했다. 수출 감소에 부동산 경기 하락, 내수 침체가 겹치면 한국 경제가 불경기를 벗어나기 힘들다. IMF는 한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2%로 예측했다. 노무라 경제연구소는 한국은 민간 부채가 많아 금리 인상이 가계와 기업에 타격을 크게 주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 중에 경기 하락 속도가 가장 빠르고 2023년의 성장률이 0.2%일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 위기의 경고음이 커졌다. 세계가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 경제가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과 같은 심각한 위기는 아닐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는 방심하면 안 된다. 외부의 충격이 내부의 취약한 부분을 강타하고 정책 대응이 미흡하면 충격이 증폭되어 ‘퍼펙트 스톰’이 올 수 있다. 정부는 세계 경제의 불안이 무역, 투자, 금융 경로를 통해 우리 산업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엄밀하게 분석하고 취약한 부문을 점검해야 한다. 또한 물가 안정, 금융 불안 해소, 수출과 고용 증진을 위한 종합적인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에 가장 큰 고통을 겪는 계층은 저소득층이다.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