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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권 "尹정부, 美와 전술핵 재배치 방안 곧 논의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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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제7차 핵실험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가 ‘핵 역량 극대화 방안’을 놓고 미국과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논의 테이블엔 전술핵 재배치 카드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2일 중앙일보에 “미국의 핵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쪽으로 곧 미국과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핵 자산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가 논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한 만큼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한·미 당국이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한·미 안보협력 상황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는 “북핵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미국과 협의에 나설 것으로 안다”며 “논의 테이블에서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제외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주한미군이 운용해 온 전술핵은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하면서 한반도에서 제거됐다. 이를 다시 들여와 주한미군이 운용케 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는 의미다. 전술핵은 수십㏏ 내외의 위력을 지닌 핵탄두를 순항미사일이나 어뢰·야포 등 단거리 투발 수단에 장착해 운용하는 개념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취임 직후 미 CNN 인터뷰에서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은 배제했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전날의 ‘의견 경청’ 발언에 이어 협상 과제로 삼을 움직임까지 감지되며 기류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전술핵 재배치 검토’가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북한이 연일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한반도의 긴장이 덩달아 치솟는 상황에서 국면 자체가 바뀌었다는 인식이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반복하고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공개 표명하는 등 한반도와 지역 정세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는 현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압도적인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통한 대북 억제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북한의 도발 수위에 맞춰 미국과 상응하는 대응 시나리오를 논의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미국의 핵을 우리가 실질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술핵, 과거 주한미군이 운용…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뒤 철수

여당에선 보다 노골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결단의 순간이 왔다”며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썼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전술핵 재배치까지는 난관이 많다. 당장 결정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부정적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전술핵 배치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동맹 측 입장과 그들의 바람을 한국이 얘기하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외교적 길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및 러시아와 핵감축 협상을 추진하는 핵 비확산 정책에 방점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가 한 세대에 걸쳐 고수해온 원칙을 변경할 경우 국민께 어떻게 설명하고 공감대를 얻을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윤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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