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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 왕족도 반했다, 격조 있는 한국의 매화 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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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홍매, 2021, 한지에 수묵채색, 금니(금가루), 272x384㎝. [사진 이화익갤러리]

홍매, 2021, 한지에 수묵채색, 금니(금가루), 272x384㎝. [사진 이화익갤러리]

지난해 11월 이화익갤러리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아트페어에서 직헌(直軒) 허달재(71) 화백의 대형 매화 그림 3점을 완판했다. 부스를 찾았던 아부다비 왕족 컬렉터가 그림을 보고 반해 3점을 모두 구입했다. “올해도 아부다비를 찾을 것”이라는 이화익 대표는 “해외에서 우리 한국화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허 화백의 개인전이 지난 5일 서울 삼청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막했다. 1~2층 전시장엔 눈부시게 핀 매화 천지다. 화면을 구불구불 가로지르며 뻗어나간 가지에 하얀 매화, 붉은 매화, 분홍빛 매화가 소복하게 피었다.

 백매, 2022, 한지에 수묵채색, 금니, 64x74㎝. [사진 이화익갤러리]

백매, 2022, 한지에 수묵채색, 금니, 64x74㎝. [사진 이화익갤러리]

이번 전시가 주목받는 것이 단지 아부다비에서의 성과 때문은 아니다. 지난 5월 문화재청이 청와대를 공개했을 때 대통령 집무실에 그의 ‘백매’(白梅) 그림이 화제를 모았다. 가로·세로 285㎝×207㎝, 2폭 병풍형식으로 표구된 대형 매화 그림이다.

허 화백은 남종화(南宗畵)의 대가 의재(毅齋) 허백련(1891~1977)의 장손이자 제자이다. 수묵 위주로 작가의 심상을 담아내는 남종화는 채색 위주로 사실성이 특징인 북종화와 함께 동양화의 2대 조류 중 하나다. 허 화백은 의재로부터 붓글씨와 그림을 배우고,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창작의 날을 벼루기 위해”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고, 중국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의재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광주에서 ‘삼애다원(三愛茶園)’을 운영하며 춘설차(春雪茶) 재배를 3대째 이어오고 있다.

2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엔 가로 4m에 다다르는 4폭 대작부터 50㎝ 이하의 소품까지 다양한 크기의 작품이 나왔다. 어릴 때 그가 할아버지의 화실(‘춘설헌’) 주변에서 보았던 매화나무는 지금까지 그의 작품 안에서 계속 새롭게 피어나고 있다.

허달재

허달재

한지에 여러 겹 올린 바탕색은 은은한 살구색부터 옥색, 벚꽃 색까지 다양하다. 매화 가지는 옅은 먹으로 그렸지만, 구불구불한 선에서 생동하는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전시장에서 만난 허 화백은 “이번엔 매화만 내놓았지만, 매화만 그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매화 하나를 그려도 항시 부족한 느낌이 있어 자꾸 그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중시하는 것은 “자신이 변화하며 겪는 다양한 느낌을 그림에 담는 것”이다. 그는 “아침에 그리는 그림과 저녁에 그리는 그림이 다르다. 때로는 고즈넉하고 때로는 더 생동감 있다. 나이 들며 변화하는 것까지 자연스럽게 그림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림은 편안해야 한다. 그리는 내가 편안하고, 보는 사람이 편안해야 한다. 기교보다 자연스러운 품격이 배어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부인 의재 그림에 대해서는 “그 깊이와 품격은 못 따라간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굳건한 기운이 그 안에 있다”고 말했다.

허 화백은 최근 동화책 『나는 누굴까?』(엔씨소프트)를 펴내기도 했다. ‘나는 누굴까?’를 생각하는 주인공을 담백하고 은은한 화풍으로 그려냈다.

한편 허 화백 작품은 아부다비 왕족 컬렉션 외에도 북경 중국 미술관, 상해미술관, 청와대,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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